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소강 첫 개인전, “반짝이는 시간”
전소강 첫 개인전, “반짝이는 시간”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 2024년 7/24(수)~7/30(화)
-우리들의 “반짝이는 시간“은 언제였나?
“반짝이는 시간”을 주제로 한 전소강의 첫 개인전이 인사아트프라자 갤러리에서 7월24일부터 30일까지 열린다. 작가를 반짝이게 하는, 즉 삶의 여정에서 자신을 반짝이게 한 순간들을 기억하면서 그것을 화폭에 담아낸 작품들을 첫 번째 개인전이라는 이름으로 선보이는 것이다.
벚꽃II
나의 “반짝이는 시간”은 언제였을까? 누구라도 새삼 마음을 기울일만한 Key Word가 아닌가 싶다. 그러다 보면 누군가는 “나의 리즈(Leeds) 시절은 언제였지?”하며 앞서 나가고 싶기도 할 듯하다. 이는 곧 삶에서의 “빛나는 시간”을 의미할 것이며, 기다리는 미래의 시간이면서, 회상의 과거 시간이기도 할, 순서와 상관없이 인간에게는 아름답고 의미 있는 순간으로 남을, 행복의 시간이거나 기억 그 자체일 것이다.
전소강 작가는 다양한 대상을 관찰하면서 아련하면서도 정겨운, 그리고 침울할 만한 장면조차 희망적인 마음을 담아 이런 주제를 화폭에 담아내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그런데 주로 눈에 띄는 작품들은 여러 사람들이 어울려 있거나, 그들을 조금은 먼발치에서 관찰한 그림들인데,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넉넉하고 서두르지 않으면서 응시와 관조를 적절히 섞어낸 그림들, 색칠의 완성이나 치밀한 마무리에 욕심을 내지 않는 만큼, 반대급부(反對給付)로 얻을 수 있는 너그러운 여유는 흘깃 옆 눈으로만 보아도 소홀히 할 수 없을 숨은 이야기를 찾게 하는 매력이 있는 그림들이었다. 그래서 ‘보통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하게 한다.
필자는 작가가 궁금하였다. 그러면서 ‘첫’이라는 숫자를 의식하다 보니 섣부르게 작가의 인상을 예상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작품의 여유로움과 노련함을 짐작하면서도 한편으로 과감한 붓 터치(touch)는 젊은 에너지와 힘 있는 절제를 느끼게 하였고, 밝고 경쾌하며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으려 한다는 기대가 와 닿았기에 어느 정도는 젊은 축에 드는 중견 작가를 떠올리려 하였다. 그러나 이런 선입견은 자주 틀리는 징크스가 있는가 싶다. 의외로(?) 우아하고 정숙미가 넘치면서도 원숙해 보이는, 그러나 조신하며 겸허하기 까지 한 작가를 보고 놀라웠다.
전소강 작가는 지난 20년에 가까운 시간동안 열심히 작품을 그려왔는데, 이제야 첫 번째 개인전을 열게 되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이전엔 꽤 오랫동안 학생들을 가르치는 시간을 보내야 했고, 그 덕으로 자신의 작품 활동에는 충분한 성과를 내지 못했지만 예술에 대한 열망과 작품에 대한 사고(思考)는 꾸준히 누적되어왔을 것이다. 그런 탓인가? 그간의 관록에 비해 대중들에게 작품을 자주 보여주지는 못했다고 해도 그림의 내공은 매우 자연스럽고 넉넉하게 자기의식과 자신만의 표현방식을 표출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반짝이는 시간”이라는 주제는 그것이 간헐적이고 분리된 시간들이었을망정, 그간 작가의 삶에서는 수시로 반짝이며 작품으로의 승화를 재촉하였을 법하다. 결국 “반짝이는 시간”은 그동안 전소강 작가를 자극하고 독려하고 영향을 준 자신의 시간 흐름 속에서 겪은 강한 어필(appeal)의 순간들이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따라서 작가는 이번 개인전을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에 답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듯싶다. 작가에게 “반짝이는 시간”은 언제인가? 지금일지도, 아니면 지난 언젠가 일수도, 혹은 머지않은 때에 마주할 수도 있는, 그 기분 좋은 시간을 시각화하고 있는 셈일 것이다.
