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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May 24. 2022

구절초

내 몸의 통증을 달래주는 풀

지난 두어 달 정도, 류머티즘이 도진 건지 10여 년 전쯤에 느꼈던 통증과 같은 증상으로 몸도 힘들고 마음도 너무 힘들었다. 손가락 발가락이 변형이 생길 정도로 고통스러웠고 일상생활이 모두 자유롭지가 못했다. 병원 처방약을 먹으며 속 쓰림까지 생겨서 마음을 웅크리다 보니 세상 모든 것들이 아무런 의미 없다 느껴지고 남은 삶들을 주어진만큼 '내 의지대로 살아낼 수 있을까'라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었다.



 

주말이면 내려가는 완도 집 주변에 작년에 모종을 심어 저절로 자라게 두었던 구절초가 건강하고 소담하게 자라고 있었다. 구절초의 생명력에 부러운 마음으로 바라보다가 순을 따서 나물을 하면 무슨 맛일까 라는 궁금증이 생겼다. 유튜브에서 나물로 해 먹는 것을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궁금한 건 참지 못하는 성격에 즉각 연한 새순을 몇 잎 땄다. 그런데 욱신거리는 통증 때문에 누 차려주는 밥도 먹기 힘들 상황에서 손수 데쳐서 무침해 먹는다는 것이 귀찮아졌다. 게다가 맛도 확인되지 않은 음식을 만들기 위해 통증을 참아야 한다는 것이 궁색하다 느껴져서 구절초 나물 맛의 궁금함은 나중으로 미루게 되었다. 대신 멀쩡한 구절 초순을 그냥 버리기는 미안해서 포트에 물을 끓였.




맛은 쌉쌀했지만 뒷맛이 개운했. 쓰디쓴 내 삶의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 '삶을 닮은 맛'이라는 생각 때문일까? 싫지 않은 그 맛에 작은 잔으로 한잔씩 따라 창가에 앉아 분위기를 잡으며 홀짝홀짝 마셨다. 잠자기 전까지 서너 잔쯤 마신 것 같다. 잠자리에 누울 때 까지도 통증은 나를 괴롭혔다. 펴지지도 않는 손가락을 통증을 참으며 주무르다 잠이 들었다. 그리고 새벽녘에 잠이 깨었는데 손가락이 그다지 불편하지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바닥을 디뎌보니 발가락 통증도 심하지 않았다.


문득 구절초 끓인 물이 생각났. 구절초가 내 몸속에서 어떤 작용을 했구나 싶은 희망적인 생각이었다.


모닝커피 대신 구절초 물을 한잔 따랐다. 쌉쌀한 맛이 딱 내 삶의 맛이라는 생각을 다시 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잠시 후 입안의 개운함과 몸이 조금 더 건강해졌다는 기분 좋은 느낌이 온몸에 퍼졌다. 그날부터 심한 통증은 가라앉은 것 같다. 발가락도 잘 움직여지고 붉게 부풀었던 손, 발가락 마디도 많이 가라앉았다. 그리고 그 일주일 동안 큰 통증 없이 잘 지냈다.




다시 주말, 완도에 도착하자마자 구절초 잎을 한 줌 따서 물부터 끓였. 내 통증을 다스려줄 고마운 이라는 생각이 구절초의 쓴맛도 그리워지게 했다.





그럼 구절초가 어떤 풀이길래 그리도 심한 통증을 가라앉혀 주었는지 알아보자.


구절초는 국화과에 속하는 다년생 초본식물이다. 아홉 마디가 생긴 후 꽃이 핀다는 의미로 구절초라 하였다.‘아홉 번 꺾이는 풀’, ‘음력 9월 9일에 꺾는 풀’이라는 뜻도 포함하고 있다. 구일초(九日草)또는 선모초(仙母草)라고도 한다.


# 구절초의 효능

*항균, 항염, 면역증진 : 구절초는 강장과 항균, 항염 작용으로 면역증진과 피로 해소 등에 도움이 된다. 옛날에는 떡을 보관할 때 쉽게 상하지 않도록 구절초 잎을 얹어 두었고, 옷에 좀이 슬지 않도록 말린 구절초를 한지에 싸서 옷장에 넣어두었는데, 이는 구절초의 항균작용을 알아보고 활용한 선조들의 지혜라 할 수 있다.


*소염, 진통, 스트레스 완화 : 구절초는 염증을 억제하고 진통 작용을 해 두통, 신경통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또 피를 맑게 하고 상기된 기운을 아래로 내려보내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 특히 통증을 가라앉히고 심리적 안정을 가져와 숙면에도 효과가 있어 메밀껍질과 함께 베갯속 재료로도 활용되었다.


*냉증 개선 : 구절초는 몸을 따뜻하게 하는 보온 성질이 있어, 수족냉증, 냉복통, 양궐 사음 등 몸이 차서 생기는 다양한 증상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히 냉증이 심해 생기는 위장 질환에 작용해 위무력증, 위한 증, 소화불량, 식욕부진, 설사, 복부팽만 등을 완화해준다.


*생리불순, 난임 등 여성 건강 관리 : 구절초는 여성 질환에 특효를 내는 약재로 유명하다. 생리통, 생리불순, 대하증, 난임, 자궁 냉증 등과 여성 갱년기 증상인 안면홍조, 우울증, 상열감 등을 완화하는 데도 쓰였다.


*심혈관 질환 예방 : 구절초는 몸을 따뜻하게 하고 혈액순환을 촉진할 뿐만 아니라 폴리페놀, 플라보노이드 등 각종 항산화 성분이 체내 활성산소를 없애주어 혈관 손상을 예방하고,  또한 혈관에 쌓인 콜레스테롤 등 지질 성분과 노폐물을 체외로 배출시켜 주어 혈관 건강에 도움을 준다.


구절초는 꽃을 포함하여 잎과 줄기 등 전초를 잘 말린 후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였다가 필요할 때마다 달여 마신다. 성질은 따뜻하나 맛이 쓰므로 이를 완화하기 위해 감초를 같이 넣기도 한다. 또한 구절초 꽃만을 채취하여 꽃차로 제조하여 마셔도 좋은 효과를 볼 수가 있다. 크게 부작용은 없으나 약으로 구절초를 활용해 보실 분들은 체질과 증상에 따라 약효가 다를 수 있으므로 전문가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이상과 같이 구절초의 효능을 살펴보고 난 후, 그날 이후 잠을 잘 자고 통증이 현저하게 감소된 이유를 이해하게 되었다. 나물을 해 먹으려다 물을 끓이게 된 것이기에 새순을 따서 의외의 효과를 보았지만 원래는 음력 9월 9일에 채취하는 것이 약효가 가장 좋다고 알려져 있다.


정열의 여름 태양을 품고 마침내 하얀 꽃들을 다투어 피워내는 구절초의 절정기인 9월 9일이 기다려진다. 그리고 내 온몸의 모든 통증들이 구절초의 쓴맛을 피해 아주 멀리 달아나기를 상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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