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에서 연결로 돌아가야 하는 교육
시멘트 같이 굳어 경화된 교육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교육 현장의 소통 언어가 학점인지 확인하면 된다. 대학의 경우에는 학위와 세계순위, 국내순위이다. 강의가 학점이고 대학이 곧 학위이지만 교육의 핵심 기능은 여전히 작동하고 있다.
인공지능, 반도체와 같은 국가의 미래 먹거리 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를 양성하는 역할을 대학이 담당한다고 우린 믿는다. 이를 위해 국가를 대표하는 정부는 대학에 예산을 지원한다. 대학은 예산 확보를 위해 구조개편하면서 해당 학과를 신설 또는 유사학과에 학위프로그램을 개설한다. 인재양성을 꼭 대학이 담당해야 하는 이유가 여럿 있지만 불만을 가지면서도 대안이 없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승인한 학위 자격증 구조다. 이 구조의 기능은 효율적이고 강력하게 작동한다.
질문을 던져보자. 대학에서 학위를 없애도 우리는 국가 선정 유망산업분야의 지식을 공부하기 위해 여전히 대학에 진학하는가? 냉정하게 얘기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자격증으로서의 학위가 필요하니 수업은 또 다른 권위가 필요하다. 학점이다. 학위로 모이고 학점으로 운영하는 대학 구조인 셈이다.
학위와 학점을 없앨 수는 없다. 언제가 그런 세상이 올지 모르지만 당장 지금은 학위와 학점을 무색하게 만들 현실적인 대안이 필요하다. 언제까지나 대학순위로 학생을 모집하고 학점으로 학생들을 공부하게 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학위와 학점은 교육소통의 언어, 기호, 의미를 담는 그릇일 뿐이다. 학위를 보면 국가유망산업인재가 보이니 상징이고, 학위와 학점은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알 수 있는 풍향계와 같은 지식의 바로미터와 지표이다. 달리 표현해 보면, 학위없이 인재를 알아볼 수 없고 학점 없이는 학생의 지식을 가름할 지표가 없다. 그런 알고 보면, 풍향계 없다고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을 모르지는 않는다. 온도계 없다고 더위와 추위를 모를소냐? 그냥 감각하지 않으려 할 뿐이다.
멀리서 교육을 보면 경계가 뚜렷한 매직박스 밖으로 학위와 학점이 생산되는듯 보인다. 극단적으로 ‘교육 = 학위/학점’의 모습이다. 이제 질문을 제대로 할 시간이다. 질문이 적합하면 답은 대개 찾아진다.
“교육현장에서 학위와 학점과 경쟁해 교육자와 피교육자가 정보 전달이란 목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다른 언어/기호는 없는가?”
질문의 핵심 본질은 무엇인가? 어머니의 도시락, 할머니의 용돈을 받고 자식과 손주가 밥만 먹고 돈만 썼다고 해서 도시락과 용돈의 잘못은 아니다. 학위와 학점만 탓하고 있을 수는 없다. 의미, 지식과 정보를 전달할 다른 도시락과 용돈, 수단을 찾아야 한다. 수단이란 그릇을 찾을 수 있다면 학위와 학점으로 경화된 교육현장의 고인 물 질서가 풀려 나갈 것이다.
교육이 ‘기능’에서 ‘연결’로 돌아가야 한다. 표준화를 교육 언어 다양성으로 풀어야 한다. 훌쩍 커 버려 용돈이 아니면 전달하기 힘든 할머니의 정을 담을 수 있는 아이디어 그릇이 있어야 비로소 손주와 할머니는 다시 아이가 어렸을 때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