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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Nov 01. 2022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중요성

22.11.01


보통날의 점심시간 루틴 : 12시 25분 점심식사 출발 12시 45분 사무실 착석. 15분간 핸드폰으로 책 읽기. 13시부터 낮잠 13시 30분 기상. 정말 어쩔 수 없이 시간을 내기 힘든 날이 아니면 위의 루틴을 매일매일 반복하고 있다. 간혹 식사 기다리는 줄이 길어져서 사무실로 늦게 복귀하는 날은 책 읽는 시간을 포기하고 잠을 잔다. 단 십 분이라도 자지 않으면 오후가 너무 힘들어진다. 


오늘은 사무실 근무가 아니었기에 점심을 재빨리 먹고서 지켜야만 하는 루틴도 없었다. 오후에도 통상적인 근무가 아니었기에 점심시간 낮잠에 대한 필요성도 평소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건물 밖은 알록달록한 가을 나무들이 병풍처럼 펼쳐져있고, 날씨도 산책하기 딱 좋았다. 그래서 밖으로 나갔다. 보통은 이어폰을 꼭 갖고 다니지만 오늘은 핸드폰만을 주머니에 넣은 채 길을 나섰다. 


상쾌한 가을바람을 맞으며 눈으로는 나무에 매달린 단풍 그리고 떨어진 낙엽을 담고 딱히 목적지가 없는 다리는 그저 움직일 뿐. 귀로 들어오는 유튜브의 수많은 정보도 없었던 머리는 오만가지 생각을 하기 시작한다. 이 오만가지 생각을 하는 시간이 뇌가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이다. 계속해서 무언가를 때려 박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강박에서 벗어나 이곳저곳 무작위로 쌓여버린 정보를 차곡차곡 어딘가에 넣는 시간. 


오늘은 20분간 산책하며 (취침시간은 꼭 확보해야 한다!) 매일 아침저녁으로 각인시켜오던 기본소득 만들기에 대한 생각을 했다. 목표는 300만 원이지만, 단번에 그렇게 큰 현금흐름을 만들기에는 힘들 것이기에 300만 원은 곧바로 30만 원으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30만 원 역시 딱히 큰돈은 아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어떤 새로운 행위로 창조해 내기엔 너무나도 부담스러운 돈이 아닐 수 없었다. 그래서 목표는 더 줄어들었다. 그래, 통신비라도 자동적으로 해결되는걸 1차 목표로 하자. 


그렇게 통신비 한 달 2만 원 (알뜰폰에 카드 할인에 통장 개설에 이것저것 발품 팔고 노력을 기울인 성과다!)을 목표로 삼은 나는 구체적인 실행방안에 대해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 검토 내용과 성과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제발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매 달 기본소득 만들기에 대한 열망은 하루 이틀 된 문제가 아니었다. 오죽하면 핸드폰 메모 앱에 적어놓고 매일 자기 전 그리고 일어나기 직전에 주입시키고 있는 형편이다. 메모 앱에는 이것 외에도 아직 이루지 못했지만 이루고 싶은 목표를 서넛 더 적어놓고 있지만, 그중에 으뜸으로 원하는 것이 바로 기본소득 만들기. 하지만 간절히 원할수록 멀어 보이는 목표임에 다름 아니었다. 


그렇게 벌써 몇 달이 흘렀고 언젠가는 저것에 대해 생각해야 되는데 되는데 하면서도 무언가 각 잡고 생각하기는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구체적으로 다루게 되면, 무언가 새로운 걸 실행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었다. 게다가 당연하게도 그 실행 방안을 세우는 것, 실행하는 것, 그리고 실행하는 단계에서 마주칠 수많은 난관, 그리고 그 난관의 끝에 성과가 없을 수도 있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도망치고 싶은 충동. 전형적인 완벽주의 겁쟁이의 특징을 여지없이 보여주는, 해보기도 전에 미리 나서서 걱정하며 실행을 미룸으로써 성공에 대한 가능성만 남겨놓고 눈 가리고 아웅 하기를 반복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큰 노력 없이 첫 단계를 밟을 수 있었다. 오롯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덕분이었다. 평소에 계속 생각해야지 생각해야지 생각만 했던 주제. 잠자기 전과 눈 뜬 직후 계속해서 마주쳤던 주제. 뇌는 이미 이 주제에 대해 생각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다만 내가 의식적으로 피했을 뿐. 의식이 지배하는 대부분의 시간은 어떤 인풋을 계속해서 쏟아붓는 나였기에, 시간이 필요한 주제에 딱히 할당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을 먹어도 소화시킨 다음 결국 몸 밖으로 배출해야 하는 법이다. 소화시키는 과정은 생략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정보를 때려 박기만 하니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갈 수 없었다. 


딱히 의도하진 않았지만 외부의 인풋이 없는 상황이 닥치자 마법처럼 생각 회로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목표를 설정하고 세부 실행 계획에 대한 검토를 했다. 검토를 마친 이후에는 어떤 방법을 선택하는 게 좋을지에 대해 결정을 내리고 그 방법의 실행을 위한 첫 단계는 무엇이 되어야 할지에 대해서까지 결론을 내렸다. 긴 시간도 아니었다. 20분 만에 이루어졌다. 어떤 압박도 없었고 쫓김도 없었다. 그저 생각의 흐름을 따라가는 것이 즐거웠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을 따라갈지, 처음 시작을 어디서부터 해 나갈지에 대해서도 대략적인 그림을 그리고 나니 다음 실행 단계도 큰 거부감 없이 넘어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오늘의 성과에 대한 결과를, 바로 요 아래쪽에 새로 업데이트 하게 될 날을 기다리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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