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살 때부터 일기를 쓴 나는 5년째 매일의 일상을 기록 중이다. 물론 다이어리에는 직장 이야기가 절반 이상이지만, 즐거웠던 경험과 행복했던 기억도 고스란히 묻어있다. 연말을 맞아 일기를 쓰게 된 계기와 쓰고 난 이후 달라진 점을 중심으로 써보려 한다.
주변에서 "일기를 어떻게 쓰게 됐냐"고 묻는 경우가 많다. 사실 난 일기를 자의로 시작했다기보다는 타의로 시작한 경우다.
23살 때 6개월 간 인턴 생활을 했다. 지금도 하루에 몇 번씩 기분이 오르락내리락하는 나지만, 당시는 사회생활도 서툴고 철도 들지 않았을 때라 지금보다 감정기복이 더욱 심했다.
특히 인턴이면 일을 한창 배울 시기라 업무에 능숙지 않은 게 당연한 일인데, 난 선배들과 나를 비교하면서 자책하는 경우가 잦았다. 또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사무실에서 키보드를 거칠게 두드리며 한숨을 푹푹 쉬는 일도 많았다.
그렇게 반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퇴사를 하게 될 즈음 같은 부서 선배는 내게 다이어리를 선물했다. 선배는 다이어리를 건네며 "일기를 쓰면 마음이 다스려진다더라"고 말했다.
초등학생 때 벼락치기로 일기를 썼던 기억이 전부였지만, 선물을 계기로 나는 일상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일기를 쓴 후 마음이 얼마나 평온해졌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확실히 좋은 점은 있었다.
# 과거와 현재를 비교할 수 있다
일기는 온전히 나를 위한 데이터이기에 과거의 내 모습과 현재의 내 모습을 비교할 수 있다. 1년 전 내가 어떤 생각을 했고, 어떤 고민을 했으며, 어떻게 문제를 해결해 나갔는지 등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다이어리에 들어있는 셈이다.
또 과거 썼던 일기들을 보면 대부분의 문제는 시간이 해결해준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가령 1년 전의 나는 술을 하도 좋아하는 팀장으로 인해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다. 그런데 1년 사이 내 부서가 변경됐고, 자연스레 팀장도 바뀌었다. 그렇기에 이전보다는 확실히 편하게 회사를 다니고 있다.
난관에 봉착했을 때도 도움 된다. 가끔 힘든 일이 엎친데 덮친 격으로 몰려올 때가 있다. 그럴 때 나는 과거의 내가 똑같은 날짜에 무엇을 했는지를 확인한다. 그러다 보면 '지금은 이렇게 힘들지만, 1년 전의 나는 그렇지 않았구나' 하면서 '그래, 이번 난관도 지나가리라'는 생각이 든다.
# 일상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
다이어리를 쓰면서 하루를 정리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오늘 부족했던 부분을 한번 더 상기할 수 있다. 그렇기에 오늘보다 더 발전된 내일을 맞이할 수 있다.
또 일기를 쓰면 제삼자의 입장에서 나를 바라볼 수 있다. 나를 거리 두고 바라봄으로써 내가 가는 방향이 옳은지, 목표를 위해선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해 알 수 있다.
#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아마 모든 사람들에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칠 수 있는 대나무숲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실생활에서 타인에게 자신의 감정을 지속해서 배설하면, '감정 쓰레기통'이 된 상대방은 금방 지칠 가능성이 높다.
또, 요즘은 '기쁨을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된다'는 말이 돌 정도로 모두의 삶이 팍팍하다. 그럴 때 다이어리에 감정을 표현해보는 걸 추천한다. 말이 새어나갈 걱정도 없고, 오히려 다이어리에 내 솔직한 감정을 적으면서 마음이 편해질 수 있다.
그리고 원인 모를 불안감에 시달릴 때, 일기를 쓰다 보면 부정적인 감정이 어디서 기인했는지 알 수 있다. 그렇기에 안정적인 감정을 유지할 수 있다.
필자는 일기 쓰는 습관을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그러나 일기를 '과제'처럼 생각하는 것은 금물이다. 그러다 보면 금방 싫증 나기 쉽고, 일기의 장점을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처음에는 그냥 마음 내킬 때 쓴다는 가벼운 마음가짐을 가지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