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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Oct 10. 2021

환삼덩굴

세상을 다 덮어버릴 거야


범삼덩굴·율초·한삼덩굴·한삼·깔깔이 풀이라고도 한다. 원줄기와 잎자루에 밑을 향한 갈고리 모양의 잔가시가 있어 거칠며 다른 물체를 감아 올라간다. 우리나라가 원산지이다. 공업용·약용으로 이용된다. 꽃을 율초화(葎草花), 뿌리를 율초근(葎草根)이라 하며 약재로 사용한다. 줄기의 껍질은 섬유의 원료가 된다. 약으로 쓸 때는 탕으로 하거나 생즙을 내어 사용하며, 술을 담가서도 쓴다. 외상에는 짓찧어 환부에 붙인다.
동의보감(1613년)에는 환삼덩굴이 ‘한삼’으로 기재되어 있고 한약 집성방(1633년)에도 한삼(汗三)으로 되어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환삼덩굴의 정명은 ‘한삼덩굴’로 해야 하며 환삼덩굴은 흔하게 존재하는 삼을 닮은 덩굴성 식물이라고 하여 환삼덩굴로 유래된 것이라고 하는 견해도 있다.(김종선, 한국 식물생태 보감, 자연과 생태, p18) 참고하여 옮김


한여름, 세상을 모두 덮어버리기라도 할 듯이 사람의 손길이 조금이라도 미치지 않는 곳이면 어김없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는 풀이 있다. 워낙에 흔하게 자라는 풀이면서도 그 이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은 풀인데 잎의 모양이 삼잎을 닮았다 하여 보통은 환삼덩굴이라고 부른다. 생명력이 강하고 성장 속도가 빠르고 번식력이 강해 봄에 한두 포기 보이면 그 주변의 풀들은 거의 삶을 포기해야 할 정도로 어느새 주변을 다 점령해 버리고 마는 풀이다. 심지어 주변의 작은 나무나 전봇대를 타고 하늘까지도 덮을 기세로 풍성한 줄기를 뻗고 또 뻗어 올라간다. 크고 작은 다섯 개의 잎을 하늘을 향해 펼친 모습이 나쁘지 않아 만져보면 순간 손바닥에 가시를 박으며 도전을 한다. 잔가시들이 박히면 빼내기도 쉽지 않아 어느 정도의 고통을 당할 수밖에 없다. 그런 환삼덩굴의 특성 때문에 사람들은 가능한 한 피하려 하고 사람들을 따돌린 환삼덩굴은 마음 놓고 지구를 점령해 간다.


자연의 섭리대로 강한 자가 더 많은 땅을 차지하고 더 많은 종족을 번식하며 살아가는 식물의 세계에서 2등이라면 서운할 정도로 생명력이 강하다. 환삼덩굴이 자라는 주변에는 다른 풀들은 자랄 수가 없다. 아니 환삼덩굴끼리도 얽히고설키어 어느 줄기의 잎인지 알 수 없는 잎들이 조금이라도 더 하늘을 차지하기 위하여 경쟁이 치열하다. 마치 학연 지연 혈연으로 얽히고설킨 인간 세계의 경쟁을 보는 듯하다. 누군가를 이기고 나아가지 않으면 도태되어버리는 삶의 현장, 그런 모습을 환삼덩굴에서 볼 수가 있다.


하지만 인간의 세계에서도 치열한 경쟁으로 일군 삶의 결정체를 누군가에게 선한 영향력으로 나누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환삼덩굴 역시 치열하게 살면서 속으로는 약성을 저장하여 인간이나 동물들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는 성분들을 보급한다. 어쩌면 종족을 보존하기 위한 생존 전략인지도 모르겠다. 조금의 유익함도 없다면 사람들은 빈 땅 어딘가에 자라는 것일지라도 그냥 자라도록 놓아두지 않을 것을 잘 아는듯한, 말 못 하는 환삼덩굴이 가진 유익한 성분들을 보면서 느꼈다.


환삼덩굴은 한해살이풀로 전국 야산이나 모든 지역에서 쉽게 볼 수 있. 길가나 도랑, 황무지, 빈터, 밭두렁 등에서 자라는 이 식물은 수십 미터까지 줄기를 뻗으며 왕성하게 자라 주변 식물을 고사시키는 골치 아픈 식물로 생태계 교란종으로 구별되지만 약성 하나는 뛰어나다.


우리 시골집에도 어김없이 환삼덩굴이 터전을 일구었다. 부족한 시간에 미처 돌아보지 못한 공간에 뿌리를 내리고서는 어느 순간에 주변을 모두 덮어 버렸다. 예전 같으면 그런 환삼덩굴을 견디지 못하고 어떻게든 베어버렸을 텐데 그 효능을 보고는 차마 베어 버리지 못하였다. 이용가치를 보고 풀이 그냥 풀로 느껴지지가 않는 이기적인 마음이 발동을 한 것이다. 풍성하게 자란 환삼덩굴을 보고는 발효액으로 담글 기회만 보고 있었는데 그사이에 큰일을 당하여 기회를 놓쳐 버리고 말았다. 겨우 정신을 차리고 바라보니 환삼덩굴도 조금씩 퇴화하고 있는 듯 억세고 거칠며 누렁 잎도 몇 개씩 달고 있었다. 올해는 그냥 넘어갈까 고민도 했었다. 그러나 발효의 기간도 6개월 이상인데 내년으로 미루면 숙성되기까지 앞으로 2년 이상을 기다려야 한다는 생각에 일부라도 담가서 그 맛을 보기로 했다.


