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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Oct 14. 2021

사슴뿔을 닮은 해초

물청각 김치

사슴뿔을 닮은 해초가 있다. 김치의 산화를 늦춘다 하여 김장철에 특히 많이 사용되는 해초이다.

정약전의《자산어보》에도 기록이 전하는데, '감촉이 매끄러우며 빛깔은 검푸르고 맛은 담담해 김치의 맛을 돋운다'는 기록에 비추어 보면, 오래전부터 김치의 맛을 내는 재료로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다.


동치미, 물김치, 배추김치 등에 양념으로 첨가하면 개운한 맛을 즐길 수 있고, 김치 위에 허옇게 뜨는 '고래기'라는 것이 생기지 않으며, 오랫동안 김치 맛을 유지한다고 한다. 청각은 젓갈에서 나는 비린내와 마늘 냄새를 중화해 뒷맛을 개운하게 해 주기 때문에 김치 속재료로 많이 사용한다. 최근에는 청각을 주재료로 한 청각김치, 무침, 볶음 요리로도 활용하고 있다.  



완도에 터전을 잡으면서 해산물, 해조류 등 바다에서 나는 모든 것을 싱싱한 상태로 구하기가 아주 쉬워졌다. 내륙에서 취급하던 상태의 것과는 비교도 안되게 싱싱하고 맛 또한 뛰어나다. 고기 잡으러 배를 타고 나갔던 남편이 물속으로 보이는 청각을 알아보고는 채취하여 가져왔다. 마치 살아 움직이기라도 할 듯이 싱싱했다. 말리기에는 양이 적고 당장의 요리로 하기에는 조금 많았다. 청각 김치를 담기로 했다. 바닷가에 살면서 이런 경험도 한 번쯤은 해보는것이 당연할 것 같았다. 현지인에게 청각 김치 담그는 법을 물으니 의외로 간단했다. 보통의 김치 양념 그대로 하면 되었다.


청각을 조물조물 깨끗한 물이 나올 때까지 씻어 물기를 꼭 짜고, 풀을 쑤어 까나리액젓, 고춧가루, 파, 양파, 다진 마늘, 설탕, 매실진액, 정도를 넣고 잘 버무려 김치통에 눌러 놓았다. (참고: 청각 자체가 짭조름하니 간을 세게 하지 않는 것이 포인트) 하룻밤을 재운 후 열어 보았다. 잘박 잘박하게 국물이 생기고 통통하던 청각의 형태는 날씬하게 풀이 죽어 있었다. 국물을 조금 떠서 맛을 보니 시원한 물김치 맛이 났다. 청각 자체는 약간 오독오독한 정도의 식감이 느껴졌다.


아주 특별하게 맛있다는 표현은 어렵지만 밥맛이 없고 반찬이 없을 때 국물과 함께 먹으면 밥 한 그릇 정도는 뚝딱 비울 수 있는 정도의 맛이었다. 국수를 말아먹어도 좋을듯하고, 찐 고구마 먹을 때도 목메임을 시원하게 해 줄 것 같았으며, 환자식으로 죽을 드실 때도 국물과 함께 드시면 좋을 그런 맛이었다. 이 정도면 김치냉장고에 한통쯤 저장해 두어도 좋을 것 같다.


청각은 여름철 오이와 함께 냉국을 만들면 시원한 맛을 즐길 수 있고, 청각을 새콤달콤하게 요리한 청각무침과, 청각을 끓는 물에 데쳐 고추장이나 된장에 무쳐 먹거나 미역처럼 갖은양념을 해 볶아 먹어도 좋다고 한다.

청각은 굳이 생것이 아니어도 괜찮다. 시기별로 구할 수 있는 생청각이나 건청각을 사용하면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청각의 영양소와 인체에 미치는 효과 등에는 관심이 없고 김치를 오래 보관할 수 있다는 기능적인 면에서만 청각을 활용했었다면 요즘은 청각이 인체에 미치는 유익한 면들을 아시는 분들이 많아져 건강을 위해 찾으시는 분들도 많다. 해가 갈수록 바닷가 사람들만 활용했던 청각이 생으로 또는 말려서 전국 각지의 모든 지역에서 활용도를 높여가고 있다. 생청각은 깨끗이 씻어서 사용하면 되고 말린 것은 물에 담가 통통하게 불어나면 조물 거리며 깨끗한 물이 나올 때까지 씻어 사용하면 된다.


