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은 지켜야 할 자본의 문명이 없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국가 청년들이 서울에 열광하는 것이 의아했다. 그들 국가의 도시가 가지고 있는 아름다운 거리, 유적, 엄청난 작품들을 전시하는 뮤지엄과 박물관, 각종 문화행사가 열리는 극장, 일년내 계속되는 축제를 서울도 갖추고는 있지만 하나 하나 비교하면 서울이 앞선다고 하기에는 부족해 굳이 방문하고 싶은 이유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도시는 문화와 전통을 이루는 개별을 합친 공간 이상이라고 이해되기 시작하는 순간 서울의 매력이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도시를 대상으로 봤을 때는 세계인들이 서울에 매력을 갖는 것이 의아했지만 살아있는 도시로 보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궁금해 진다.
서울을 보면 이 도시가 지금 기쁜지 화가 나 있는지 사랑에 빠져 있는지 꼭 집어 말하기는 힘들지만 이상하게 대번에 알아 차릴 수 있다. 순간 순간 도시 서울은 아이콘을 드러내기에 아이콘을 하나로 고정하기 어렵다. 서울을 보면 세계가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있다고들 말한다. 새롭게 출시된 상품이 다른 도시와 세계에서 히트하고 유행할지는 서울에서의 반응을 보면 알 수 있으니 서울은 현상 하나가 생기고 어떤 방향으로 갈지 예측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바로미터다. 도시 서울은 때론 아파하면서 늙어간다. 병들고 죽어가는 현상을 보여 주기도 한다. 감각하면서 반응하고 재생산 능력을 가지는 면에서 이 도시는 유기 생명체같다. 생명체로서 감정을 드러내는 아이콘, 온 세계 에너지를 가름하는 인덱스, 성장의 의미를 담은 상징 모두를 지니고 있어 도시 서울은 마치 기호의 종합선물세트 같다.
하지만 종합선물세트는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돈만 있으면 언제든 구매할 수 있다. 감정의 기호, 물리적 현상의 기호, 의미의 기호를 담는 저장소와 그런 기호가 흐르는 길 역할을 하는 도시는 흐르는 기호가 사라지면 언제든 폐기될 수 있다. 오래 전 세계의 모든 길은 로마로 흘렀다. 지금은 로마 대신 뉴욕, 런던, 도쿄, 상하이, 서울로 나눠져서 흐른다. 하지만 길이 아니라 지금은 도로이다. 사람, 기업, 문화, 정치가 흘러가는 길은 이제 돈이 깔아주는 거대한 인프라 도로가 아니면 불가능해졌다. 로마시절에도 돈이 없으면 길이 포장되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엄청난 인프라 구축 예산없인 불가능한 도로를 깔아 주어야 흐름을 감당할 수 있다. 다이나믹 서울도 그 중 하나다. 도로 위의 사람, 기업, 문화, 정치의 흐름은 과속하기 마련이고 엄청난 폭발력과 잠재력을 가지는 대신 사고 가능성도 늘 산재한다. 새로운 도로가 생기면 편리한 도로로 흐름은 옮겨가 예전 도로는 버려져 폐허가 된다. 기호의 저장소와 도로라는 도시의 운명도 이와 다르지 않다.
길 위에 답이 있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도로 위에 답이 있다고는 하지 않는다. 로마로 가는 길에는 문명과 인류 기억의 역사가 담겼지만 뉴욕, 런던, 상하이, 서울로 가는 길은 고속도로이다. 사람과 돈이 뜨겁게 모여드는 고속도로지만 높은 속도로 인해 문명과 인류 기억이 머물 공간과 시간이 허락되기 쉽지 않다. 기록될 사건은 무수하지만 역사로 기억되기 힘들어 졌다. 이들 도시가 밝은 미래를 갖는듯 보이지만 실은 엄청난 자본이란 돈이 건설한 고속도로 이상은 아닐 수도 있다. 미래는 선언해야 온다고 하지 않았던가. 메트로폴리탄 도시는 생명체이기는 하지만 운명의 끝이 정해져 있는 성장호르몬 맞은 가축, 유전자 변형 작물이기도 하다. 도시 서울도 분명 같은 운명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도시 서울은 한강의 기적과 같은 반전을 이룰 수 있다. 자본이 함부로 할 수 있어 호구로 봤다면 큰 코 다칠 다이나믹 키네틱을 도시 서울은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의 내리막 곡선에서 디지털 시대를 맞은 런던과 뉴욕은 가지기 힘든 새로운 변화에 대한 본능적 감응과 적응력으로 상징되는 잠재력을 이제 성장을 시작한 도시 서울은 갖고 있다. 뉴욕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성격상 실리콘벨리와 같은 새로운 변화를 창조하는 지역과 보조를 맞추기에 조금 낫겠지만, 런던은 지킬 자본의 유산이 너무 많은 고대문명과 같은 도시라서 변화를 견뎌낼지 의문스럽다. 여전히 강하지만 그것은 과거의 유산 때문이기도 하다.
엄청난 속도로 흐르는 기호 위에 세워질 수 있는 고대 성격의 문명과 인류 기억은 없다. 서울은 다르다. 신체와 영혼 모두 새 것이라 아직 포장지도 뜯지 않은 상태다. 특별히 지킬 자본의 고착된 문명도 없다. 디지털 시대 기호의 엄청난 속도를 견딜 도시는 없지만 속도를 감당할 기호는 분명 생겨날 것이다. 이제 도시는 그 기호를 흐르게 해야 한다. 자본 성격의 화폐 기호를 고집하는 뉴욕과 런던과 도시 서울은 다르다. 뉴욕, 런던과 비교했을 때 특별히 지킬 것 없고 새로운 디지털 문명을 신기해 할 뿐만 아니라 도시의 혈액으로 여겨온 도시 서울은 변화를 즐길 것이다. 물론 걱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생명유기체 도시 서울과 도시를 사는 대중이 아니라 서울 속에서 똬리를 틀고 사는 지킬 것 많은 권위라는 존재다. 이들 존재가 비단 정치, 법, 자본가 뿐들 이겠는가. 디지털 시대 도시서울은 이제 시험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