눈부신 봄날, 겁쟁이 아가씨 니나는 편지를 한 통 받았습니다.
서서 편지를 읽는 니나의 손이 가볍게 떨립니다.
편지는 바보 성에 사는 바보 왕자님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니나는 편지를 다 읽고 주머니 깊게 감추어 두었습니다.
니나의 언니 엘레나는 동생이 하루 종일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벼운 한숨을 자주 쉬는가 하면
차가 끓고 있는 것도 모르고 뜨개질을 했고,
별로 우스운 말도 아닌데 생글생글 잘 웃기도 하고
고양이 체스를 안고 말없이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혼자서 무언가를 읽다가 엘레나가 가까이 가면
재빨리 감추며 얼굴이 빨개지기도 했으니까요.
“니나, 무슨 일이니?”
걱정이 된 엘레나가 묻자 니나의 얼굴은 창백해 졌습니다.
그리고 주머니에서 가만히 편지를 꺼내어 언니에게 보여 주었습니다.
「니나 아가씨.
나는 오래 전부터 당신을 사랑하고 있어요
무엇을 해도 무엇을 봐도 당신 생각을 해요.
당신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부디 내 곁에 있어 주세요.
마음을 담아, 바보 왕자 카임 보냄.」
니나가 괴로운 듯 말했습니다.
“거짓말이야. 그럴 리가 없잖아”
“어째서?”
“그는 바보니까!”
며칠 후 바보 왕자 카임이 찾아와 셋이서 함께 차를 마시게 되었습니다.
카임은 물론 니나까지 컵을 깨는 등, 허둥지둥 하는 바람에 아주 산만했습니다.
그리고 니나는 왕자를 차갑게 배웅했습니다.
“누구도 나를 사랑한다고 말한 적이 없어요.
그러니 왕자님의 마음도 진심인지 잘 생각해야 할거예요.“
왕자는 풀이 죽어 돌아갔습니다.
다음날 카임이 꽃을 들고 다시 찾아왔습니다.
“이러실 필요 없어요. 소용 없어요. 당신의 마음은 그게 아니라구요”
왕자는 쓸쓸히 돌아갔습니다.
몇 번이고 그렇게 찾아왔던 왕자는
어느 날인가부터 더 이상 찾아 오지 않았습니다.
엘레나는 동생이 안절부절해 하며 밖을 내다 보는것을 보았습니다.
해가 저물자 니나는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것 봐. 진심이 아니었어. 거짓말 이었잖아.”
엘레나는 겁쟁이 소녀인 동생을 꼭 안아주었습니다.
“니나. 사랑을 믿는 법을 우선 배우렴.
자신을 사랑하게 되면 사랑을 믿게 되고,
그럼 상대방의 마음도 진심으로 볼 수 있을거야”
해와 함께 안타까운 마음들이 지고 있습니다.
진짜 마음
2012 ⓒ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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