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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효숙 May 17. 2023

2) 종합반에서의 나날들

            다) 학원에서의  에피소드

어느 날이었다. 종합반에 다니는 것을 남편과 가족이 모르고 있을 때였다.

수업이 끝나고 버스에서 퇴근길의 남편과 우연히 맞닥뜨리게 되었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커다란 짐 모퉁이처럼 책가방을 뒤로 숨기며 당황했다.

비록 죄지은 일이 아니었지만 남편에겐 당분간 비밀이었는데 이왕 들킨 김에 나의 진지한 향학열을 고백하고 양해를 구했다. 그 이후로 남편의 외조와 가족들이 격려를 해주어서 힘이 되었다. 대학에 들어갈 때 말을 하려고 했었다. 어린 학생들과 종합반에서 수업한다는 그 자체가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나의 만학에 대한 열정과 계획을 자세히 말을 했다. 마음이 너무나 편했다. 남편과 온 가족이 응원하고 협조를 해주었고, 무엇보다도 남편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학원에 갈 때마다 남편이 출근 후에 학원에 갔었는데 이제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편하게 다녔다. 아이들도 준비물을 미리 챙기고 저녁에 식사할 때도 대화의 소재가 다양했다. 제각기 책상에서 공부에 열중하며 평소보다 더 차분한 모습이 좋았다.      

 우리 집은 단독집이었다. 지정된 장소에 대문 열쇠를 놓고 와야 하는데 내가 깜빡하고 가져와 버렸다. 아이들이 대문을 열지 못해서 담을 넘는데 담이 높아서 고생이 많았다. 그 후로도 가끔 담을 넘고 다녔었다. 그럴 때마다 너무나 미안했다. 한 가지 뭔가를 집중할 때는 빈구석이 생긴다. 지금도 생각하면 남편과 아이들에게 채우지 못한 것에 미안하고 마음이 아프다.     

나의 만학으로 인하여 가족들에게 시간을 나누지 못하고 보내야만 했던 일, 자상한 아내와 엄마의 빈자리가 아쉬웠던 일들이 많았다. 


삶은 나름대로 힘들지만, 오늘에 만족하지 않고 내일의 꿈을 꾸며 살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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