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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단이 Dec 07. 2022

불면의 밤 계속된다면? 우울증 의심합시다

우울증과 잠의 상관관계

잘 씻고 잘 먹고 잘 자고


이 세 가지만 충족돼도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다고들 말합니다. 하지만 우울증에 걸린 이가 세 가지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기란 상당히 어려운 문제입니다.


특히 저는 '잘 자기'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수면의 질이 상당히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찍 잠들어도 새벽에 깨서 휴대폰을 보는 게 저의 일상이었습니다. 숙면을 취하기 위해 베개 등 침구를 바꾼 것은 물론 안대·필로우 미스트까지 구매했지만 모두 허탕이었습니다.


밤에 잠을 못 자니 일상은 엉망이 됐습니다. 낮에는 졸음과 사투해야 했고, 성격은 점점 모나졌습니다. 또 체력도 좋지 않아져 지하철 계단을 오를 때면 헉헉거리기 일쑤였고, 집중력과 기억력은 점차 나빠졌습니다.


외양도 이상해졌습니다. 피부결은 점점 거칠어지고, 눈은 항상 실핏줄이 터진 것처럼 빨갰습니다. 이렇다 보니 거울 속 제 모습을 보며 자신감을 잃어갔습니다.


하지만 당시 저는 병원에 갈 생각은 하지 않았습니다. '정신과' 하면 누가 봐도 심각한 증상만을 가진 이들이 가는 곳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또 처음 본 사람 앞에서 저의 이런 증상을 나열하는 것도 부끄러웠습니다. 한편으로는 '밤잠은 누구나 설칠 수 있는 건데, 내가 너무 과민 반응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나 불면의 밤은 잦아졌고, 상태는 더욱 악화됐습니다. 오랜만에 만난 한 친구는 "그렇게 말라비틀어져서 회사 어떻게 다니냐."며 잔소리하기도 했습니다. 원래도 마른 체질이었지만, 당시에는 스트레스와 불면증 등이 겹쳐 몸무게가 5kg 넘게 빠졌습니다. 결국 저는 집 근처에 있는 정신과를 방문했습니다.


"무슨 일로 방문하셨나요?"
"제가 우울증 같아요."

"왜 그렇게 생각해요?"
"모든 일에 의욕이 없고, 너무 우울한 상황인데 눈물도 나오지 않아요. 움직이기도 싫고 그냥 잠만 자고 싶어요. 그런데 잠을 푹 자려고 해도 새벽에 항상 깨서 너무 힘들어요."

의사 선생님은 제게 '꾸준한 운동'과 '충분한 수면'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움직이기 싫은 건 이해하지만 억지로라도 산책을 하라고 권하셨습니다.


또 잠을 너무 많이 자서도 너무 적게 자서도 안 된다며 규칙적인 생활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잠에서 자주 깨는 것은 스트레스와 연관이 크다며 생각하기 싫은 일에 대한 생각을 멈추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잠에서 깨지 않을 수 있도록 하는 약도 처방해주셨습니다.


의사 선생님께는 죄송한 일이지만, 사실 저러한 말을 듣고도 저는 운동을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마음속으로는 '어디라도 잠시 나갔다 오자'며 발걸음을 재촉했지만, 그때의 저는 직장생활을 하는 것만으로도 버거웠기 때문에 운동할 엄두가 나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잠이라도 편히 자자'는 생각에 눈을 꾹 감았고, 쓸데없는 생각이 들려고 하면 하얀 도화지를 떠올렸습니다. 또 다른 걱정이 들려고 하면 하얀 도화지 위를 지우개로 지우는 상상을 했습니다. 취침 알람도 설정했습니다. 규칙적인 습관이 수면에 도움을 줄 수 있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제 노력 덕인지 정신과를 꾸준히 다녀서인지 이제는 보통 새벽에 깨지 않습니다. 물론 여전히 스트레스를 받으면 깨긴 하지만 그 빈도수가 줄어들었다는 데서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잠과 우울증은 상관관계가 매우 높습니다. 저는 전문가가 아니라서 정확하게는 설명하지 못하지만, 보통 불면증은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걱정을 하다 보면 몸은 자연스레 긴장하게 됩니다. 긴장감은 내면의 초조함과 불안감을 불러일으켜 온몸을 긴장 상태로 유지시킵니다.


반대로 잠을 너무 많이 자는 경우도 문제입니다. 과도한 잠을 통해 현실의 삶을 잊으려는 이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잠을 자는 행위는 현실을 잊기 가장 쉬운 방법이기도 합니다. 물론 일시적으로 잠을 많이 자는 것은 괜찮지만, 과다수면이 이어진다면 우울증을 의심해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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