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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굿즈 Jul 09. 2022

우도에서 한라산이 보여요

화장실과 자연

레지던시가 위치한 곳은 우도의 중앙으로 지대가 높은 곳입니다. 동이름도 중앙동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래서 창문이 있는 곳에 특별한 무언가가 없다면 멀리까지 보입니다.

레지던시에서 서쪽이 제주도이고 한라산이 보였는데 한라산 뷰는 사실 공동으로 쓰는 화장실 뷰였습니다. 화장실 뷰가 한라산 뷰라니... 이 레지던지 잘 만들었다고 해야 할지 어떤지 모르겠네요. 화장실 갈 때 한라산 뷰. 맑은 날이면 멀리 한라산이 보였던 게 기억납니다.  


앞에 오름들도 보이고 그 앞에는 더 낮은 언덕이나 집들 그런 것들이 보였겠죠. 오래전 기억이라 지금은 생생하지가 않은데 남은 그림으로 기억을 더듬어 봅니다. 이때 더 부지런했더라면 그래서 더 많은 장면을 담아냈더라면 하는 아쉬움도 가져봅니다. 


화장실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레지던시에 살면서 화장실을 이용하면서 여기서 나오는 오물들은 과연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의문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시골에서 깨끗한 화장실을 사용할 있었는데 레지던시가 건축된 지 2년 정도밖에 되지 않았었고 작업실에는 에어컨도 빵빵하게 나오는 신축건물이었기 때문입니다. 여긴 작은 섬인데... 과연 이것들은 어디로 가는 것인가? 그리고 먼저 와 계셨던 다른 작가님께서 사용한 화장지를 변기에 버리면 안 된다고 얘기를 해 주셨습니다. 왜... 왜 안되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오염수들은 정화조를 거쳐 바다로 간다고 합니다.

더 자세한 건 찾아보지 않아서 자세히는 모릅니다. 환경문제나 환경을 막 걱정하고 사는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보통의 인간으로서 가질 수 있는 의문을 갖고 있었던 것뿐입니다. 화장지를 같이 넣으면 아마 정화하는데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은 합니다. 역시 바다로 가는구나. 직접 눈으로 확인은 못했지만 여기서 매립을 할 것도 아니고, 나가야 하는데.. 길이 없는데.. 바다로 가는 건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제주도는? 제주도도 섬인데? 네 마찬가지겠죠. 제주도에서도 정화조를 거쳐 바다로 가겠죠.

물론 정화조를 거치기에 크게 이상 없을 것이고 우리는 내가 인식을 했던 안 했던 그동안 이렇게 살아왔고 앞으로도 비슷하게 살아갈 가능성이 큽니다. 큰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알게 되었으니 인식은 하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입니다. 



<한라산과 오름> 그림 강혜림


그렇다면 도시는? 도시도 마찬가지라고 들었습니다. 

대학원 시절에 공공디자인 프로젝트를 하면서 공공 쓰레기통 디자인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에 쓰레기들은 어디로 가는가에 대해 책이며 논문을 찾아보다가 더 이상 자료 찾기를 그만둬버린 적이 있습니다. 아마 더 파다간 끝이 없을 것 같아서 일단 디자인 아웃풋을 내기로 했던 것 같습니다. 그 후부터 쓰레기는 어디로 갈까 하는 의문을 종종 가진 것 같습니다. TV 프로그램에서 쓰레기를 제3국에다 버린다 어딘가에 매립한다 하는 이야기를 본 적도 있는데 어쩌면 알고 싶지 않은 진실일지 자극적인 프로였는지 솔직히 외면하고 싶었습니다. 아니면 일회 용품이나 쓰레기 처리가 안전하게 되고 있다는 안심이라도 시켜주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쩌면 이게 진실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환경을 걱정하고 어쩌고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저는 일회용품의 편리함을 버릴 수가 없습니다. 일회용품도 많이 사용하고 있고 텀블러를 이용한다거나 하면서 따로 불편을 감수하고 그러진 않습니다. 편리성과 효율성을 더 좋아합니다. 다만 우리가 좋아하는 한라산, 제주도에서 만큼은 한번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렇다고 서울이나 도시에서는 괜찮다 그런 얘기는 아니니 글쓴이의 의도가 잘 전달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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