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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조 Jun 12. 2022

어깨가 고장났다.

어깨가 고장났다. 뭐 하다가 그런 건 아니고 갑자기 그렇게 됐다. 결혼한 친구 집들이에 갔다가 저녁 먹는 도중에 팔을 그냥 들었던가 팔을 짚고 일어났던가 했었다. 순간 어깨 위쪽이 우지끈하는 느낌이 들었다. 눈앞이 잠깐 아득해지려고 했지만 그 정도로 망가진건 아니었던지 살짝 삔 것 같은 느낌에서 멈추었다. 팔이야 자고 일어나면 괜찮지 생각하고 재밌게 놀고 잠에 들었다.


다음날, 어깨는 계속해서 아팠다. 그냥 가만히 있으면 아프지 않은데 몸에 평행하게 올리면 통증이 느껴졌다. 증상을 검색해보니 회전근개파열이라고 한다. 그래도 팔이 가동되는 걸 보니 파열까지는 아니지 않을까 싶었다. 염증 정도? 혹은 간섭? 그래도 걱정이 됐다. 그나마 유일하게 하는 운동인 턱걸이마저 못하면 어떡하나 싶었다. 일주일에 세 번 하는 운동. 운동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소소한 몸동작의 반복이지만 지금까지 몇 년 동안 지속해온 습관을 이어갈 수 없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운 마음이 엄습했다.


염치불구하고 친구 집에서 자고, 아침까지 얻어먹은 토요일 오전 열 한시. 돌아오는 길에 신도림에 내렸다. 난데없이 유튜브에서 재활영상을 검색해서 따라 하는 나. 구석진 곳 벤치에 앉아 열심히 팔을 움직였다. 평소에 스트레칭이 부족했던지 그 정도 움직임에도 관절이 풀리는 느낌 같은 느낌이 들었다. 


어쩌면 몇 년이나 운동을 계속해 오면서 쌓인 스트레스들이 이번에 터진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터졌다고 할 정도로 큰 부상은 아니지만, 드디어 몸에서 신호를 보내기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턱걸이 개수만을 생각하고 몸에 펌핑이 되는 기분 자체에만 너무 집중했던 것이다. 사실 운동 전후로 혹은 시간 날 때 하는 간단한 스트레칭 동작 몇 번 만으로도 가벼운 어깨 부상 정도는 막을 수 있지 않을까. 3년간 그 마저도 하지 않았던 후폭풍이 지금 닥친 것이다. 


그 이후로 2주 동안 운동을 쉬었다. 어깨에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수준에서 간단한 스트레칭은 꾸준히 시도했다. 그리고 언제 팔이 정상화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뭐라도 해야겠다 싶었다. 하체 운동을 데일리 루틴에 추가했다. 하루에 무조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간에 끼워 넣었다. 바로 아침, 저녁 샤워시간이다. 샤워가 끝나고 스쿼트 50개씩. 하루에 100개 목표. 뭐, 맨몸 스쿼트 50개야 운동 전 워밍업도 안 되는 기본 중의 기본이 아닌가 싶겠지만 이것도 안 하다가 하니까 만만치 않았다. 운동 효과가 얼마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 솔직히 큰 기대는 없다. 하지만 하루 두 번 단 몇 분의 투자로 허벅지가 팽팽하게 당기는 뿌듯함을 챙겨갈 수 있다는 게 정말 만족스럽다. 이것이 이번 어깨 부상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다.  


처음 어깨가 삐끗하고 한 달이 지났고, 이제 조금씩 운동 능력도 궤도에 올라오고 있다. 다만, 이전처럼 무리하게 개수를 늘리는 것보다는 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쥐어짜서 마지막 한 개를 해야 운동 효과가 좋다는 말도 있던데. 뭐, 잘 모르겠다. 운동을 했다는 것 자체에 서 오는 만족감, 그리고 운동이 끝나고 느껴지는 근육의 팽창에서 오는 만족감. 그거면 된다. 극한까지 밀어붙이지 않으면 운동 효율이 떨어질지도 모르겠지만 지금 하는 게 보디 빌딩도 아니고 더 이상의 욕심은 갖지 않기로 했다.


어쨌든 어깨 부상과 함께 매일 뿌듯함을 느끼는 스쿼트 루틴을 추가했다는 것, 그리고 평소에도 스트레칭을 자주 하게 되었다는 것. 두 가지의 성과를 얻게 되었다. 꼭 무언가가 닥쳐서 없어져봐야 정신을 차리는 게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하게 느껴지던 것이 없어졌을 때, 당연한 게 당연한 게 아니었음을 안다. 차마 미리 대비하자는 생각은 할 수가 없다. 당장 인생에서 닥친 과제들을 해결하기에도 버거운 게 우리들 모습이니까. 다만, 지금처럼 작은 신호를 포착했을 때, 상황이 더 악화되지 않도록 혹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정신 차리는 것. 그것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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