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굠굠 Feb 12. 2021

 맛있는 설, 가장 만족스러운 명절

   



요즘은 옛날처럼 명절 때 친척집이나 시골에 방문하는 일이
많이 사라져 가고 있는 것 같다 


내가 어릴 때는 명절 때 아빠의 차를 타고 엄마와 셋이 

그리 가깝지도, 멀지도 않은 부천 큰집에 가는 게 즐겁기만 했는데 


평소 자주 못 만나는  친척들과 함께 모여 같이 밥을 먹고

거실에 둘러앉아 함께 티브이에 나오는 특집 프로그램을 보며

시끌벅적 함께 하는 북적북적한 명절 분위기가 좋았고


특히 큰엄마, 작은엄마, 고모들과 함께 앉아
손으로 손 만두를 빚는 게 너무 재밌었다. 1회로 그친 경험이기에 

더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는데. 아직도 기억은 생생하다.


만두피에 돼지고기와 함께 다져진 양념을 탁구공만 한 크기로 올리고 

반으로 접어서 손으로 조물조물 뭉쳐 모양을 빚는 그 순간이 

즐거운 놀이시간처럼 느껴져 만두를 먹는 것보다 예쁘게 만들고 싶은 
욕구가 컸다. (열심히 빚었지만 한 번도 예쁘게 빚었단 말은 듣지 못함)


아빠는 나와 다르게 우리들 중 가장 만두를 예쁘게 빚기로 인정받은 이력이 있다


나도 아빠처럼 재주가 있었더라면. 요리에 흥미를 가지고 요리와 관련된
직종을 가지게 됐을지도 있었을 텐데. 

만두를 다 만들고 나면 여자들은 부엌에, 남자들은 TV 앞에  있으며 

지극히 전형적인 명절 모습을 가진 우리 집안이었다.  

그리고 나를 포함한 어린이들은 작은 방에 모여 우리 관심대의
TV 프로그램을 틀어놓고 보다가 그게 질리면 친척 오빠 컴퓨터 앞에 모여 앉아 당시
보글보글 컴퓨터 게임을 했는데 

그 순간 나는 보글보글 게임 속의 초록 공룡에 너무 몰입한 내가 마치 
게임 안에 들어가 있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거기에 경쾌한 게임 멜로디 때문에   

그 속으로 더욱 빠져들게 했지만 친척오빠가 " 너무 많이 하면 전기세도 많이 나오고 

눈 나빠져" 하며 제지하여 1~2시간밖에 즐길 수가 없어 아쉬움이 컸던 것 같다 

떼를 써볼 법도 했지만 어렸을 때도 어떤 자존심이 있었는지  
더 하고 싶다는 말을 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면 우리는 또다시 작은 방에 모여 이번에는 친척 언니가 준비해 둔 
종이 게임 지을 펼쳐놓고 함께 둘러앉아 기뻐하던 지난날들이  
고스란히 기억 속에  저장되어있는데  아쉽게도 이때 이후로는 조금씩

나이를 먹어가면서는 친척집에 가는 것이 귀찮고, 싫어졌다.


친척 언니, 친척오빠도 명절 때 조금씩 친척들이 와도 그렇게 반갑지
않는 것이 느껴졌고. 


우리 어린이들이 조금씩 청소년, 청년이 되면서 

본인만의 성격이 뚜렷하게 형성되고 우리는 어릴 때처럼 그렇게 
둘러앉아 노는 것도, 대화를 하는 것도 사라지게 되었다. 

함께 무언가를 하지도 않게 되며 한 공간에 있지만 각자만의 방식으로 
놀기 시작하며 우리들의 사이는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큰집에 가면 이번에는 또 무얼 하면서 시간을 보낼지에 
대한 걱정이 되고, 즐거워야 할 명절이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몇 년 전부터는 내부적인 이유로 인해
이제부터는 큰집에 가지 않아도 되는 해방감을 누리며
오롯이 집에서 보낼 수 있는 자유로운 명절을 보내고 있다


엄마, 아빠, 나 이렇게 셋이 함께 맛있는 명절 음식을 먹으며 

함께할 수 있음에 감사함을 또 한 번 느끼고,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부담 없이 

하며 자유로이 누릴 수 있는 이 시간들이 보너스 휴가처럼 느껴진다. 

평소 시간에 쫓겨  못하던 것을 하고, 특선영화도 보고 

명절날이면 꼭 먹어줘야 하는 음식들을 잔뜩 먹으며 누리는 

오늘의 명절 연휴가 가장 큰 만족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른 아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