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인춘 Oct 24. 2023

마누라가 사준다잖아!

"어휴~ 8학년이랍니다!"

<62>

- 마누라가 사준다잖아! -   



"마누라가 사준다고 할 때 눈 질끈 감고 그냥 입어요"
"나는 괜찮아. 남은 세월이 얼마나 된다고 또 새 옷을 사? "
" 또, 또  그놈의 세월 타령은...

날씨가 찬데 지금 입을 변변한 외투가 없잖아"

마누라는 수영복이 낡아 새로 한 벌 산다고 백화점 스포츠웨어에 들렀다가
어느 유명 메이커 패딩 매장 앞에서 내 등을 밀어 넣었다.

그러고는 곧바로 신상 패딩 한 벌을 꺼내 입어보라고 채근을 한다.
나는 얼른 가격표를 훔쳐봤다.

<우와~! 몇십만 단위다. 갑자기 간덩이가 오그라들었다>


"싫어, 싫다니까! 몇 년 전에 산 패딩도 있는데 웬걸 또 산다고 그래"
"아휴~! 창피하게 왜 또 고집을 부려!"

옆에 서있는 여종업원도 덩달아 부채질을 한다.
"어머~! 잘 어울리시네요. 사모님이 사주신다고 하시잖아요. 호호"

나는 마누라 성화에 얼른 입었다가 후다닥 벗어던지긴 했지만

신상 패딩은 집에 있는 낡은 패딩보다 훨씬~ 더 포근하고 따뜻했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몇십만 원단위가 어느 개똥이 이름이던가? 

언제 바이바이 할지도 모르는 8학년 나.

정신 차려라!!! 


그러나 결국 신상 패딩은 

내 손에 든 쇼핑백안에 점잖게 들어앉아 있었다.


https://kangchooon.tistory.com/4125

작가의 이전글 또 하나의 가을이 간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