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하단 Mar 07. 2023

생각만 해도 슈퍼맨, 초인, 짜라투스트라가 될 수 있다

니체는 데카르트를 이해하고 있었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란 데카르트의 말만 믿고 사람들은 자신은 존재한다고 믿게 되었다. 생각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염려하면서 이렇게 가다가는 큰 일 나겠다고 생각한 니체는 “짜라투스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생각만 할 수 있으면 누구나 초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니체는 생각하는 것 자체가 그만큼 힘들고 마음만 먹으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니체보다 한술 더 뜬 사람이 있었으니 심리학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 존 왓슨이다. 그는 “사람은 생각같은 것은 하지 않는다. 오직 대화할 뿐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당신은 어제가 생각나는지 질문 받으면 아마 아침에 일어나 커피 마시고 아침으로 먹은 음식과 방문한 장소, 만난 사람들, 그리고 자기 전에 본 방송과 읽은 책을 얘기할 것이다. 아니다. 그것은 생각이 아니라 기억이다. 어제를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 것이다. 기억은 대부분 장면으로 이루어져 있음도 발견한다. 주고 받은 몇마디 말이 장면들에 겹치어 마치 자막처럼 떠 오르지만 뚜렷한건 장면이다. 장면의 이미지 그리고 짧은 말로 우리는 어제를 기억한다.


기억을 구성하는 일들 사이에서 우린 생각한다. 일어나 커피를 내리면서 생각하고 커피를 마시면서 생각한다. 도대체 커피가 뭐라고 나를 이렇게 사로잡는 것일까? 하고 생각한다. 어떤 의미인지 가능한 모든 의미 후보를 죄다 가져와 그 중 그 순간, 커피가 나를 깨우는 그 순간 의미의 후보 중 하나를 선택한다. 생각하는 순간이다. 그런데 여기서 조심할게 있다. 모닝 커피를 마시면서 떠 올라 선택한 의미가 어제, 그제, 몇일전 그리고 오래전부터 늘 느끼던 것과 별로 다를게 없다면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그저 기억하면서 되뇌인 것 뿐이다. 커피를 마시면서 머리에 떠오르는 장명과 하는 말이 늘 똑같다면 로봇이 아니고 무엇인가. 인공지능 로봇도 프로그램만 잘 되어 있으면 같은 말을 반복하지는 않는다. 어제 방문한 곳에서 일생 처음 떠올린 의미를 선택했는가? 그곳에서 만난 사람에게서 의미를 발견했는가? 자기전 본 영상과 읽은 책에서는? 이게 결코 쉽지 않다. 정말 우리는 생각하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은 생각이 생각만큼 쉽지 않으니 생각하도록 노력하라 였던 것이다. 니체와 왓슨은 데카르트 말의 숨은 뜻을 이미 눈치채고 있었던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모든 문은 하나의 벽이다. 근데 벽으로 문이 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