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내릴 때와 같다
출퇴근길 전철에서 거의 매일 앉아서 갑니다.
이 시간을 잘 써 보려고 책도 읽고, 글도 쓰는데
저도 사람이기에 쇼츠 보다가 내릴 때도 많아요.
한 시간 남짓한 이 시간을 낭비한 듯한 죄책감에
와다다다 글을 쓰기도 합니다.
당연히 맘에 안 들죠.
‘왜 이럴까’ 싶던 찰나에
읽던 에세이에 이런 말이 나오더라고요.
‘생각이 많은 건 글로 쓰지 않아서’라고.
가만히 돌아보면,
항상 그 생각 단계에 머물렀던 때
가장 큰 답답함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일단 뭐라도 하고 봐야죠.
집에서 커피를 내리다 보니
이 과정이 글을 쓰는 것과 비슷하다 느껴집니다.
정제되지 않은 생각은 원두와 같아서
하고 싶은 얘기에 맞게 생각을 갈아냅니다. 부드러울 수도, 조금은 거칠 수도 있습니다.
적당한 크기의 필터에 생각을 쏟아 내고, 알맞은 온도의 단어들로 백지 위에 내립니다.
힘든 날은 힘든 대로, 좋은 날은 좋은 대로
느껴지는 맛이 다를 수 있습니다.
잘 맞아 계속해서 찾아 주시는 분들께 감사한 거고,
안 맞으면 그대로 또 경험이 된다 생각합니다.
커피는 그렇게 잘 내려 마시면서
글을 내리는 데 너무 게으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편도 1시간.
하루를 가볍게 정리하기에 적당하지 않나.
이 기록을 모아서 서른다섯에 책을 내겠다 했던
길고 긴 목표에 닿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