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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Sep 24. 2021

나문쟁이

솔잎을 닮아 '갯솔나물' 이라고도불려요

나문쟁이!

이름은 들어 보셨나요?

저는 나문쟁이라고도 불리고 갯솔 나물이라고도 불려요.


나문쟁이라는 이름은, 옛날 바닷가 사람들이 반찬으로 자주 해 먹었대요. 그러다 보니 자주 먹는 저를 조금은 지겨워했던 것 같아요. 반찬이 부족할 때는 잘 먹다가도 다른 반찬이 있을 때는 저를 남겼다고 하네요. 그리고는 남은 반찬이라는 뜻으로 '남은 채'라고 불렀다는데 그 '남은 채'라는 말이 변해서 '나문재'가 되었다가 나중에는 '나문쟁이'가 되어 버린 거래요.


또 갯솔 나물이라는 이름은요?

제 잎이 마치 솔잎처럼 뾰족뾰족하거든요.

갯벌에 살면서 솔잎을 닮았다 하여 사람들이 그렇게 불러 주었어요.

누구는 함초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함초와는 생김새와 사는 곳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전혀 다른 풀이예요.

이 정도로 설명하면 갯벌에서 저를 만났을 때 알아보실 수 있으시겠지요?


저는 따뜻한 중부 이남의 바닷가 갯벌에서 살아요. 서해라고도 부르고 남해라고도 부르는 곳이에요.

식감은 아삭아삭하고 약간의 짠맛이 있지만 씹다 보면 경쾌한 단맛이 느껴진답니다.

저의 어린순을 따서 끓는 물에 살짝 데친 후 찬물에 헹구어서 물기를 꼭 짜고 고추장에 식초와 설탕, 참기름 참깨를 넣고 조물조물 무치면 맛있게 드실 수 있어요. 고기먹을때 파채처럼 쌈에 싸먹어도 아주 좋아요. 어느분은 저를 짠물을 빼지 않고 말려서 가루를 내어 소금대용으로 쓰기도 하신대요.


저를 식용으로 하고자 할 때는 5월 단오 이전이 제일 좋아요.

그때는 아직 어려서 누군가 저를 해칠 거라는 생각을 못하거든요. 그래서 저를 보호하기 위한 독성 같은걸 만들지 못해요. 하지만 단오가 지나 제가 조금 철이 들면 저 스스로가 저를 보호하지 않으면 아무도 지켜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요. 이미 많은 친구들이 사람들에게 반찬감으로 뜯겨간 후 이긴 하지만 이때라도 알게 된 게 얼마나 다행이에요? 그래서 부지런히 쓴맛으로 가장한 독을 만들고요. 뿌리부터 함부로 꺾어가지 못하도록 단단하게 심을 키워요. 제 전략은 그런대로 성공적이어서, 쓰고 뻣뻣해진 저를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고 내버려 두더라고요.

 

하지만 단오가 지났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어요. 계속해서 저의 세계를 넓히기 위해 새순을 키우는데요. 뿌리부터 끌어올려야 하는 심지와 독성을 새순과 동시에 만들 수는 없거든요. 그걸 눈치챈 사람들은 단오가 지나도 저의 어린순만을 따다가 끓는 물에 데친 후 한두 시간 찬물에 담가 놓았다가 나물로 무쳐 드시더군요.

상처 나지 않고 온전히 살아내기가 정말 쉽지 않아요.


단오가 지나면 제가 똑똑해진다는 것이 소문이 나서 부지런한 바닷가 분들은 아예 단오 이전에 따서 데친 후 말렸다가 1년 내내 묵나물로 해서 드시기도 해요.

저를 자주 드시면 건강한 체질로 관리를 받을 수 있어서 그렇게 하신대요.


제가 인체에서 무슨 역할을 하냐면요?

일단, 각종 질환으로 인한 열을 내려 주고요. 소화를 촉진하고요. 변비를 해소해 주며 비만을 예방하기도 해요.

결핵성 림프염과 고혈압도 제가 조절을 하지요. 또, 간 기능 개선에도 효과가 있어요. 요즘 흔히 말하는 성인병을 예방해드리는 거예요.


저는요. 바닷물을 먹고 건강한 갯벌의 양분을 흡수해서 각종 비타민. 미네랄. 나트륨. 칼슘. 칼륨. 인. 철분 등을 다량 만들고요. 플라보노이드 성분도 만들어서 항산화작용도 해주어요. 루틴이라는 성분도 가지고 있는데요. 루틴은  튼튼한 혈관을 만들어준다네요. 저 정말 대단 하지요? 그런데요 절더러 성질이 차갑대요. 그래서 가급적 냉한 체질은  너무 많이 먹지 않도록 해야 한대요.


제가 이렇게 착한데요.

그래도 반찬으로 해 먹기 번거롭고 관리가 어렵다면 제가 반갑지만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어떤 분은 저를 발효액으로 만들어서 보관이 쉬우면서 손쉽게 먹을 수 있도록 하신다고 해요.


발효액 만들기는 어렵지 않아요. 저의 연한순만 따서 깨끗이 씻은 후에 물기를 잘 빼주어요. 원래 수분이 많아서 조금 시들 해질 정도까지 말려도 괜찮아요. 그 다음엔 설탕과 같은양으로 버무려서 항아리나 담금병에 꼭꼭 눌러 6개월을 푹 재워주면요. 제가 먹기 편하고 보관하기 편하면서 고유의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는 발효액으로 변신을 하게 돼요. 그 발효액을 틈틈이 물에 타서 차처럼 마시다 보면 늘 건강한 삶을 지킬 수 있을 거예요.


저 많이 사랑해 주실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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