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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하단 Jul 24. 2024

부처 만나면 부처 죽이듯 선생을 스승으로 만들어 주려면

스승을 삭제하다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듯 선생을 스승으로 만들어 주려면


총 16강으로 구성된 독일철학 강좌의 5강에 이르러 머리에서 녹물이 흘러 내리는 느낌을 받는다. 하나의 사상이 이어지려면 예외없이 비판 받아 극복되어지는 과정을 거친다는 것을 발견한다. 강의를 진행하는 분은 “스승은 삭제 되어야 한다”고 하시니 마치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그 자리에서 죽이라고 강조하는 불교의 선지식을 듣는듯 하다. 불교의 이런 말을 들었을 때는 그런가 보다 했었는데 칸트로 시작한 사상이 칸트를 죽임으로써 칸트를 극복하고 결국 칸트 사상을 완성하는 것이라는 생각에 미치게 되었다.


학교 교육의 실상을 알기 전에는 명쾌한듯 보였지만 조금씩 알아갈 수록 오리무중이기만 하다. 제자 한 명에 지옥문 하나가 열린다는 것은 문제의 원인이 제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제자를 받을 수 있는 선생이 얼마나 되기 힘든지 말하는 것이다. 무모하지 않으면 제자를 교육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지나고 보니 부끄러움만 남아 있다. 단 하나 위안이 되는 것은 그래도 제자에게 선생의 고민을 남겨 두었다는거다. 그것 외는 선생으로 한 일은 아무 것도 없었다.


선생이 스승이 되려면 선생이 남긴 작은 실마리만 학생은 기억해야 한다. 선생의 이름과 모습과 모든 기억을 삭제할 때만 선생은 스승으로 남을 수 있고 학생은 제자가 될 수 있다. 여기에는 아무런 예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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