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하기 완벽한 날

by 바다유희
꽃 10호 oil on canvas2022.JPG 그림/문선미작가:제목/꽃


내가 사랑하는 모든 것들 위에

찬란한 햇볕 위에

골목 귀퉁이에 쓰러질 듯 피어오른

나팔꽃 덩굴 위에

공사장 철제들이 녹슬어 간 세월에

인간으로 태어난 날들을 한탄한다


내 육신에 던저진

먹이가 된 생명들이

다시 살아서 내 앞에 놓인다면

나는 바스러져서

흙이 되고도 먼지로 사라져 버리고

다시

누군가의 육신으로

생명 되어 피어오를 때

새벽의 나팔꽃이 된다면

그리 된다면

연약한 줄기를 타고 또 타고

허공의 하늘을 향해 노래하는

몇 날을 그렇게 피다가 지다가

찬란한 오늘

오후 세시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자기반성을 하기에 완벽한 날

가차 없이

심판과도 같은 냉랭한 그런 날을

부조리한 날들을 받아 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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