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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단 Dec 05. 2023

대학의 기적, 다학제 융합이 가능하다고 믿다(4)

경계층 이론

경계층 이론


경계층이라는 영역을 예를 들어 이해해 보자. 기름과 물이 접해있다고 가정하면 기름에게는 물이, 물에게는 기름이 주변 환경이지만 기름과 물이 이루는 경계층은 기름과 물 모두에게 환경인듯 환경 아니고 환경이 아닌듯 하지만 환경이기도 하다. 물 보다는 기름과 더 친한 물질을 일상에서 찾으면 고추의 매운 맛을 내는 성분이 있다. 매운 고추를 먹어 괴로우면 물을 마셔서는 매운 기가 가시지 않는다. 고추 속 매운 성분은 물을 좋아하지 않아 물과 잘 섞이지 않기 때문이다. 물 대신 우유를 마시면 매운기가 입 속에서 사라지는데 우유 속 기름이 매운 성분을 가져 가기 때문이다. 컵 속에 물과 기름을 반씩 붓고 매운 성분을 강제로 물 속에 집어 넣으면 매운 성분은 물 보다는 기름을 좋아 하기 때문에 물에서 기름으로 이동할 것이다. 하지만 기름으로 직접 점프하진 못하고 반드시 경계층을 지나서 가야 한다. 매운 성분은 물 속에서는 빠른 속도로 경계층의 물쪽 면까지 이동하지만 경계층 내부에서는 아주 느리게 그리고 힘들게 통과한다. 하지만 일단 경계층을 통과하면 기름쪽으로 순식간에 넘어갈 수 있다. 도시 도로의 교통체증을 봐도 유사한 모습을 관찰할 수 있다. 여러 도로가 겹쳐 한쪽은 꽉 막혀 있고 다른 쪽은 원활해도 늘 일정 구간의 경계층은 존재한다. 이 구역을 지나면 다시 원활해진다. 도시와 자연환경과의 관계도 예외가 아니다. 도시는 자연환경과 경계층을 이룬다. 도시 속 강변은 다름 아닌 경계층의 한 예인데 자연을 그리워 하는 시민들이 그곳으로 몰려드는 이유가 있었다. 물론 강변이라는 경계층까지는 쉽게 왔지만 경계층을 극복하고 자연 속으로 이동하지는 못한다. 그만큼 경계층에서 다른 영역으로 이동하기 힘들다. 도시인들은 경계층에서만 머물다 돌아오는데 자연에 대한 그리움도 분명 있지만 도시 생활을 더 선호하기 돌아오는 것이다.


공간 축을 시간으로 옮겨도 경계층이 있는데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하는 경계에 청소년기가 있고, 가정에서 사회로 이동하는 경계층에 학교가 있다. 신과 인간의 경계층에 성당, 교회, 사찰이 있고, 국가가 접하는 경계층에는 국경이 있다. 모든 경계층에서는 이동하려는 모든 것이 속도를 늦추어야 하므로 사람이 몰리는 특성을 가진다. 또 다른 특징도 있는데 경계층을 뚫고 가지 못하고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는 또는 돌아가야 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수많은 만남이 경계층에서 이루어진다. 만나서 친해지는 속도가 느린 것은 경계를 이해하면 당연하다. 모르는 사람을 만나면 바로 친해지지 않고 “경계”한다고 하지 않는가. 경계에서 친해지는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경계층에서 경계하기 때문에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다. 경계층에서 느낄 수 있는 급격한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풀어주는 것이 웃음과 울음이다. 웃음과 울음 없이는 충격이 너무 심해 받아들이기 힘들기 때문이다. 자신의 몸에서 자체적으로 만들어 내기도 하지만 사회현상에 대해 개인이 자체 해결하기 힘들 때 그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개그맨, 코미디언이고 예술가이며 영화와 같은 미디어다. 예술은 어쩌면 경계층에서 고통받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이루어 지는 모든 활동인지도 모르겠다. 분과 학문 사이 경계층에서도 어쩌면 예술이 담당하는 역할, 즉 타 학문에 대한 두려움을 풀어주는 것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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