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신 이시여!
돌아래 숨어 있는 게들을 보면서...
낚시를 간다는 남편을 따라 서해 바다로 갔다. 낚싯대를 던져 놓고 무심히 찌가 움직이기만을 바라고 있는 남편이 재미없어 주변 구경을 하기로 했다. 자갈이 무수히 깔려 있는 물 빠진 바닷가를 걷다가 우연히 바윗돌 하나를 들었다. 생각 없이 들어 올린 바윗돌 아래서 급하게 움직이는 것들이 있어 까무러치게 놀랐다.
다시 보니 볶아서도 먹고 졸여서도 먹는 작은 게 들이다.
게 들은 더 크게 놀랐는지 혼비백산하며 달아난다.
옆에 있는 돌 하나를 또 들어 봤다. 그곳에도 바글바글하다.
해변에 널브러진 바윗돌마다 게들이 살고 있다.
재미있어 몇 개 더 들어보니 빈 돌이 없다. 작은 물고기라도 들어 있었다.
물고기들은 피난하는 모습이 시끄럽지는 않다. 그런데 작은 게들은 내가 바윗돌을 옮길 때마다 비상 사이렌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게들이 피난하느라 부산 떠는 모습이 재미있어 계속해서 돌을 들치며 즐기다가 재밌는 생각이 들었다.
게들의 세계에서 바윗돌을 차지하기 위한 거래가 있을까? 있다면 거래는 어찌 이루어질까? 하는 생각이다.
어느 돌은 들기도 무거우리 만큼 큰 돌인데 한 두 마리 단출하게 들어 있고 어느 돌은 작아서 이곳에도 있을까 싶은데 돌의 크기보다도 더 많은 게들이 살고 있다.
어쩌면 우리에겐 그저 바윗돌로 보이는 그곳이 게들에겐 생존의 공간일 것이다.
공짜로 사는 거라면 이왕이면 큰 돌을 골라서 살면 환경이 더 쾌적할 터인데, 또한 작은 곳에 모여 살면 서로 부딪히고 불편한 것이 많을 것인데, 식구가 많으면서도 작은 바윗돌을 집으로 삼은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게들을 붙잡고 물어볼 수는 없는 상황이니 혼자 상상해 보았다.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 열심히 맛있는 먹이를 모을 거야, 맛있고 좋은 것은 아끼고 생채기 나고 못생긴 것들을 먹으며 목표를 달성하기까지 허리띠를 졸라매겠지, 그러다가 어느 게가 먹이 주면 집을 주겠다고 소문을 낼 거야, 그럼 모아둔 먹이의 가치와 따져서 적당한 집을 고르는 거야, 부지런하고 알뜰한 게는 많이 모아서 큰집과 교환하고, 낙천적인 게는 작아도 몸만 숨길수 있으면 그만이지 라고 유유 자작하며 살아갈 거야' 이렇게 생각하니 꼭 우리 부부이야기를 쓴 것 같다.
그리고도 상상은 계속 이어진다.
'무력으로 강한 게가 약한 게의 집을 빼앗기도 할 거야, 그것도 아니면 먼저 차지하는 게가 주인이 되었다가 대대로 물려주고 그곳에서 자식도 낳아 키우고 결혼도 시키고 그러는 게 아닐까?
그렇게 큰집을 마련해 사는 게의 자식들은 먹고 싶은 거 참으며 사고 싶은 거 못 사는 고통 없이 자라겠지 온몸에 윤기가 반지르르 흐르는 게들이 부잣집 게들일 거야, 반면 일찍이 부모를 여의고 자수성가하여 거처를 마련해 살아가는 게들도 있을 거야'
저 멀리 신들의 세계에서 바라보는 우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좀 더 잘 먹고, 잘 입고, 좋은 집에서 살기 위해 부지런히 일하고 저축하고 재테크를 하는 일들이 우리를 바라보는 신들에게는 지금 내가 게들의 은신처인 바윗돌을 바라보며 느끼는 감정과 다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중심인 양, 내 중심주의에 빠져 살아오면서 내 아래로는 하찮게 여기고 신들에게는 경외심을 느끼며 살아가는 우리들과, 게들이 작은 물고기나 벌레들을 잡아먹으며 살다가 나를 보며 무서워 달아나는 모습, 그 모습이 결국은 서로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무작위로 어느 놈 하나 선택하여 잡으면 그놈은 반찬이 되거나 죽음을 맞아 버려질 것이다.
나 또한 피서 나온 신들에게 무작위로 선택된다면 어찌 되는 걸까?
죽음을 맞이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어쩌면 복권이라도 당첨되는 행운의 신에게 선택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가 게들의 움직임을 보면서 동화 같은 상상을 하며 즐거워했던 것이 게들에겐 커다란 악몽의 시간이었을 수도 있다. 내가 거대한 악마로 평화로운 게들의 마을을 덮친 격이다,
나 또한 어쩌면 신들에겐 그런 대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미치고 보니 어느 것에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오! 신이시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