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은하의 첫 개인전 ㅡ 사물의 관찰과 상상력의 “짜임”
다양한 성향과 부지런한 노력이 만든 오케스트라 연주같은 전시, 경인미술관 5전시관, 7월10일~16일
강은하의 첫 개인전이 경인미술관에서 7월10일부터 7월16일까지 열렸다.
경인미술관 5전시관은 공간 구분이 입체적이어서 장소의 태생적 형태를 이용하면 그 자체로 전시의 분위기를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기에, 강은하의 개인전은 이런 공간활용을 의식하면서 테마별로 작품을 구분하여 전시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 탓인지, 전시장은 다채롭고도 활기를 띄고 있었으며, 밝고 환한 작품들은 독자들을 편안하고 경쾌한 분위기에 젖어들게 하는 듯하였다.
성급하지만, 필자는 강은하 작가가 세상에 대한 관심과 호기심이 많은, 그래서 정착보다는 방랑을 즐기는 여행자인가 싶은 생각마저 들었다. 전시된 작품들은 한 눈에 들어오기 어려운 전시장 형태 탓도 있지만, 매우 다양하고 개성이 제 각각인 그림들이 각 영역을 차지하고 있으니, 한 사람의 전시가 아닌 듯이 여겨지기도 하였고, 그래서 마치 다양한 성향과 부지런한 노력이 만든 오케스트라 연주 같은 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이번 전시회를 통해 9개 part의 테마에 대한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필시 그간 해왔던 일련의 과정들이 여기에 담겨있을 것이다. 「꿈의 동산 흔들목마」로부터 시작하여, 「음악과 꽃의 향연」, 「장식장」, 「animals」, 「꽃(flower)」, 「과일과 채소」, 「바다이야기」, 「우리들」 등 인데, 한편으론 소박한 일상의 것들이며, 삶과 생활 속에서 쉽게 마주하거나 관련이 되는 것들이다. 예술 활동도 결국은 생활 속에서, 생활의 일부로서의 행위라고 한다면, 작가는 그 핵심의 원리를 매우 잘 바라보고 있다고 할 수 있으며, 그 속에서 의미롭고 아름다운 완성을 도모하면서 삶의 보람이나 가치를 높이려는 지혜로운 판단을 하고 있다고 할 것이다.
작가는 10년 가까이 작업을 하였다고 하였다. 프로필을 보니 8년여의 시간동안 여러 번의 전시회 참여 경험이 있고, 그동안 쏟은 노력의 흔적들이 전해진다.
필자는 작가의 작품들이 전체적으로 “사물에 대한 관찰과 상상력의 짜임”을 보는 듯하였다.
대체로 강은하 작가는 넓고 멀리 세상과 사물을 살펴보려고 한다. 그리고 그 대상과 자신 사이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발견하는 “무엇”을 깊이 있게 들어다 보는 중이다.
그 “무엇”은 아마 오래 전부터 찾아 나선 것들이며, 그 실체일 텐데, 그것이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것, 곧 “꿈”에 해당한다면 보다 잘 해내고자 하는 태도로써 쉽게 선택하고 집중하기 보다는 그 폭을 넓게 확대해 보려고 하는 뜻이 읽혀졌다. 이를 위해 강은하는 “남다른” 자기의 여정을 지나왔을 것이다.
강은하 작가의 작품들은 그 안의 스토리를 찾아보는 즐거움이 있다. 개망초와 도라지 꽃, 그리고 흔들목마를 배치한 작품에서, 들판에 지천(至賤)으로 피는 야생화와 인공의 목마를 연결한 의도는 무엇일까? 특별한 추억이 담겨있을 유년의 상징과 너무 흔하여 주목받지 못하는 야생화의 대비, 너무도 자연스런 야생화와 지나치게 인공적인 목마와의 대비는 일견 생뚱맞아 보이는데, 작가의 창의적 상상의 실체가 궁금해진다. 일단 소재로서도 주목을 끌만한 설정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렇게 「흔들목마 시리즈」는 개망초와 도라지꽃 외에도 “꿈의 동산”이라는 key word를 연결고리로 하여 풍선, 바람개비, 해바라기를 목마와 대비시키며 색채의 향연을 펼치고 있다. 색깔의 선택이나 채색을 최대한 기교없이 원색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때 묻지 않은 어린 시절로의 상상을 되살리려는 뜻에 다름 아니라는 생각이 들며, 이러한 유아적 발상이 기분을 밝게 해주고 있다.
