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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ul Oct 27. 2022

4. 버킷리스트

이 날만을 간절히 손꼽아 기다렸어요. 퇴사하는 날


어지러운 머리를 정리하려면 적어내는 수밖에 없다. 나는 퇴사 여행을 갔다 온 후 벌써 절반 넘게 쓴 올해 다이어리의 빈칸을 펴서 퇴사 이후 하고 싶었던 일들을 무작정 적어 내려갔다.   


조카 투어: 이제 어린이집을 가기 시작하며 활동 반경이 넓어진 언니 아들, 몇 주 전 태어난 친구 아들 보러 가서 놀아주고 엄마들의 고충을 좀 덜어주기 (내가 오히려 짐이 되는 건가?)


실내 손세차: 중고차를 물려 받은 지 이제 1년이 넘었는데 내 차 바닥에는 아직 작년 가을 낙엽잎이 굴러다니는 거 같다. 휴우… 차 내부 외부 모두 손세차 해봐야지.


병원 투어: 그동안 미뤄왔던 피부과 그리고 치과 가기. 피부과에서 뾰루지 타파를 염원하며 치과에서 묵은 왼쪽 아래 사랑니 뽑기. 제발!


미술관 투어: 부암동 김환기 미술관과 석파정 미술관, 평창동 가나아트 갤러리,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한남동 타테우스 로팍 갤러리. 혹시 가능하면 부산 조현갤러리에 김종학 전을 볼 수 있었으면.


봉사활동: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재능기부 온라인 수업 잘마무리 하고 10월엔 대면 수업도 잘 기획하기. 나와 내 친구 둘이서 하는 봉사활동. 내가 가르칠 수업은 템페스트 읽고 소설쓰기 수업


동네 도서관에서 책 빌리기: 정말 오래 미뤄왔던 장편소설들 읽기. 보고싶었던 자기 계발서들 후딱 읽기. 군주론 재미있게 읽었으니 군중심리도 읽자. 전쟁과 평화 영문으로 과연 완독 가능할까?


커튼 바꾸기: 커튼 높이를 조절하는 끈이 삭아버렸다. 얼른 커튼 길이 재서 바꿔놓자.


식사 대접하기: 회사 선생님들 집으로 초대해서 맛있는 저녁 대접하기. 학교 선배 만나러 한남동 가기, 시간은 언니한테 맞추자


해보기: 유튜브 찍어서 올려보기, 장편 소설 써보기, 단편 소설 써보기, 에세이집 완성하기, 번역해 보기. 가보지 않은 길에 가능성을 두고 후회하지 말고 다 해보자. 그리고 안되는건 과감히 올해 내려놓자.


적고나니 너무 사소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그냥 책 많이 읽고 한적한 전시관에서 그림 보는거. 꽃시장 가서 화분 사는게 버킷리스트다. 또 다시 보니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못했던 것들을 다 해보고 싶은가보다. 그래, 너에게 시간을 줄게. 행복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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