개인적인 이야기지만 나는 김장철이 돌아오면 건청각의 그 향에 취한다. 바다 냄새라고 하는 정도의 진한 향이 풍기는데 나는 그 향이 정말 좋다. 코를 대고 있으면 몸속의 모든 피로가 사라지는 느낌이다. 그 느낌에 나는 건 청각이 분명 우리 몸을 건강하게 하는 성분들이 가득 있을 거라는 확신을 가진다.




사진은 내가 담은 물 청각 김치이다.

바다에서 갓따온 청각과 양념에 버무리고 바로 찍은 것, 김치통에 담고 하룻밤을 재운 상태의 비주얼이다.

시원하고 개운한 맛이 그럭저럭 먹을만했다.






청각에도 인체에 유익한 성분들을 다량 함유하고 있다고 밝혀져 점차 청각을 활용하는 인구가 늘어가고 있는 추세이다. 청각에는 각종 미네랄, 철분, 인, 섬유질, 비타민, 베타카로틴, 등이 풍부하다.


풍부한 철분은 적혈구의 생성을 촉진하고 빈혈을 예방하고 개선한다.

칼로리가 낮으며, 섬유질이 다량 함유되어 있어 적은 섭취로도 쉽게 포만감을 느끼게 하며 비타민 미네랄 철분 인등 각종 영양소 섭취로 균형 있는 건강한 다이어트가 가능하다.

청각에 풍부한 섬유소는 장의 연동운동을 활발하게 하며 장내 노폐물을 배출시켜 숙변 해소와 변비 개선에 효과적이다.

칼슘과 인 등의 무기질 성분들이 골격이 형성되고 있는 성장기 어린이의 발육에도 이로운 작용을 한다.

청각에 풍부한 비타민C와 베타카로틴은 강력한 항산화 작용으로 세포의 노화를 방지하고 염증 매개체인 류코트리엔의 합성을 억제해 기미, 주근깨, 잡티, 여드름, 피부염 등을 완화시켜 피부를 매끄럽고 탄력 있게 만들어 준다.

잦은 스트레스와 과도한 육류 섭취, 인스턴트 음식 섭취 등으로 산성화 되기 쉬운 우리 몸을 알칼리성으로 중화시키는 작용을 한다.

비타민A가 풍부하여 자외선으로부터 눈의 점막을 보호하고 눈의 피로를 풀어 시력을 보호하며 안구를 튼튼하게 하며, 시력보호에 필수적인 로돕신 성분의 재 합성을 촉진해 눈의 피로를 감소시키고 시력을 보호한다.

베타카로틴은 혈관 내 노폐물 및 독소 배출을 도와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어 심근경색, 동맥경화, 등 여러 심혈관질환을 예방한다.

청각은 구충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오래전부터 회충약으로 쓰이기도 했고 청각의 수용성 추출물인 아크릴산은 강력한 세균 증식을 억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와 같은 청각의 유익한 성분과 작용을 알게 되고서 나는 김장철이면 청각 전도사가 된다.

직접 김치를 담글 때도 청각을 사용하지만 양념거리를 사러 오시는 분들께도 권하고 있다.  

청각은 바닷가에서는 생으로 활용하나 오래 저장할 수가 없어 대부분 말려서 유통을 시킨다. 바닷가 이외의 지역에서는 11월 경 한 달 정도만 생청각을 볼 수가 있을 정도로 생청각의 유통기간이 짧다. 반면 건조된 청각은 연중 어느 지역이나 구하기 어렵지 않다.


이번 김장철에는 우리 독자님들의 가정 에서도 꼭 활용해 보시길 적극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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