그리고 오케스트라에 쓰이는 다양한 악기들, 특히 ‘비올라’, ‘하프’, ‘호른’, ‘섹소폰’ 그리고 ‘(오래된) 축음기’ 등은 고전적인 분위기와 관련이 있어 보이는데, 이 악기들과 꽃을 결합하였다. 마치 《꽃과 악기의 융합(Convergence)》을 시도하면서, 나아가 소리를 시각화한 듯하였다. 비교적 젊은 작가인 강은하는 어릴 적 경험한 클래식 악기와 음악에 관한 추억이 남달랐던 모양이다.
그리고 장식장은 도구이며 매개체로서의 관찰을 보여준다. 장식장이라는 고유한 존재성이 있지만, 이것에 얽힌 스토리들을 담아두거나 연결할 뿐 아니라 매개하는 수단이라는 것을 표현한다. 곧 장식장은 그대로 사물로서의 대상이면서 또 다른 메시지를 담아 전하는 미디어의 역할을 한다. 따라서 강은하의 그림에서는 이중의 스토리 구조와 전달 메시지가 존재한다고 할 수 있으며, 이것은 작품의 재미를 더해 줄 뿐더러 확장된 상상력의 영역을 기대하게 하고 있다.
이러한 장식장을 통한 상상력의 발휘는 낯설고 어색하기도 하지만, 한편 독특하고 환상적인 분위기를 창조하면서 새로운 미적 범주를 보여주고 있다. 장식장 시리즈를 통해서는 마치 장식장이라는 소도구가 새로운 매개체가 되어 마치 문학에서 「액자소설」의 형식처럼 그림속의 또 다른 그림을 포함하는 이중의(dual) 인상을 자극한다. 이는 시간과 공간을 넘나드는 색다른 감성체험을 제공하는 것이다. 근래에 경험하기 어려운 강은하 작가의 창의적인 상상력과 묘한 미학적 감동을 제시한 작품이라 할 만 하였다.
또한 강 작가는 자신의 선한 눈매를 닮은 동물들을 통해서는 천진난만함과 순수한 시절의 영적 기억을 떠올리면서 자신이 관찰한 사물들의 동적이미지를 재현하거나 기록하고자 하였다. 이것은 그가 이국에서 체험한 이방인으로서의 ‘낯설음’만큼이나 오늘날의 환경과 자신의 의식세계와는 구별되는 상대적 영역으로 존재하게 하려는 내적 추구를 보여준다.
강은하의 채색과 도화(圖畵)는 강렬하여 인상적이면서도 건강하고 맑은 편이다. 동물들을 그려내는 천연덕스러움은 대상들의 동작이나 모습에서 어렵지 않게 드러난다. 또한 동백꽃 시리즈는 비록 소품으로 그려졌지만, 꽃잎의 명암과 칼라의 채색이 꽃과 잎사귀의 대비만큼이나 조화롭고 균형 잡힌 꽃 자체가 매혹적으로 드러난다. 은근한 매력을 풍기니 눈길이 오래 지속하여 머물게 한다.
그리고 과일과 채소를 그린 이유는 무엇일까? 묻고 싶었다. 얼굴이 나타나지 않는 인물이 정성스럽게 다리 없는 소반에 받혀 안고 있는 채소들을 어찌 그릴 생각을 하였을까? 대상을 이리 배치하여 그리려는 생각이 특별하다고 여겼다. 작가는 “식탁위에 놓인 알록달록한 과일들과 바구니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과일들이 우리(작가의) 집 가족들과 같다.“고 하였는데, 보통의 채소들과 과일조차 예사로 보지 않으려는 작가의 따뜻하며 특별한 관찰과 그에 대한 작가의 상상력을 생각해 보았다.
강은하 작가는 유년기의 ‘천진함’과 성인이 되어가는 과정에서 맞닥뜨린 ‘낯설음(새로움)’ 사이에 놓인 수많은 사물들에 눈길을 주어왔다.
작가노트를 통해서 작가는 “새롭게 시작하는 목마시리즈”로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가겠다고 한다. 기억도 아스라한 “유년의 신명남”이 선명해지는 기억의 놀라운 발현(發現)에 대해 강은하 작가는 신기하면서 신나는 경험일 것이라는 생각에 젖어있는 것일까? 그동안 천착했던 여럿의 테마들 중에서 앞으로는 보다 더 유년의 기억 속으로 들어가려는 듯 보이는데, 왜 지금 “목마”인가? 에 대한 답변을 대신할 그의 스토리를 작품을 통해 기대해 보는 것도 즐거운 일일 듯하다. (강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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