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옆구리 쿡 찌르다, 반려水다!
물이 옆구리 쿡 찌르다, 반려水다! Water Nudges
샤워하고 설거지하고 빨래한 물 하수를 버리면 하수처리장이란 곳으로 가 처리되어 강과 바다에 최종 버려진다. 이 길을 따라가 보지는 않았지만 대강은 알고 있다. 그런데 강과 바다에 버려진 다음 물의 여정은 상상하기 힘들다. 하지만 한가지 분명한 것은 언젠가는 다시 돌아온다는 것이다.
가상으로 나마 물 순환의 길을 함께 할 수는 없을까? 왜 이런 생각을 하냐 하면 깨끗한 물은 간절히 원하면서 쓰고 난 후 물은 더러워하면서 빨리 그것도 가능하면 멀리 버리려 하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고 싶어서다. 하수도사용료라는 “정당한” 요금을 지불하고 순식간에 치워달라고 하는 것에 대한 책임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행동을 해도 괜찮은지 또는 다른 길은 정말 없는지 가끔은 궁금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매일 같이 놀고 잘 때도 함께 했던 인형을 커서 나이들면 처분한다. 어린 시절 인형과 평생 함께 할 수는 없다. 생명이 없으니 그렇게 죄책감이 들지는 않지만 어렸을 때 그 시절을 돌아보면 함께 했었던 인형이 지금 어디에 있을까 궁금하고 왠지 가슴 한 쪽이 뭉클해 지기도 한다. 그런데 인형이 아니라 반려견이라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생명이 있고 대화하듯 반응하고 나를 알아보며 함께 나이들어 가고 많은 감정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일방적으로 돌봐 주는 듯 보이지만 실은 서로에게 힘이 되고 서로를 돌본다.
화장실 물 내리고 바로 돌아서 손 씻을 깨끗한 물이 필요하다. 방금 버린 하수 물이 바로 수도꼭지로 돌아와 사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길고 긴 순환의 길을 오랜 시간 거쳤을 뿐 물은 엄연히 물인 셈이다. 엄청나게 생태적인 사람이라면 방금 버린 물과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이 다르지 않음을 온 몸으로 느끼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같은 물이라 느끼지 않는다. 즉, 두가지 모두 물이지만 엄연히 다른 물이라 두 물 사이의 간격은 길고도 멀다.
버린 물과 수돗물 사이의 길고도 먼 간격을 디지털 기술로 줄여보자. 가상 세계 속에서 사는 우리를 한번 상상해 보자. 새로 이사간 아파트는 최첨단 인공지능 장착 전자장비로 생활을 스마트하게 돕는다. 온갖 정보를 대화하듯 제공해 준다. 예전에 살았던 아파트와는 차원이 다른데 AI 도우미가 안내하는 한가지 다른 장치가 유독 눈에 들어온다. 예전 아파트에서는 설거지 하고 난 후, 샤워하고 난 후에 사용한 물이 그냥 하수구로 흘러 내려갔는데 이사 온 아파트에서는 설거지와 샤워하려고 할 때 AI가 물어본다. 설거지 하고 샤워한 물은 어떻게 버릴거냐고 물어본다. 그것이 무엇이 다르냐고 AI에게 물어보니 옵션 1과 옵션 2가 있는데 각 옵션의 하수도 사용료가 다르다고 한다.
옵션 1은 예전 아파트와 동일하다. 물을 쓰고 버리면 하수구로 내려가고 하수처리장으로 가서 처리 후 강과 바다로 방류된다고 한다. 옵션 1을 선택하면 하수도사용료가 1세제곱미터의 물(1톤이라고 한다)을 버릴 때 마다 500-1,000원씩 지불한다. 그런데 새로 이사온 아파트에는 옵션 2가 하나 더 있다. AI가 설명해 주길 옵션 2를 선택하면 물 1톤을 버릴 때마다 600-1,200원씩 지불한다고 한다. AI에게 옵션 2를 선택하면 무엇이 다르냐고 물어보니 이사 온 아파트가 포함된 신도시 지역을 개발할 때 하수를 바로 하수처리장으로 보내지 않고 신도시 지역 내 하수를 처리하는 생태적 처리시설을 추가로 두었다고 한다. 이곳을 이용하는 것이 옵션 2인 것이다.
옵션 2를 선택하면 버려진 하수는 생태적 처리시설로 보내진다. AI는 이어서 한달에 가족의 사용하는 평균 하수량이 약 30톤이므로 옵션 2를 선택한다면 한달에 3천원-6천원 정도를 더 지불한다고 알려 주었다. 그러면서 AI는 현재 살고 있는 지역 하수처리장에서 처리된 후 하수가 방류되는 하천의 오염도가 오늘 유독 심각하니 옵션 2를 선택하면 강을 지키는데 기여하는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AI는 이어 솔깃한 얘기를 하나 더 알려 주었다. 옵션 2를 선택해서 하수도사용료를 10% 정도 더 지불하면 지역 하천을 보다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에 적게나마 기여하지만 별도로 전자 토큰을 준다고 말했다. 10% 정도 더 지불한 하수도사용료 만큼 블록체인 기반 암호화폐 토큰을 지불해 준다는 것이다. 토큰은 이더리움 방식의 계약서를 블록체인을 통해 가지고 ICO로 발행된 것이란다. AI에게 그 토큰을 어디에 쓸 수 있냐고 물었더니 암호화폐 거래소에서 바로 팔 수도 있고 토큰도 암호화폐이므로 전자지갑 속에 두었다가 이를 받아주는 가게에서 물건 구입도 가능하다고 했다. 물론 받아주는 가게가 없으면 사용이 힘들다고도 얘기해 주었다. 최악의 경우는 물 토큰을 받아주는 가게가 없고 암호화폐 거래소에서도 가격이 워낙 낮아 별 소용없을 수도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옵션 2를 선택하고 샤워한 그날 하천 오염이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현저하게 줄어들었다는 저녁 뉴스를 듣는 것 만으로도 흐뭇하다.
최상의 시나리오도 있다. 하수도 사용료를 조금 더 지불하고 받은 물 토큰을 활용할 수 있는 가게가 여러 곳이다. 카페, 식당, 영화관에서도 언제가 부터 토큰을 활용가능하게 되었다. 더 신나는 일도 있다. 10년 전부터 별 생각없이 받아 두었던 물 토큰이 꽤 되는데 거래소에서 상상치 못했던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옵션 2 선택가능한 아파트 단지, 신도시 지역이 현실에서는 어렵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랬더니 챗GPT가 말하길 왜 꼭 당신은 현실을 그렇게만 부정하냐고 한 수 가르칠 기세다. 비록 그런 아파트와 신도시가 없어도 그런 곳이 있다고 상상하고 가상현실 디지털 기술로 옵션 2와 물 토큰을 지금 당장 시행하면 되지 않겠냐고 제안한다. 그런 식으로 상상을 가상현실을 통해 실천하면 실제 현실에서도 실현되는 미래가 온다는 것이다.
AI는 덧붙여 마무리 발언까지 한다. “반려견 처럼 반려水와 함께 사는 세상을 꿈꿔 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