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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단 Dec 04. 2023

대학의 기적, 다학제 융합이 가능하다고 믿다(3)

분과 학문이 만날 수 있는 약속 장소가 없진 않다

분과 학문이 만날 수 있는 약속 장소가 없진 않다


학문의 분과를 얘기한 것이 전문화 지식을 생산하는 학자 공동체와 분과 학문의 단련법 그리고 공동체 지식의 방향성과 질을 제시하는 지식 인프라까지 이어졌다. 지식 생산의 표준화는 분과 학문간 높은 벽을 만들었다. 분과 학문간 다학제 융합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는 배경이다. 이를 위해 다학제 단련법 교류를 강조하지만 단련법 자체가 각 분과 학문의 특정 한계를 규정하는 전문성을 기반으로 형성되었기 때문에 서로 다른 단련법을 어떻게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인지 때로는 의아하다. 단련법은 본질적으로 경계를 짓는 특성이 있으며 서로 다른 분과 학문의 경계가 다른데 어떤 교류가 가능한지 묻는 질문이다. 우선 서로 다른 분과 학문의 학자들이 만나면 언어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금방 알아차린다. 학문의 언어가 다른데 어떻게 제대로 된 소통이 이루어질 수 있으며 연구와 교육을 위한 단련법의 교류가 가능하겠는가. 말이 교류이지 해결해야 할 문제를 공유하면서 수행하는 프로젝트라고 하더라도 각자의 분과 학문 전문 지식을 이용해 해결한 결과를 프로젝트 후반부 합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단련법 교류와 결과의 단순 합침을 혼돈한 것이다. 결과를 합치는 과정에 있어서도 자신의 분과 학문이 우위에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을 잊지 않는데 한 수 알려준다는 식의 태도를 취하기도 한다. 그런데 분과 학문과 타 분야와의 단련법 교류를 다루면서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이 있다. 애초 분과된 두 학문이 비록 서로 다른 전문지식 단련법을 지니지만 공통의 영역은 어쩔 수 없이 존재했었다는 점이다. 이를 우리는 서로 다른 분과 학문간 존재하는 경계층이라고 한다. 철학과 윤리학, 철학과 미학, 철학과 심리학, 물리학과 화학, 물리학과 생물학, 토목공학과 화학공학은 분명 전문 지식을 형성하고 교육하는 단련법이 다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 분리될 때 단련법을 규정지었던 범위와 한계에는 분명 겹치는 영역이 있기 마련이다. 만약 분리되는 분과학문간 겹치는 영역이 없다면 굳이 분리하는 절차를 밟지 않아도 완전히 다른 학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분과했다는 것 자체가 뿌리가 같아 다른 가지를 치는 절차를 밟았다는 증거가 된다. 하지만 분과 후 오랜 시간이 흐른 지금 겹치는 학문 방법론 영역이 없는 완전히 다른 학문이라는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여기에 다학제 융합의 열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애당초 가졌지만 지금은 간과하고 자칫 잊고 있는 겹치지는 학문의 공통 특성 영역을 살피는 것이다. 그것만이 다학제 융합 노력이 가능한 길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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