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념일뿐

by 바다유희

뭐 해 먹고사나

어느 막막한 하루

마당은 잡풀이 무성하고

텅 빈 곳간은 무심히 쓸쓸하고

지천으로 널브러진 풀이라도 뜯어먹고 살아야 하나

세간을 반질반질 닦아놓아도

마음에 진 허기와

가난한 슬픔이 밀려온다


고려적 옛이야기 같은 어머니의 삶은

산으로 들로 초근목피 찾아 헤매셨다지

세상에서 가장 무섭고 두려운 말

“엄마 배고파 “

그 소리가 몸서리치게 무서워

등가죽 벗겨지도록 밭을 매고

나무짐을 지었던 어머니는 어쩌자고

나를 이리 이쁘게 먹이고 재우셨을까

세상 좋은 것은 참을 수없이 탐하게 만드시고

까다로운 나로 살게 하시니

곤궁한 가운데 높은 것만 찾아 헤매니

분수를 모르는 철부지로 키우셨구나


나 뭐 해 먹고사나

고고한 詩로는 밥벌이도 될 수가 없는데

그림 한 점도 좋으면 그뿐 양식이 되지 않으니

뭐 해 먹고사나

마당에 들풀로 피어난 냉이꽃 바라보니

봄 하늘에 어머니 말가니 웃으신다

”밥을 굶냐 자식 배를 곯게 하느냐 “

살아진다 살아진다 다 살아진다

등 따시고 배부른 소리

풀 뜯어먹는 소리 그만하고 퍼뜩 밥 묵어라 하신다

그림/문선미작가:제목/I se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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