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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로로굿즈 Jul 06. 2022

사라진 백구들

줄이 짧게 매어져 있던 개들

우도에는 사람이 많지 않습니다. 말하자면 저와 관계가 있는 사람이요.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밥을 함께 먹는 그런 사람이요. 처음에는 정말 없었습니다. 그래서 작업실 근처에 살고 있는 동물들이 자주 인사 나누는 친구들이었어요. 왜 드라마에서 시골아이들이 나오면 자연과 이야기하고 그러잖아요. 제가 정말 그랬습니다. 


레지던시 근처에 중국집이 있었는데 거기서 키우는 백구들이 있었습니다. 세 마리나 있었고 제가 지나가면 항상 반겨주었기에 안녕하면서 인사를 건네곤 했습니다. 오늘은 날씨가 어쩌네 저쩌네 하면서 잠시 머물다 지나가곤 했는데 정말 누가 보면 웃긴다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만큼 교감 나눌 대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얘네들은 한동안 그 자리에 있었기에 변동성이 심한 그 동네에선 잠깐 동안 친구 같은 존재였습니다. 

문제라면 그 시간이 길지 않았다는 점이었습니다.


세 마리의 백구 그림 강혜림



얘들은 짧은 줄에 묶여 있어서 항상 안쓰러웠는데 그때는 얘네들이 그런 개들이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시골 식당에서 짧은 줄로 묶어 키우는 개라는 건... 


어느 날 얘네들이 동시에 사라졌습니다. 밖에 나갔는데 당연히 있을 줄 알았던 백구 세 마리가 보이지 않았어요. 이상하다 어디 갔지? 항상 마당에 있던 개들인데... 인사해야 되는데... 아니면 제가 인사할 살아있는 대상이 딱히 없잖아요. 다음날도 그다음 날도 개들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며칠이 지난 어느 날 동네분께 물어봤던 것 같습니다. 그 중국집에서 키우던 개 어디로 갔냐고요.

대답은 당시의 저에게는 충격적이었습니다. 

혹시 예상이 되시나요?

그렇다면 시골분...? 아님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분 이실까요?

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습니다. 

대답은 잡아먹거나 그런 곳으로 팔려간 거라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하셨던 것 같습니다.


먹고 안 먹고 이런 것의 가치관을 이야기하려는 것은 아니고 교감을 나눌 대상이 필요했는데 그 대상이 사라졌다는 점에서의 상실감과 사라진 방식에 대해 당시 충격을 단지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말하자면 제가 충격받았던 경험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죠. 


얘네들과 인사 나누던 동안 사진을 한 장 찍어두었어요. 지금은 잃어버린 사진이 됐지만 그림으로 한 장 남았습니다. 흙과 풀과 현무암 담장이 제주도 백구라는 걸 알 수 있게 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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