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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Dec 28. 2022

당신은 수영복을 입고 투자하고 있나요?

어떤 분야에 공부를 계속하면 할수록 부족한 부분이 자꾸자꾸 보인다. 불과 몇 달 전의 내 모습을 생각해보면 소위 이불킥을 하게 되거나 어떻게 저 정도 밖에 안 되는 수준으로 자신만만했던 걸까 하고 몰래 얼굴을 붉히게 되는 경우가 있다. 


다 지나고 나서 돌아봤을 때는 이미 결과와 과정을 아는 시점에서의 시각으로 보기 때문에 아무래도 더 그럴 수밖에 없는 건 있다. 지금은 명백한 일이 그때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절체절명 선택의 기로 앞에서 고심해서 내린 결과였을 것이니까. 


그러나 그런 부분을 감안하고 생각하더라도 부끄러워 지는 건 어쩔 수 없다. 계속해서 새로운 것들이 눈에 들어오고 어떤 게 중요하고 어떤 게 중요하지 않은지에 대한 판단의 잣대가 달라진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욕심이 많았는지에 대한 깨달음이 이어진다. 이 깨달음은 정말이지 질리지도 않고 계속해서 찾아온다. 


지나고 생각해보면 욕심을 부리는 경우의 대부분은 스스로의 자각이 있다. 그 자각이 욕심을 누를 만큼 크지는 않다. 그렇기에 쉽게 지나쳐 버린다. 욕심을 부리지만 이 정도는 부려도 된다고 합리화를 해버린다. 욕심부리지 않고 안전하게 접근했을 경우 놓치게 될 수도 있는 평가이익을 가져다 붙인다.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 큰돈을 벌지 못할지도 몰라. 이 정도 욕심은 내는 게 맞아. 


그런 생각으로 접근한 투자의 결과가 좋지 않은 게 당연하다. 


지금까지 매매해온 종목들을 살펴보면 머리에서 팔았든 어깨에서 팔았든 발목에서 팔았든 손해 보고 팔았든 현재 주가 수준은 그때에 비해서는 지하실의 지하실인 경우가 많다. 지금은 시장이 박살 나서 그런 것 아닌가? 맞다. 그렇기에 더 다행이다. 당시에는 더 먹지 못한 게 아쉬웠지만 지금 와서 보면 저 때 팔아서 정말 다행이다 싶은 종목이 대부분이다. 


큰 이익이든 작은 이익이든 플러스로 마무리했다면 다행이다. 당연하게도 욕심부리다가 결국 손절로 매매를 끝낸 종목도 있기 마련이다. 이런 종목은 두고두고 생각이 난다. 손해에 대한 아픔이 이득에서 오는 기쁨보다 훨씬 더 크게 작용하기에 그렇다. 와신상담하는 느낌으로 그때의 손절을 곱씹는 계기가 된다. 보통은 종목 선택 자체가 잘못되었을 경우가 있고, 종목에 대한 믿음이 없었던 경우가 있다. 


정말 최악은 욕심부리다가 손절로 매매를 끝내지도 못하고 그저 하염없이 들고 있는 케이스다. 예수금이 떨어진 이후의 대책을 세워서 접근한 게 아니기에 비중은 비중대로 높고 대책은 대책대로 없다. 그저 시장에 모든 걸 맡기고 다시 주가 수준이 회복되기를 바란다.


지금 같은 대 하락장에서 개미 투자자 대부분이 이런 종목에 물려있다. 물려있다는 표현은 피동적인 표현인데 본인의 의사결정을 살짝 덮어버리는 뉘앙스를 담고 있다. '내 잘못이 아니야. 나는 물려 있을 뿐이야.' 물려있다니? 내가 내 손으로 매매한 종목인데 물려있다니. 물어도 내가 물었으면 내가 물었지 종목이 나를 물지는 않는다. 이런 표현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물릴 수밖에 없는' 수준임을 알려준다. 


물렸든 물어버렸다가 놓지 못했든 익절도, 손절도 못하고 '물려버린' 종목이 많은 가장 큰 이유는 한 가지다. 


남의 말을 듣고 투자했기 때문이다.


어떤 종목에 투자하든, 어떤 방식으로 투자하든 종목선정과 투자 방식을 철저하게 본인의 것으로 만들고 시작해야 한다. 사실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말 어려운 이야기기도 하다. 종목발굴법 혹은 투자기법을 이해하면 내 것이 된 걸까? 종목선정이든 투자기법이든 직접 실행해보고 투자의 사이클을 경험하면서 충분한 이해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투자에 나서지 않으면 돌발 사태에 대처할 수 있는 내공이 생기지 않는다. 


워런버핏은 이런 말을 했다. '수영장의 물이 빠지면 누가 발가벗고 수영하고 있었는지 알 수 있다.' 특히 하락장에 직면했을 때 진짜 실력이 나타난다. 워런버핏이 위 말을 한 시점은 20년 전 닷컴버블 붕괴 이후다. 어쭙잖게 흉내 내는 모방자들은 금방 가짜임이 들통나는 법이다. 


그리고 지금 수영장 물이 다시금 빠지고 있다. '22년 12월 현재 금리 인상이 한참 진행되고 있는 사이클을 생각하면 아직 물이 허리까지 빠지지도 않았다. 누가 벗고 있는지 입고 있는지 분간이 안 되는 시기인 것이다. 이렇게 빠졌어도 아직 더 남았다는 이야기다.


수영장에 수영복 없이 들어온 사람들이 쫓겨나고 나면 비로소 물이 차오른다. 

나는 계속 수영할 자격이 있는 사람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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