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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인춘 Jul 18. 2020

나는 잘 살고 있응께
씨잘데기 읎시 전화질 말어

썩을 년 넘들 <19>



시골 사시는 친정엄마로부터 택배 상자가 왔다.

누런 라면 박스를 헤쳐보니

신문지로 싼 고구마와 더덕, 청양고추, 그리고 애호박이 차곡차곡 들어 있었다.

순간 나도 모르게 애증이 교차되었다.

바로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그러지 않아도 만날 허리가 시원치 않다고 하면서 뭐하려고 

이 딴 거 힘들게 보냈냐고 역정을 냈다.

그리고 고구마 값 몇 푼 보낸다고 했다가 욕만 바가지로 먹었다.


써글년!

고고마 겉은 소리허고 자빠졌네.

니 에미가 언제 니년헌테 돈 달라고 글디?

나는 돈이 천징께 나줄 돈이 있으면 우리 손자새끼 이쁜 신발이나 사 신끼 이년아!

돈, 여기주고, 저기주고 글다가 어느 천년에 셋방살이 면헐려고 그냐?

정신 독바로 채리고 살아도 될랑말랑 허것구만 먼 뻘소리를 허냐?


고구매는 니 시어메 쫌 디리고 남으면 느그 식구들 묵어라.

글고 더덕은 끼린 물에 살짝 데치면 껍딱이 잘 벗기징께 꼬치장에 마늘 쫌 찌어넣고

양몀에 쪼물쪼물 하가꼬 꾸워서 김서반 맥여.

니 서방 아츰은 끓여 멕여서 일 보내냐?

이러네저러네해도 서방이 짱짱허야 집안 편하다.


아, 글고 니 허리는 어쩌냐?

젊으디 젊은 것이 뭔 일났다고 허리를 상해가꼬 난리여?

에리나 크나 에미 쏙 태우는 거 보면 웬수도 이런 웬수가 읎당께.

그라고 그넘의 전화질 쫌 작작혀.

무소식이 희소식인갑따 글고 살면 되지.

껀뜩하면 전화질이여.

전화세는 면장이 내 준다디?

그것도 싹다 돈이여. 돈!

나는 몸뚱이 성헌께 땅만 파도 잘 묵고 잘 상께 씨잘데기 읎는 걱정 놔 불고

느그들 잘 살 궁리나 혀, 이년아.

알아묵었냐?

아이고 이 웬수 같은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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