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돈 주는 편이 낫다
재벌집 손녀딸이 운전 기사의 생일선물을 골라 포장까지 해서 주려고 하자 할아버지인 회장은 화를 내며 선물 대신 현금을 주라고 훈계한다. 최근에 본 드라마의 한 장면인데 재벌가 사람들의 냉혹함을 드러내기 위한 극적인 장면이지만 선물에 마음이 담긴다는 말이 공감된다.
그럼 돈을 주면 마음을 담을 수 없는가? 아니다. 현금을 줘도 마음이 담긴다. 하지만 특정한 말을 하지 않으면 모호한 마음이 순간적으로만 담긴다. 반대로 선물은 고르려고 고민한 마음 뿐만 아니라 어디서 하필 왜 이것을 골랐을까 상상하게 된다. 선물을 고른 마음과 시간의 의미까지 받는 것이다.
현금 받는 것을 좋아한다면 돈이 좋은 것이고 선물 받아 좋아 하는 것은 주는 사람의 선물 고른 시간과 그 마음의 따뜻함을 느끼는 것이다. 돈 선물을 받으면 대개 시간이 지나면 잊게 되고 선물을 받은 사람은 그 마음을 꽤 오랫동안 간직할 수 있다.
해외여행, 출장을 가면 선물 고르는 것이 쉽지 않다. 여행 후 선물을 받는 사람은 여행 중 그 선물을 고른 시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귀국하는 공항 면세점에서 고른 선물을 받으면 딱 그 정도의 마음만 느낀다. 마음을 담아 선물한다는 것은 이렇듯 시간을 담아 마음을 주는 것이다. 선물을 받고는 가격을 떠 올리지 않고 선물을 고르려고 발품을 팔았을 사람의 마음과 시간을 떠 올리게 된다. 선물에는 그렇듯 이야기가 담긴다.
어행을 다녀온 사람이 현지에서 발품을 팔아 고른 쿠키를 맛 보면 그 쿠키를 골랐을 시간의 의미가 떠오른다. 쿠키 브랜드 따위가 중요하진 않다. 이후 세상의 모든 쿠키를 맛볼 때마다 쿠키 맛의 기준이 되어준다. 만약 값나가는 브랜드 쿠키 선물을 받으면 인사치레라는 것을 알기에 선물 받았다는 사실만 기억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