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는 기억(4)

도시의 환경이란 개념

by 강하단

도시는 기억(4) 도시의 환경이란 개념


도시를 기획, 설계, 운영하는데 오해하여 자칫 그르칠 수 있는 대표적이 것이 도시의 환경이라는 개념이다. 대개 환경을 도시의 핵심적인 주활동을 보조하고 지원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도시를 관통하는 하천, 도시 주변 숲, 공기와 대기, 도시 내 토지, 도시개발 정책, 인프라 시설 등을 환경이라 믿는다. 물론 이런 모든 것이 환경이기도 하지만 몇몇 예일 뿐이다. 환경을 개념으로 제대로 이해해야 도시 활동이 제대로 드러난다. 환경은 활동이 일어날 수 있는 조건과 그 조건을 구성하는 감각 가능한 물질로 정의할 수 있다. 즉, 도시환경은 도시의 목적이 작동하는 조건과 조건이 작동하는데 필요한 감각 물질이다. “감각 물질”을 이해해야 하는데 예를 들면 물이다. 국가 정책 또는 대규모 자본이 기획하는 도시의 무대에서 물은 언제나 공급가능하고 사용한 하수는 깔끔하게 처리될 수 있어야 한다. 인프라 시설을 통해 해결된다. 도시민은 공급되는 물을 수도꼭지를 틀어 사용하고 사용 후에는 하수구에 버리면 그만이다. 대신 수돗물값과 하수도사용료를 지불한다. 도시는 시민이 지불하는 상수도사용료와 하수도사용료를 이용하여 인프라 시설인 정수장과 하수처리장을 유지관리한다. 정책과 청사진 속 물은 인프라시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데 물이 도시란 무대 위 주역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물은 환경이라 도시 무대에 직접 출연해서는 곤란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도시의 물에 대한 “조건”이다. 앞에서 조건이 환경이라고 했지만 사회는 환경물질 대상을 정한 후에 이를 조건화하는 도시계획을 늘상 해오고 있다. 도시의 물환경은 간단하고 정확하게 기능해야 한다. 수도꼭지 틀면 물이 나오고 사용한 물은 간단하게 버릴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조건으로 물이 사용되어야 한다. 만약 물에 문제가 생기면 물을 사용하는 도시민 사용자에게는 아무런 책임이 없다. 물에 대한 아무런 결정권이 애초부터 없었기 때문이다. 수도꼭지를 틀면 안전한 물이 나오게 해야 하는 누군가, 즉, 지자체 정부 또는 수자원공자에게 모든 책임이 있다. 우리는 그것을 물환경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우리 나라만이 아니라 전세계가 그렇게 이해하고 알고 있다. 비단 물만이 아니다. 전기도 마찬가지다. 국가 또는 기업이 공급하고 도시민은 그저 쓰고 사용료를 지불한다. 좀더 확대해 보면 먹거리 식량도 비슷하다. 심지어 사는 집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누군가 설계하고 건설해 아파트를 공급하면 분양 또는 거래를 통해 구입해 산다. 도시민은 늘상 그냥 “쓴다”, “소비한다”, 그리고 “지불한다”란 배역을 도시라는 무대 위에서 소화해내고 있다. 그러니 특별히 자신의 배역을 공부하지 않아도 된다. 그냥 배역에 필요한 “돈”만 있으면 된다. 때론 배역을 소화해 내는 것이 돈인지 도시민 자신인지 혼란스럽지만 그렇다고 별다른 도리도 없다. 도시기획 정책과 계획 청사진은 도시의 환경은 모두 제공해 줄테니 도시로 와서 지속가능한 행복한 삶을 살면 된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들은 그것이 사회의 정상적인 질서라고 배경과 이유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준다. “그들”이 말하는 이 모든 도시의 질서 속에 환경은 그저 쓰고 버리는 것을 안정적으로 싸게 공급하는 도시의 주변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환경이 일상의 삶 속에 스며들기 어렵다. 만약 일상으로 스며들면 질서를 어지럽히는 장애물이 되고 심지어 반사회적이라고 치부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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