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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Sep 22. 2022

한련초(旱蓮草)

머리를 검게 한다는 풀

화단에 우후죽순 자라나는 풀이 있었다. 땅이 넓음을 자신도 알고 있다는 듯 바닥에 납작 엎드려 뿌리를 깊게 내리고 앙증맞은 작은 꽃까지 피우는 풀이었다. 무성한 구절초 사이에서는 더 이상의 넓은 땅이 없어도 불편하지 않다는 듯 위로위로, 구절초가 허락한 만큼의 작은 공간에서도 아주 잘 자라는 풀이었다. 부지런히 뽑아내다가 뜨거운 태양이 작렬하던 어느 날, 빼꼼히 얼굴을 내밀고 반짝이는 작은 꽃을 보았다. 그 풀을 뽑기 위해 뻗은 손이 순간 멈칫했다. 잡초라고 마구 뽑아버리던 풀이 꽃을 피우고 자손을 퍼트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꽃에서 보게 된 것이다. 마음을 움직인 그 꽃의 존재를 알아야 했다. 곧바로 검색을 했다.


인터넷에서는 이미 유명인사였다.

이름은 한련초(旱蓮草)다. 꽃이 지고 열매가 익으면 작은 연밥 같은 모양이 된다. 물 없는 곳에 자라는 연꽃이라는 의미로 이름 지어진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련초의 특징
국화과인 한련초는 한해살이 풀로서 온몸에 짧은 털이 있다.
줄기는 곧게 서거나 비스듬히 누우며 잎겨드랑이마다 가지를 친다.
잎은 마디마다 2장이 마주 자리한다.
잎의 생김새는 피침형으로 양끝이 뾰족하며 가장자리에는 톱니가 있는데 간혹 없는 개체도 있다.
8~9월에 가지 끝마다 2~3송이의 작은 꽃이 피어나고 짤막한 흰 꽃잎은 가늘게 갈라져있다.
꽃이 지고 난 뒤 납작하고 둥근 열매를 맺는다.
줄기를 자르면 맑은 즙이 나오다가 금세 검게 변한다.
옛날엔 이 즙으로 머리를 까맣게 물들였다고 한다.
*한련초 효능
한련초는 원기를 회복하고 남성의 기운을 증대하는데 좋으며 천연 강장제라 불린다.
혈액 속에 나쁜 콜레스테롤을 체외로 배출하는 기능이 있다.
머리카락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소를 함유하고 있으며 탈모를 예방한다.
[1000여 종에 이르는 약초의 약리학적 지식정보를 명쾌하게 소개하는 본초학 도감]이라고 소개하는 '익생양술 대전'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있다.

*특징
예장초(鱧腸草)·하년초·금릉초(金陵草)·연자초(蓮子草)·묵연초(墨烟草)·묵채(墨菜)·저아초(猪牙草)·한련 풀이라고도 한다. 줄기는 밑 부분이 비스듬히 자라다가 곧게 서는데 부드럽고 연약하지만 전체에 짧고 센 털이 있어 거칠다. 가지는 잎겨드랑이에서 갈라진다.

*효능
주로 통증과 출혈증을 다스리며, 피부 종기에 효험이 있다.
(관련 질병 : 강장보호, 근골동통, 대하증, 배농, 변혈증, 보신·보익, 비육혈, 설염, 소종양, 어혈, 음낭종독, 종독, 종창, 중독, 토혈, 흑발발모 등에 약효를 발휘한다.)


[동의 보감]과 [의감]에 기록된 내용으로 수염과 머리털을 검게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한련고 이야기

한련초 9.6kg을 음력 6월 15일 이후부터 7월 15일 전까지 사이에 채취하여 물에 씻지 않고 눌러서 즙을 받는다. 이것을 볕에 쪼이면서 5일 동안 쉬지 않고 계속 젓는데 5일째 되는 날 낮 12시경에 좋은 생강즙과 좋은 꿀 각각 600g을 섞어서 넣고 앞에서와 같이 볕에 쪼이면서 며칠 동안 저어 묽은 엿처럼 되게 만든다. 이것을 사기항아리에 담아 두고 매일 아침 빈속에 1숟가락씩 좋은 술 1종지에 타서 먹고 오후에 또 한번 먹는다. 그후 21일 동안 지나서 희어진 털을 뽑아 버리면 검은 털이 곧 나온다


일반적인 한련초 활용방법은 다음과 같다.


*물 1리터에 한련초 10g을 넣고 30분 정도 끓여 차로 마시면 상열감이 있으면서 탈모가 있는 사람에게 좋다.

*한련초를 진하게 달여 설탕이나 꿀을 넣고 엿처럼 고아먹는다.

*한련초를 찧어 붙여 피부염을 치료한다.




이상과 같이 존재를 알게 된 한련초를 그냥 풀로서 생명을 다하게 할 수는 없었다. 하여 나의 주특기인 발효액을 담그기로 했다. 일단 집 주변을 돌며 눈에 보이는 한련초를 모두 채취했다. 자라기도 전에 풀이라고 뽑아버려서 그다지 많지는 않았다. 한련초만 담기에는 양이 좀 서운하여 쇠비름, 괭이밥, 민들레, 질경이, 금전초, 환삼덩굴 등을 소량씩 채취하여 함께 담갔다. 전체적인 비율을 한련초가 50프로 정도 되도록 맞추었다. 깨끗이 물에 흔들어 씻은 후 물 빠짐을 기다리느라 몇 시간을 그늘에 덮어두었는데 그사이에 한련초의 상처 난 부위가 검게 물들어 있었다. 그 빛깔만 보고는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바로 그 검은 빛깔이 한련초 특유의 약성이라 함을 기억하고는 그대로 발효액을 담갔다.


기존의 내가 사용했던 방법으로는 원료의 성분을 추출하는 것 이상의 기대를 할 수가 없음을 알고 이번에는 진짜 효소 물질을 기대하며 방법을 바꾸어 보기로 했다. 원재료에 설탕의 비율을 65프로로 계량하여 버무려 담갔다. (원재료에 설탕 100프로의 비율로는 추출물에서 효소가 성장하기에는 부적절하다고 한다.)


그렇게 담근 한련초 발효액을 한 달이 지난 시점에서 빛깔과 맛을 보았다.

빛깔은 우려했던 검은색은 간곳없고 아주 맑은 황토색 정도로 우러나 있었으며, 설탕을 줄인 효과인지 너무 달지 않으면서, 발효가 되고 있다는 신호로 새콤한 맛이 났다. 그리고 향이 강한 금전초가 자신의 존재를 향으로 알려 주고 있었다. 향긋하고 새콤달콤한 건강음료가 될것으로 기대가 된다.


100일을 기다릴 것이다. 그리고 건더기를 걸러내고 다시 2차 숙성으로 1년 정도를 기다릴 것이다. 그 기다림으로 향긋하고 약성 좋은 [한련초 모둠 발효액]이 탄생할 것이다.

잡초를 몸에 좋은 음료로 탄생시키기까지의 기다림은 한 번쯤은 느껴볼 만한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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