마음을 정하고 실행에 옮기는데 몇 시간도 걸리지 않았다. 두꺼운 옷과 장갑으로 무장하고 낫을 들고 환삼덩굴에게로 갔다. 정말 무성하게 잘도 자라 있었다. 줄기를 잡아 몇 번 낫질을 했는데 금세 커다란 바구니로 한가득 되었다. 다른 풀들을 감고 있어서 다시 다듬어 주어야 했다.


잔가시가 있어서 조심스러웠지만 자신들을 환골탈태시켜줄 손인걸 아는지 환삼덩굴도 도전하지 않아서 다치지 않고 마무리할 수 있었다. 밤새 물기를 뺀 환삼덩굴을 설탕에 버무리니 강한 고집 때문인지 빨리 수그러들지는 않았다. 담금통에 꼭꼭 눌러 담고는 다음을 기약했다. 일주일 후 다시 본 환삼덩굴은 숨은 죽어있었으나 진액이 많이 나오지는 않았다. 시간이 허락한다면 설탕물을 끓여 붓거나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할 듯하다.


환삼덩굴은 그 부위마다 다른 효과를 보인다고 하며 질병에 약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꽃과 열매, 잎과 뿌리를 따로 채취한다고 한다. 각각의 효능은 어떠한지를 살펴보았다.


꽃은 율초화라 하여 폐질환에 도움이 되며 달여서 복용하거나 말로 만들어 먹으면 좋다고 다.

열매는 율초과수라 하며 손발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답답하여 자주 한숨을 쉬는 증상(조열), 폐결핵으로 순간 열이 확 올랐다가 가시는 증상, 잠자리에서 땀을 흘리는 증상에 도움이 다는데 말린 후 달여서 복용다.

뿌리는 율초근이라 하고 생식기가 붓고 아픈 증상(산기), 방광의 결석(석림), 결핵균이 귀나 림프선에 침입해 멍울을 일으키는 질환(나력)에 도움이 되며 뿌리의 생즙을 내거나 달여서 복용하면 좋다고 한다.

줄기와 잎은 율초라 하며 여름과 가을에 채취한 잎에는 수지, 루테올린 등의 성분이 함유되어 있어 이뇨작용, 해독작용 및 열을 내리는 효능이 있고 마른 율초를 달여 먹으면 폐결핵, 폐렴, 이질 등에 좋다고 다.


부작용으로는 환삼덩굴이 한창 왕성한 시기인 8월 중순에서 10월 초에 꽃가루가 날려 가을철 꽃가루 알레르기 주요 식물로 알려져 있으며, 가려움증, 재채기, 콧물, 눈병, 천식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하고, 또한 성질이 차기 때문에 평소 몸이 차거나 수족 냉증이 있으신 분들에게는 섭취를 권하지 않고 섭취하면서 평소와 다른 반응이 생길경우에도 즉각 섭취를 중단하라고 다.




나는 무엇이라도 말려서 사용하기에는 조건이 좋지 않다.

주로 대전에서 생활하다가 주말에 내려가 30시간 정도 지내다 오는 정도여서 하루 만에 다 마르지 않는 풀들을 관리할 수가 없다. 더구나 비라도 오게 되면 말리려는 계획은 완전히 실패하게 된다. 하여 처음부터 말리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고 발효액으로 담가 놓는다. 말려서 복용해야 더욱 효과를 발휘하는 풀들은 좀 아쉽다는 생각도 들지만 지금은 어쩔 수가 없다. 몸도 마음도 살림도 모두 완도로 이사 간 후에 그때는 말리기를 시도해 볼 것이다. 그동안은 대전에서 식물을 발효하는 명인을 찾아 발효액 담그기의 전문적인 공부를 할 것이고 또한 체질별로 좋은 식물들이 어느 것인지 바로 알기 위한 체질과 음식의 연관관계 등을 공부할 계획이다.


지금 나를 만난 환삼덩굴은 그러한 이유로 발효액의 재료가 되었다.

 6개월 후 건더기를 걸러 내고 다시 6개월 이상 숙성을 시키는데 숙성 중이라고 마냥 기다릴 필요는 없다. 맛이 궁금하면  한잔씩 마시면서 계속 숙성시키면 된다. 숙성되는 중간에라도 꼭 필요한 누군가가 있다면 아낌없이 나누어 줄것이다.


자연의 상태일 때는 다른 풀의 성장을 방해하며 자신이 좀 더 높은 곳으로 오르기 위해 전력을 다하면서 식물생태교란종이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얻었지만, 그 속에는 어느 약초 못지않은 성분들을 저장하고 있었다.

그렇게 저장 좋은 약성은 필요로 하는 모든 이가 마음만 먹으면 이용할 수 있다. 지금은 담금통에서 잠을 자고 있으면서 자신이 경쟁을 물리치며 축적한 모든 성분들이 시간이 지나 누군가를 건강하게 하는데 한몫할 것이라는 단꿈꾸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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