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초대장, 파란 초대장
누군가 자기 집으로 당신을 초대하면서 “어서 오세요, 집에 아무도 없어요” 혹은 “모두 있으니 와도 되요” 라고 한다면 어떤 초대의 말을 들었을 때 당신을 좀 더 가고 싶은 마음이 들까? 전자의 경우 나만 선택 받았다는 기분 좋은 느낌을 받을 수 있고 가면 얻을 수 있는 많은 매력이 있을 가능성도 높다. 반면 왠지 부담스럽다. 홀로 초대 받았으니 가면 꼭 해야 하는 것도 있고 떠나고 싶을 때 마음대로 자리를 벗어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두번째 모두 그곳에 있으니 오라고 하는 초대는 우선 부담이 없다. 갔는데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냥 나와도 표시도 날 것 같지 않다. 나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겠지만 모두 와 있다고 하니 매력은 분명 있겠지 하는 믿음도 가고 꼭 차린 것은 많지 않더라도 그곳에 온 사람들과 재미있게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산은 두 개의 초대장을 동시에 보낸다. 정상에서 보내온 초대장과 정상을 뺀 산의 모든 곳에서 보내온 초대장이다. 정상에 가장 먼저 오른 사람에게 주는 상은 하나지만 산을 오르며 보는 모든 풍경은 사실 그 어떤 것과도 비교 안되는 순간이다. 산을 오르는 순서로 경쟁을 할 수 있지만 왜 굳이 그런 경쟁을 하는지 때론 의아하다. 산을 오르며 보는 모든 풍경의 모습은 단 하나도 같지 않기 때문이다. 산의 정상에 오르는데 걸린 시간이 가치인가 산을 오르며 찾아낸 모습 속에 가치가 있겠는가? 산 정상에 가장 먼저 오른 사람이 가치로운 풍경의 유일한 모습을 찾았다고 믿는 경향이 있지만 그렇지 않음도 우린 안다. 그런데 왜 굳이 경쟁을 하는 걸까. 산 정상에 먼저 오르는 짜릿함으로 초대장을 만드는거다. 그런 초대장이라도 보내지 않으면 산으로 아예 오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로 나가는 당신에게 두개의 초대장이 도착해 있다. 수신인은 당신이고 보낸이는 세상이다. 등기로 보내온 두가지 초대장 어디에 수취인 서명을 할지 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