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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Jun 20. 2022

독서바지를 사다.

독서바지를 샀다. 독서바지가 무엇일까? 독서할  입는 바지다.  독서바지가 필요한가? 독서를 하기 위해서다. 독서바지가 없으면 독서하기가 힘든가? 그렇다. 대체 ??


나는 아침 5시 30분에 울리는 알람 하나가 있다. 7시에 울리는 알람이 하나 있고 7시 55분에 또 다른 하나가 있다. 7시 55분은 출근을 위한 마지노선 알람이다. 7시 알람은 출근 준비를 시작하기 위한 알람이다. 5시 30분은 출근 전 독서를 위한 알람이다.


5시 30분에 알람을 맞춰놓았기에 매일 5시 30분에 눈을 뜬다. 어쨌든 알람을 해제하기 위해서라도 눈을 뜬다. 하지만 눈을 떴다고 해서 잠에서 깨어나는 것이 아님은 우리 모두가 매일매일 뼈저리게 경험하고 있다. 출근 및 등교 혹은 미팅 등을 위한 최후의 알람이 아닌 경우에는 특히 그렇다.


다행히 매일 아침 3할 정도의 확률로 다시 잠에 들지 않는 날이 있다. 그런 날은 손을 침대 위로 뻗어 전자책을 쥔다. 전자책을 보기 시작하지만 사실 반쯤은 의식이 날아간 상태로 책을 읽는다. 한 시간을 읽었지만 사실 머리에 남는 내용은 많지 않다. 효율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어쨌든 그 시간을 활용하는 것 자체로 만족하기로 했다.


어느 날은 눈 뜨자마자 화장실이 급했다. 정신이 들자마자 바로 화장실에 갔다. 보통은 돌아오는 길에 침대로 쏙 들어가서 전자책을 손에 쥔다. 그날은 전날 읽던 책이 있어서 그 책을 계속 읽고 싶어 졌다. 전자책이 아닌 종이책이었다. 침대에 눕거나 앉아서 종이책 읽기는 불편해서 의자에 앉았다. 30분 정도 읽었는데 침대에서 뒹굴거리는 것보다는 훨씬 집중이 됐다. 물론 30분이 지나자 다시 졸음이 몰려왔고, 참지 못하고 침대로 들어가서 7시 알람이 울릴 때까지 마저 잤다.


그날 느꼈던 30분간의 집중의 기억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똑같이 아침에 일어나서 책을 읽는데 눈 뜨자마자 누운 자세 그대로 비몽사몽 간 책을 보는 것과 침대에서 벗어나 자리 잡고 책을 보는 것의 차이가 꽤나 컸다. 침대에서 벗어나는 것 자체로 효과를 보는 것 같았다.


1) 알람 → 기상 → 독서 or 다시 잠

2) 알람 → 기상 → 침대에서 벗어남 → 독서 or 다시 잠


알람이 울리고 눈을 떴을 때 침대에서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독서를 하게 될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침대에 누워있는 상황에서는 그대로 다시 잠에 들기 쉽다. 잠에 있어서는 침대가 홈그라운드인 것이다. 하지만 침대에서 일단 벗어나고 나면 다시 침대로 돌아갈지 아니면 다른 활동을 할지에 대한 선택이 동등하게 느껴진다. 침대에서 이미 벗어났기에, 침대에 돌아가는 것 자체가 하나의 활동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왜? 이미 침대에서 벗어났으니까!


그래서 침대에서 벗어나기 위한 방법을 생각했다.


1. 독서용 바지를 사서 5시 30분 기상하며 입는다. 바지를 입기 위해서는 침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2. 5시 30분 기상전용 향수를 사서 그 시간대에 일어났을 때만 뿌린다. 향수는 책상에 있기에 향수를 뿌리기 위해서는 침대에서 벗어나야 한다.

3. 일어나자마자 턱걸이 10개를 한다. 침대에서 벗어나는 것에 더해서 가벼운 운동을 통해 신체에 기상 신호를 알린다.

4. 기상과 동시에 화장실에 가서 손을 씻는다. 침대에서 벗어나는 것에 더해서 손에 물을 묻힘으로써 잠을 깨는 효과가 있다.


사실 네 가지 모두 한 번에 실행할 수 있는 항목들이다. 일어나서 바지를 입고, 향수를 두 번 뿌려주고 화장실에 간다. 화장실 문에 설치된 턱걸이 봉을 10번 당기고 손을 씻고 나온다. 이 루틴의 시작은 눈 뜨자마자 바지를 입는 것이다. 독서 바지를 입는 것이다. 바지를 입으려면 어쨌든 침대에서 나와야 한다. 거기서부터가 루틴의 시작이다. 대신 이 방법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멋진 바지가 필요하다. 새벽에 눈을 떠서 바로 입고 싶어 질 정도로 멋진 바지 말이다.


나는 이 글을 마무리하고 바로 바지를 사러 갈 것이다. 바지가 과연 효과가 있을까에 대해서는 한 달정도 실행해보고 알려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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