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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단 Dec 02. 2023

대학의 기적, 다학제 융합이 가능하다고 믿다(1)

분과학문의 등장

분과학문의 등장:

지금의 분과 학문의 분류는 18세기 계몽주의 시대로부터 비롯되었다고 알려져 있다(Book “the Promise of Infrastructure”, 2018 Duke University Press, Chapter 8 (Sustainable Knowledge Infrastructure, by Geoffrey C. Bowker)). 지식이 확고해 지기 시작한 것이 아니라 생긴 지식을 확고하게 믿기 시작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확고한 지식이 생기니 이를 가능한 많은 사람, 특히 다음 세대들에게 전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했을 것이다. 지식의 양도 많아졌고 산업혁명 이후 쓰일 곳도 이전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늘어나니 하나의 학문 속에서 체계적으로 분류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여러 학문으로 나누어지는 분과학문의 배경이었을 것이다. 분과되는 초기 나누어 주는 학문과 떨어져 나오는 학문이 있었을 것이다. 즉, A라는 학문이 있어 분과되어 B와 C로 나누어지는 것이 아니라, A는 A와 B로 나누어졌다. 물리학에서 물리학, 화학, 생물학 등으로, 철학이 철학, 윤리학, 미학 등으로 분과되는 식이다. 계몽주의 시대에는 소위 “-올로기(-ology)” 학문의 분과시기로 알려져 있다. 사회학, 인류학, 심리학 등 영어 단어의 접미어로 -ology가 붙어 있는 학문들이 대거 분리되었다. 공학분야에서도 애초 군 공학이 군대가 맡아 전쟁을 준비했다면 민간분야를 담당할 목적으로 토목(civil)공학이 생겼다. 이후 토목공학은 토목공학, 화학공학, 기계공학, 전기공학으로 분과되었다. 분과를 해주는 학문과 분과되어 나온 학문은 전문 영역이 다르다. 전문성을 새롭게 규정하고 그 범위 내에서 이론과 실용을 연구했고 규정한 전문 영역의 범위 내에서 교육을 수행했을 것이다. 일단 분과되고 나면 분류 속에서 학문의 전문성을 가지는 학자가 정의된다. 한 분과 학문의 학자는 다른 분과 학문의 학자와 쉽게 교류하지 못하게 되는 배경이다.


학문의 분과 후 형성된 학문분류는 귀납법 과정에서의 분석하는 과정과 많이 닮았다. 대상을 관찰하고 단번에 알아차기 어려울 때 분석한다. 분석해 나눠진 요소는 상대적으로 단순한 특성을 갖는데 잘게 나누면 나눌 수록 요소가 나타내는 특성은 간단해져 지닌 원리를 찾기 쉬워진다. 하지만 분석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너무 잘게 나눈 탓에 다른 성격을 띤다는 것이다. 즉 분석하면 원리를 찾기는 용이하지만 발견한 원리가 원래 알고자 했던 대상의 원리와 같지 않을 수 있다. 그런 연유로 귀납법은 분석하여 얻은 원리들을 합치는 합성 과정을 거친다. 귀납법에는 큰 전제가 하나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분석하여 발견한 원리들을 합쳐 합성된 원리는 분석 이전의 대상의 원리와 같다고 믿는 것이다.


귀납법 관점에서 보면, 분과된 학문에서 발견된 지식들은 반드시 합쳐져서 분과되기 이전 학문의 지식을 탄생시켜야 한다. 그런데 분과학문 지식의 합성이 귀납법 분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다. 왜냐하면 분석이 대개 개인차원에서 이루어진다면 분과 학문의 귀납법 합성은 서로 다른 분과학문 전문가들이 모여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분과학문이 연구한 지식은 다른 분과학문의 지식과 합쳐진다는 전제를 하지 않는다. 애당초 그런 접근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분과학문은 귀납법 대신 연역법이 가진 방법론을 취한다. 연역법은 분석 요소가 지닌 원리가 가설을 통해 보편적 이론으로 정착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칸트 순수이성비판). 연역법 논리가 이용되자 분과학문은 분과학문간 이론 합성을 통해 분과 전 학문으로 굳이 회귀할 필요가 없어져 버렸다. 즉, 분과학문간 교류는 갈수록 요원해지게 된다. 분과학문 속 학자는 다른 분과학문의 눈치 볼 것없이 전공 학문에 집중할 수 있고 많은 경우 자신의 분과학문이 다른 분야보다 우수하다는 자신감을 가지게 된다. 사회 또한 높은 전문성을 필요로 하므로 분과학문 학자 전문가의 지식을 필요로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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