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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단이 Dec 16. 2022

"점심 메뉴는 막내가 골라볼까?"

그냥 윗사람이 알아서 정해주면 안 되나요?

'직장인의 최대 고민은 점심 메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하지만 말단 사원에게는 결코 우스갯소리가 아니다.


말단 사원이라면 한 번쯤은 상사와 함께 먹는 점심 메뉴를 고민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물론 상사의 마음 이해된다. 이왕 사주는 거 먹고 싶은 음식을 사주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하지만 파스타 등 정말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을 말하면 서서히 굳어지는 상사의 얼굴을 볼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상사의 마음에 드는 음식점을 찾기 위해 약속 당일 오전부터 고군분투한다. '김 부장님이 어떤 음식을 좋아하셨더라' 생각하면서 일명 '상사 맞춤형 메뉴'를 찾기 위해 열띤 검색을 한다.


너무 비싸거나 너무 저렴한 가격대의 음식점은 안 된다. 비싼 음식은 괜히 눈치가 보이고, 그렇다고 저렴한 음식은 '사준다고 할 때 비싼 거 먹지'하면서 거절당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기에 나는 보통 상사와 함께 점심을 먹으면 무난하게 '중국집'을 택한다. 짜장면, 짬뽕 등 기본 메뉴가 있는 데다 팔보채 등 고급 메뉴도 있기 때문에 나름 합리적인 선택이다.


하지만 매번 중국집을 갈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그렇다면 말단 사원인 우리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나의 경우를 예로 들며 설명해주겠다.



사진=MBC '무한도전'

# "헉 제가 오늘 업무가 바빠서 음식점을 못 정했습니다ㅠㅠ"


이렇게 말할 경우, 일단 상사가 메뉴를 정해주긴 한다. 하지만 약간의 언짢음이 묻어있다. 실제로 저 말을 했을 당시 나는 과중한 업무로 점심 약속 자체를 까먹고 있었다.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상사 입장에서는 '점심메뉴 하나도 고를 시간이 없나' 하는 생각과 함께 서운함이 들었을 수도 있을 것 같다.


# "얼마 전에 TV 나온 그 맛집 가볼까요?"


소문난 맛집을 상사와 함께 가는 것은 비추천한다. 물론 바로 들어갈 수만 있다면 최고의 선택이다. 하지만 맛집의 경우, 대기줄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내가 본 대다수의 상사는 줄 서있는 식당은 패스하고, 그 옆의 파리 날리는 가게로 들어가는 경우가 더 많았다.


# "일단 따라오십시오."


이 방법은 위험부담도 높지만, 이상하게 나는 성공확률도 높았다. 마치 음식점을 준비한 것처럼 말해놓고, 길가다가 맛있게 보이는 식당이 있으면 들어가는 거다. 어떻게 보면 대책 없는 건데, 점심시간 무렵 길을 걷다 보면 상사가 '오늘은 날씨가 추워서 국물 요리가 먹고 싶네요.'라든지 힌트를 주는 경우가 있다. 그럼 그 힌트를 캐치해서 알맞은 음식점에 가면 다.



사진=MBC '무한도전'

사실 이런 불필요한 고민을 하지 않도록 음식점을 골라주는 상사가 최고의 상사다. 반대로 최악의 경우는 음식점도 내가 고르고 메뉴까지 내가 골라야 하는 경우다.


특히 5인 이상인데 내가 메뉴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닥칠 때 난감함이 몰려온다. 그때는 가끔 중국집이 원망스럽기도 하다. 팔보채·유산슬·깐쇼새우·깐풍새우·라조기 등 왜 이리 메뉴가 많단 말인가. 이쯤 되면 제발 옆에서 아무나 메뉴를 불러주면 좋겠다. (물론 상사와 친한 사이라면 아무 음식점에 아무 메뉴를 골라도 된다.)



물론 비싼 메뉴를 고르면 고르는 대로 사주는 상사도 있다. 또 파스타 같은 양식을 선호하는 상사도 있다. 상사의 유형은 다양하기에 성향에 따라 알맞게 대처하면 된다.


+ 그래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상사와 함께 가기 좋은 음식점 3곳 정도는 알아두추천한다. 3곳만 알아둬도 로테이션이 가능하다. 3년 넘게 직장을 다닌 나 또한 중국집, 김치찌개집, 닭도리탕집 3군데로 연명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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