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고 보니 내 손으로 고추 한번 말려본 적이 없구나.
해가 오가도 볕이 가벼워지지 않는, 마당 어디쯤에
비닐이나 바구니 깔고 위에 내치듯 올려
소닥소닥 손으로 골라 밑에 깔린 놈 없게 두어
마루에 우두커니 발 그네 타며 바라보고
졸리면 곁으로 누워 손 배게 낮잠 한줌 챙기다가
바람 불면 마른 수건 탈탈 털어 고춧살 훔쳐내고,
소나기 오면 슬리퍼 끌고 주섬주섬 처마 밑에 옮겨 두고,
비 그치길 기다리며 마루 끝 궁상떨고 앉았다가
구름 걷혀 그림자 도망가면
장독대 위 걸레질 몇 번, 그 위로 옮겨 놓고
하늘 한번 쳐다보고 기지개 피는.
어느 날은 하루 종일 비 내려 방 구석에 두었다가
어느 날은 우체부 아저씨 같이 보며 수다 떨다가
어느 날은 종일 바람 불어 신문 덮어 돌맹이 괴고
그렇게 몇날 며칠 하늘 따라 왔다 갔다
두런두런 소닥소닥
한번 말려본적 없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