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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단 Mar 10. 2023

당신은 평생 몇가지 개념을 만들었나요?

개념은 생각의 고인물

“생각하라”, “대화하라”, 성찰하는 생각 없이 어떻게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겠냐고 주장하는 쪽이 있다면 다른 한편에서는 자아성찰 가능성에 의문을 품으면서 일상의 대화에 집중하자고 반론을 편다. 하이데거와 왓슨의 다른 생각이었다.


지금까지의 토론을 정리하면 어렵고 때론 불가능해 보이긴 하지만 어쨌든 생각을 하는게 중요하다는 동의는 이룬듯 하다. 그럼 생각하면 도대체 무엇이 나오길래 생각이 그다지도 중요한 것일까? 그 중 하나가 세상에 없던 개념이 생각하면 창조된다는 것이다. 자신의 머리 속에서 떠다니던, 사람들 머리 사이를 흘러가던 생각이 조금씩 고이면서 모여 정리가 되면 개념이 만들어진다.


긴 세월 많은 사람들이 보고도 그냥 지나쳤던 나무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누군가 개념화해 결국 만유인력 법칙으로 연결시켰다. 지금은 당연하게 여겨지는 것들도 처음에는 생소한 개념으로 시작되었다. 정부, 국회, 학교, 낭만파 예술, 큐비즘 미술, 지역공동체, 사회주의 또는 자본주의, 복지, 화폐, 주식 등 모두 처음에는 생각이 모여 만들어진 개념으로 출발했을 것이다. 다른 동물에게서 언어 뿐만 아니라 이런 개념들이 발견되지 않는 것이 사람이 생각하는 위력의 반증이다.


생각하기 그리고 개념 형성은 공히 언어를 매개로 이루어진다. 여기서 언어란 꼭 말과 글에 국한되지 않는다. 말과 글은 물론이고 숫자, 상징, 아이콘 등을 포함하는데 이를 모아 기호라고 한다. 기호는 의미를 전달하는 도구, 매개라고 정의한다.


언어, 즉 기호는 일반화된 도구이다. 한 사람이 말하면 이를 알아듣는 타인이 있는데 일반화된 언어가 있기에 가능하다. 언어 자체에는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의미가 담겨 있지 않고, 상황이 발생하면 언어를 이용하여 생각해 그 상황을 표현하다보면 생각들이 모여 개념이 만들어진다.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개념이 만들어지므로 개념은 일반화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된다. 개념은 유연하고 가변적이며 불안정하지만 자유롭다.


개념을 좀 더 알아보기로 하자. 일반화된 언어 자체에는 아무런 개념이 들어 있지 않다. 언어로 자기와 대화, 즉, 생각하든지 타인과 대화할 때 개념이 생성된다. 첫번째, 말과 글이 개념이 되는 한 예를 들어보자. 겨울의 끝 아직 차가운 땅을 뚫고 피워낸 튤립의 꽃몽우리를 보고 봄이 왔음을 안다면 겨울 다음에 봄이 오는 계절의 순환, 자연의 질서를 확인하는 것이다. 오래전 이런 질서도 누군가의 개념으로 확인되었을 것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시인은 꽃을 피우기 위해 겨우 내내 새들은 목놓아 울었다고 표현한다. 시인은 그렇게 믿었고 봄꽃이 피는 개념 하나가 만들어 졌다. 시인에게는 새의 울음이 봄에 핀 꽃의 필연적인 원인인 셈이다. 시인은 성찰하고 시로 독자와 대화했다. 목놓아 운 겨울은 봄에 꽃으로 귀결된다는 진실을 시인은 믿었고 이를 시란 언어로 표현해 읽은 이의 마음에 하나의 개념으로 전해졌다.


두번째는 돈이란 기호가 개념을 만든 예를 살펴보자. 돈도 언어이기에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튀르키예, 시리아 지진 피해 소식을 듣고 도울 수 있는 길이 현실적으로 거의 없지만 성금을 통해 위로의 마음을 전해 지구공동체 이웃이란 개념이 만들어 졌다. 돈이란 언어가 개념을 만들어 준 예이다.


생각이 모여 개념이 만들어지면 이처럼 귀하다. 개념이 굳어져 지식이 형성되므로 그 가치가 더하다. 만들어지는 새로운 개념이 없다면 세상은 재미없을듯 하다. 하지만 생각이 생각만큼 쉬운 것이 아니듯 개념을 만드는 것이 만만치가 않다. 살아오면서 평생 세상에 만들어 자랑스럽게 내놓을 수 있는 개념이 몇 개나 되나 헤아려 보면 과연 있기나 한 것인가 의심스럽다. 그저 유명한 지식인이나 세계적인 셀럽들이 만든 개념을 받아들이고 이해하기 바빴던 기억 밖에 없다. 이런 고민을 깊이있게 한 철학자가 있었으니 임마누엘 칸트였다. 유명한 그의 저서 “순수이성비판”에서 칸트는 개념을 12가지로 분류해서 생각을 통해 개념에 접근하는 방법을 설명한다. 체계적인 개념 형성과정을 이해하기 원하면 그의 책을 읽길 권하고 싶다. 하지만 순수이성비판을 꼭 읽지 않더라도 우리에게는 본능에 가까운 개념 생성 능력이 있다. 다만 나름의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다. 영화와 드라마를 보고 책을 읽을 때 어떤 개념을 표현하길 의도한 것인가 나름 해석해 보는 식으로도 일상에서 얼마든지 연습할 수 있다.


칸트의 12가지 개념은 참고로 서울신문 “조재원의 에코 사이언스”를 통해 다루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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