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페낭

by 강고요

페낭 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서둘러 밖으로 나가는 문을 찾아 섰다. 스르륵 자동문이 열리자 후끈한 공기가 밀려온다. 아, 동남아구나! 요즘 우리나라 더위가 만만치 않아 그런지 숨 막히게 더운 느낌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덥긴 덥다.

가장 먼저 간 곳은 숙소. 얼리체크인이 되든 안되든 짐은 맡기고 봐야 했다. 그랩 앱으로 택시를 잡아 타고 첫 여행지 페낭 섬(페낭은 섬이다!)으로 드디어 들어섰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첫인상을 눈에 담다 보니 금방 도착.

다행히 얼리체크인이 가능했다. 결제는 숙박비 외 인당 문화유산도시세 2링깃(한화 약 660원)을 현금으로 내야 했는데, 숙소가 위치한 페낭 조지타운(George Town) 도시 일부 지역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었다. 우리가 페낭을 여행지로 택한 이유이기도 했다.


호텔에서 간단히 재정비를 마치고 첫 여행지로 택시로 약 10분 거리에 있는 힌버스디팟(Hin Bus Depot)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힌(Hin)이라는 회사가 20세기 중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버스터미널로 운영했던 곳인데, 운영이 중단되고 오너가 바뀌면서 복합문화공간으로 쓰이기 시작했다 한다.

힌버스디팟이라 쓰인 큰 입구 간판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서자 완전히 새로운 분위기가 펼쳐졌다. 흥겨운 라이브 공연에, 사람들이 모여 앉아 먹고 마시며 음악을 즐기고, 그 뒤 플리마켓에서는 아기자기한 공예품들을 팔고 있었다. 그밖에 카페, 식당, 전시 공간, 서점 등 다양한 상점들이 주변 넓게 자리 잡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정말 맛있어 보였지만 정말 맛없었던) 아이스 라테도 한 잔 하며 한참 구경하다 나왔다. 아직은 낯선 거리를 천천히 걷다 다시 그랩을 잡아 타 간 곳은 츄제티(Chew Jetty)라는 수상 마을.

입구 건너편에 커다란 푸트코트가 눈에 띄길래 요기도 달랠 겸 먼저 들렀다. 나시르막(Nasi Lemak)이라는 메뉴를 시켰는데 나시는 밥, 르막은 기름이라는 뜻으로, 코코넛 밀크로 지은 쌀밥에 멸치볶음, 땅콩, 삼발 소스, 달걀 등을 곁들여 먹는 말레이시아 전통 음식이다. 그중 코코넛 밀크로 지은 밥과 매콤 달달한 말레이시아 삼발 소스가 우리나라엔 없는 독특한 맛을 냈다.

생선까스가 곁들여진 나시르막을 골랐다.
츄제티 푸드코트. 다양한 음식과 음료를 판다.


첫 말레이시아 전통 음식을 맛보고 다시 츄제티 입구로 건너갔다. 수상가옥까지 가는 길에는 관광지답게 기념품과 먹거리 파는 가게들이 양쪽에 줄지어 있었다. 우리는 넛맥(Nutmeg)이라는, 역시 말레이시아 전통 음료를 사 먹어봤다. 우리나라 오미자차와 비슷해 호불호가 없을 맛이었다.

넛맥을 시원하게 홀짝이며 걷다 보니 훅 풍기는 물비린내와 함께 수상가옥이 나타났다. 물 위까지 솟은 기둥들 위로 집들이 여기저기 세워져 있다.

수상가옥은 19세기 중국인 이민자들에 의해 건설된 것으로 지금까지 후손들이 이어 살고 있다 한다. 츄제티는 츄 씨족을, 제티는 부두를 뜻하는데 여러 제티들 가운데 츄제티가 가장 크고 관광객에게 개방된 곳이라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생각했던 것보다는 규모가 크지 않아 금방 둘러보고 나왔다.

시원하고 달달했던 넛맥 음료


밤비행기부터 쉬지 않고 여정을 이어와 그런지 츄제티에서 나오자 갑자기 무거운 피로감이 몰려왔다. 바로 숙소로 가 두 시간 정도 눈을 붙였다. 어둑해질 때쯤 일어난 우리는 저녁을 먹으러 다시 나왔다. 뭐 먹을지 고민하다 딤섬집으로 결정. 해 질 녘 거리를 즐기며 천천히 걸어갔다.

식당은 에어컨 대신 쭉 열어둔 창문 탓인지 바깥의 더운 열기가 안팎 구분이 어려울 만큼 가득 차 있었다. 현지 손님들도 많아서 꽤 북적였는데, 왠지 모르게 그제야 여행 온 게 실감났다.

돌아다니는 딤섬 카트를 붙잡으며 실컷 골라먹고, 숙소로 가는 길에는 마사지 샵에 들러 다리마사지도 받았다(어쩐지 꽤 아프더라니 다음날 멍이 들었다).


길다면 길었던 여행 첫날은 이렇게 페낭과의 첫인사를 나누고 마무리했다.



keyword
이전 01화어디 한번 가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