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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단 Dec 15. 2023

대학의 기적, 다학제 융합이 가능하다고 믿다(12) 끝

인공지능은 분과학문의 하나 그 이상은 아니다

(12) 인공지능은 분과학문의 하나 그 이상은 아니다


아무리 위력이 대단하다고 해서 인공지능이 초월적 이론을 가지고 절대적 가치를 뚝딱 만드는 것은 아니다. 사실 모두가 이를 알고 있다. 대중 소통으로 만들어진 빅데이터를 기반하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결과를 절대적 논리를 가진 것으로 신성시 하는 이유는 인공지능이 해 내는 작업의 결과가 대단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공지능의 기반인 빅데이터는 여전히 대중 소통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난로 성능이 아무리 뛰어나도 땔감없이는 불을 피울 수 없고 명품 전기차라고 하더라도 연료인 전기가 충전되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땔감 나무와 전기가 인공지능 역할을 하는 난로와 전기차의 빅데이터인 것이다. 전기차 연료가 화석연료 인지 재생가능 에너지로 달라지듯 빅데이터 또한 대중이 사용하는 소통 언어, 소통 기호에 따라 달라질 것은 자명하다. 대중이 어떤 말을 쓰는지, 어떤 구매를 어떻게 하는지, 자원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질이 현격히 다른 빅데이터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은 하늘에서 뚝 떨어진 요술 방망이가 아니다. 이를 빨리 간파할 필요가 있다. 인공지능은 이제 하나의 분과 학문으로 분리되어 자신만의 고유 단련법을 갖는 학문 영역으로 독립했다. 지금은 개발의 초기 단계라 여러 다른 분과 학문에게 자신의 여러 위치를 허락하고 있지만 머지 않아 인공지능도 분과 학문의 높은 벽을 두를 것이 분명하다. 이를 아는지 또는 그냥 모르는 척 하는지는 몰라도 거의 모든 분과 학문이 인공지능을  이용하고 응용하는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물론 인공지능의 위력이 대단하다보니 이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분과 학문이 정체성인 단련법의 한계를 벗어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공지능을 사용한다는 이유만으로 지식의 합리성을 인정받으려 해서는 곤란하다. 2000년대 초 유행처럼 불었던 나노 바이오 열풍을 보는듯 해 씁쓸하다. 당시에도 거의 모든 과학과 공학 분야에서 나노기술, 유전자기술을 디폴트로 사용하는 유행이 불어닥친 적이 있었다. 분과 학문 고유의 단련법과 연구방법론 속에서 한계를 합리적으로 꼼꼼하게 따지기 전에 나노와 유전자 기술이라면 거의 무조건 쓰고 융합이란 이름으로 연구를 진행하던 시절이 있었다. 당시에도 국가 연구개발에서 나노와 유전자 중심 바이오 기술에 엄청난 예산이 배정되었다. 지금의 상황이 그 당시와 너무 비슷해 놀라고 또한 두렵기만 하다. 새로운 과학기술의 접목을 부인해서도 안되지만 그렇다고 일단 적용해 보고 판단하는 것은 과학자의 올바른 태도라도 보기 어렵다. 대신 인공지능 기술을 하나의 독립된 분과학문으로 빨리 받아들이고 인공지능 분과 학문과 함께 가기 위해서 빅데이터 생성에 기여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것이 디지털 시대 과학기술 역할을 제대로 하는 것이라 믿는다. 빅데이터 생성의 도구인 소통의 기호를 자신의 분과 학문에서 단련법의 한계 내에서 제안하고 분과학문 전문 영역의 언어를 대중 일상의 언어로 해석해 내는 작업을 해야 한다. 빅데이터의 건강한 복잡성을 만드는 소통 기호의 다양화가 분과 학문간 경계층을 윤택하게 하고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인공지능 분과 학문의 중재역할을 돕는 길이다. 그것만이 디지털 시대가 가져다 준 모처럼의 분과 학문간 다학제 융합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길임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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