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은 기다림의 예술

스페인 세비야 성당 제대로 보기

by 강하단

학점 이전에 수업시간 소통이 있었고 소통이전에 서로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교육의 회복은 관심으로 돌아가 수업시간, 소통의 결과인 학점을 되돌아보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


보고 듣고 맡고 만지고 또 맛보고 싶은 것이 있는 여행지가 생기면 가야 한다. 여행지에 대한 관심이다. 비행기, 기차, 버스, 자가용 또는 도보로 갈지 결정하고 도착하면 보고 싶었던 풍경 보고 듣고 싶은 소리 듣고 맡고 싶었던 향기 맡고 만지고 싶은 나무, 돌, 물을 만지고 맛보고 싶은 음식을 사 먹는다. 여행지와 소통함으로써 연결되었다. 여행지에 대한 관심이 현장에서의 소통으로 이어진 성공적이고 행복한 여행이었다. 시간이 지나 다른 여행지 한 곳에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 여행지의 보고 싶은 풍경과 듣고 싶은 소리는 인스타그램에서 보고, 만지고 싶은 대상은 상상하면서 인근 공원에서 해결하고 여행지에서 먹고 싶은 음식은 근처 레스토랑에 가서 동일한 메뉴를 주문해 먹으면서 여행지에서 먹는 상상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의외로 만족이 크다. 대부분의 관심이 해결되었기 때문이다.


첫번째 여행과 두번째 여행의 차이는 무엇일까? 엄밀하게 따져보면 사실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감각하는 것 모두가 비슷했고 경우에 따라 만족도가 더 높아서 굳이 여행지에 직접 가지 않아도 충분한 충족감과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가지 사소한듯 보이지만 중요한 것을 간과하기 쉬운데, 이동하는 동안 여행지에서 경험할 순간을 기다리는 시간이 그것이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세비야 성당의 모습을 보고 싶어 여행한다면 스페인으로 가는 비행기 속에서의 시간을 참고 견뎌내야 한다. 세비야 성당을 보기 위한 간절한 기다림의 온전한 시간이다. 현지에 직접 가서 보는 세비야 성당과 유투브 또는 최첨단 VR장비로 현실감있게 경험하는 세비야 성당은 어쩌면 큰 차이가 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기다림의 시간이 만드는 차이를 적다고 하기 힘들다. 이는 직접 느껴보지 않으면 알기 힘들다. 직접 경험하면 비로소 알 수 있다. 기다림의 시간이 가져다 주는 세비야 성당이야 말로 신의 선물이지 않겠는가.


여행을 교육으로 옮겨보면, 첫번째 여행에서는 감각한 경험이 두번째 여행에는 지식과 학점이 부여된다. 두번째 여행을 통해서도 못지않게 보고 듣고 맡고 만지고 맛볼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이 교육을 하면 모든 것은 온통 학점과 학위로 보일 것이다. 현장감은 다름아닌 기다림의 시간이 가져다 준 매직이란 사실을 간과한 것이다. 과학기술이 현장감을 최대한 살려주고 오히려 더한 가치도 제공해준다고 믿는다. 그러니 학점과 학위 만능주의라도 결과만 있다면 상관없다는거다.


교육의 선한 의도는 다름아닌 지식을 바로 전달해 주입하지 않고 기다림의 시간을 품은 정보를 통해 전달하는 것이다. 여기서 예술의 정의가 떠 오르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예술은 감각 후 즉각적으로 형성되는 반응을 잠시 지체시켜 그 느낌을 자신과 대화하는 행위다. 제대로 바라보니, 교육과 예술은 그렇게 닮아 있었던 것이다. 예술교육은 교육과 예술의 선한 의도와 본질이 만나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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