Dreams come true
필자는 작가가 자신의 시간을 타인들로부터 찾아 공감하려는 시도에 눈길이 갔다. 곧 타인에게로 자신을 이입하면서 그들의 시간을 엿보며 자신과의 동일시를 시도하려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감정 상태와 자신의 적절한 시간의 흐름을 다루지 못했던 불일치를 극복하는 방식이면서 자신의 시간을 타인을 통해 그 의미를 나누고 공유하려는 심적인 위로와 위안이 아닌가 싶은 생각을 갖게 한다. 따라서 대장장이 부자(父子)를 통해서 서로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생활의 터전을 지키며 유지하는, 그래서 미래지향적인 희망을 기대하는 메시지를 화폭에 고정화시킨다든지, 매우 더워 보이는 여름 어느 날, 재래시장의 한 단면을 담아 시장사람들과 손님들의 일상을 지켜보며, 작가는 덥고 칙칙한 이미지의 구조물과 밝게 들이치는 햇빛을 대비하여 나름의 활기 있는 분위기를 살려보려는 의도로 작품을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도서관을 연상케 하는 장소를 설정한 작품에서는, 실내의 어두운 이미지와 외부로부터 들어오는 자연광의 명암을 살려내며 매우 안정된 구도 속에 조용하지만 무거운 분위기를 어느 정도는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그림의 제목이 “Dreams come true”인 것을 보니 젊은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위해 자기정진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간결하면서 절제 있게 표현하고 있다는 의도가 읽혀진다. 열람실이 아닌 계단을 표현의 Main Point로 삼은 것은 계단의 오름을(물론 내림도 있지만) 연상하도록 하여 젊은 학생들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기를 소망하는 마음을 담은 것일 것이며, 아울러 자신에게도 그런 부분이 연동될 수 있기를 바라는 뜻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라 짐작 하게 한다.
그래 그렇게 쭈욱
전소강 작가는 빛의 존재를 매우 의미있게 처리하고 있다. 빛을 통해 그림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면서 주제의식을 부각시키려 한다. 작가의 시선이 머무는 곳에 빛을 비추는 것은 반드시 희망의 기회가 있다는 암시이며, 빛을 통한 대비는 명과 암은 언제나 공존하는 것이며, 그 대비는 서로 다른 것을 부각하면서도 한 몸과도 같은 것이어서, 보다 조화로운 완성의 형태가 된다는 작가적 통찰의 메시지이기도 하다. 따라서 빛을 중심으로 전체의 화폭이 살아나게 된다.
이처럼 전소강 작가는 마음으로부터의 빛과 사물에 대한 반응과 인식의 순간이 서로 포착하여 일으키는 영감을 시각화하고 있는데, 그것이 설령 일상의 모습에서건 낯선 외지에서의 우연한 노출에 의해서건 작가의 내면에 오래 지속하던 내재된 열망과의 소통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작가는 이를 절묘하게 빛과의 조우로 해석하면서 일상의 대상과는 극적 대비 즉, 명암의 대비를 통해 자신의 심리적 발현을 극적으로 형상화해내고 있다. 어쩌면 의도한 노출을 기획하고 현장을 배회하였거나 우연히 지나다가 목격한 현상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 그 장면들은 그저 낯익은 보통의 장소요, 시간의 어느 시점일 뿐이다. 그럼에도 그 장면의 장소와 시간은 이렇게 “반짝이는 시간”으로 액자화 되어 그려진다.
괴테는 “모든 문학의 시작과 끝은 개인적인 형식과 독창적인 법칙에 의해 파악되며 재창조되는 형식은 내 안에 있는 세계를 통해 나를 둘러싼 세계를 다시 만드는 일이다.”라고 하였는데, 미국의 사실주의 화가 “에드워드 호퍼”는 이 말을 자신의 그림에 대해 묻는 사람들에게 답을 하기 위해 메모하여 늘 지니고 다녔다고 한다. 당연히 호퍼는 “문학”은 “그림”으로 동일시하고, 또한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였기에 그랬을 것이다.
전소강의 작품이 도시, 뒷골목, 길거리를 소재로 그려지고 있으니, 호퍼와는 상반된 느낌이나 반응을 불러일으키더라도, 상관의 유무와 관계없이 호퍼가 떠올려졌다. 다만 호퍼는 이들 소재를 통하여 쓸쓸함, 고독, 소외를 다뤘다면 전 작가는 유사한 장소와 장면에서 희망, 기대, 그리고 빛나고 반짝이는 순간들을 찾으려 했다는 것이 다르다. 이것은 다만 도시와 길거리, 뒷골목이라는 상황적 H/W 때문에 떠올려진 것뿐이다. 그럼에도 전소강은 우리가 살아가는 곳에서 만나는 그 대상에서(누군가는 비극적인 이미지를 떠올리더라도) 자신의 시각으로 자신이 암시하고 상징하려는 기대감, 꿈, 그리고 밝고, 따뜻함을 독자들이 읽어내길 바라면서 그려내고 있다.
동네풍경
전체적으로 전소강의 작품에는 독자를 흡인하는 힘이 있어 보인다. 이것은 표현기법이나 색채를 다루는 방식으로, 또는 화폭에 담긴 대상의 스토리텔링을 통해 독자를 그림 속으로 보다 더 다가오도록 하는 힘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작품들이 다양하게 메시지를 담아 그려졌지만, 그 내면에는 일맥상통하는 특별한 기류가 흐르는 듯하다. 어디선가, 언젠가 만났던 것 같은, 그러나 특별한 느낌을 전해주는 그래서 새로운 자극을 주기도 하는 것이다. 「벚꽃」, 「수련」, 「동네풍경」, 「바로셀로나」 등의 작품들은 익숙한 듯 새롭다.
이번 전시를 통해 선보인 작품들이 많은 편이 아닌데도 다양한 소재를 같은 듯 다르게, 비교적 넓은 스펙트럼이 느껴지는 것은 이 작가의 잠재적 기대를 갖게 하는 이유가 될 것 같다. (강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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