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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현숙 Aug 16. 2023

참비름나물의 보은

화단에 자라는 참비름나물

화단에 나무와 꽃을 심고 가꾸었다. 그런데 인위적으로 심고 가꾸는 종류들 말고도 스스로 찾아와 터를 잡은 아이들이 더 많다. 이름하여 잡초라 불리는 아이들이다. 잡초이지만 각각의 매력에 쉽게 제거하지 못하고 뜨거운 한여름을 함께 보낸다.


그중에 참비름 나물도 10여 뿌리 자라고 있다. 흙이 훤히 보이는 화단에 푸릇한 모양이 나쁘지 않아서 물을 주면서 키웠다.


어느 날 보니 소담한 참비름나물의 격을 갖춘 모양새로 자라 있었다. 깨끗하고 농약의 걱정이 없는 최고의 식재료를 그대로 잡초취급만 하기에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바구니를 들고 순을 땄다. 한 끼 반찬으로 충분한 양이되었다. 깨끗이 씻어 끓는 물에 데쳐 무치니 그야말로 싱싱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건강한 반찬이 되었다. 순만 따먹고 물 몇 번 주니 또다시 풍성한 새순을 키워낸다. 여름이 지나도록 우리 집 식탁의 효자반찬 노릇을 해줄 듯하다.

소담하거 자란 참비름 풀
한끼는 족히 먹을 만큼 충분한양이다.
특유의 참비름맛이 살아있는 비름나물

50 여평의 우리 정원은 갖가지 나무와 화초와 잡초들이 가득하다. 겨울이 막 지나 아직 찬바람이 남아있을 때부터 냉이, 민들레. 달래, 머위, 당귀순, 방풍순, 두릅, 엄나무순 등이 입맛을 돋우워준다. 꽃샘추위도 지나고 완연한 춘풍이 여유를 부릴 때면 빨갛게 익은 앵두가 자꾸만 내 시간을 빼앗으며, 새콤하게 익은 딸기도 자주 자기들의 영역으로 나를 불러들인다. 그사이 어느새 포도가 열리고 사과꽃이 열매로 바뀌어 있다. 모란이 피고 작약이 핀다. 그 모습에 반해 감동하고 있는 동안 담장 위로 뻗은 장미덩굴이 화려한 뽐내기를 한다.  돌아보면 한송이였던 장미꽃이 두 송이. 네 송이, 여덟 송이... 피고 또 피며 자기만 봐달라고 하는 듯하다. 


사계절 내내, 땅은 마치 순서를 지키듯 때 맞추어 먹을 것을 내어주고 화려한 꽃으로 세상살이의 힘겨움을 위로한다.  타향으로의 귀촌에 적응하기를 포기하려 할 때 찾아온 작은 기쁨들이다.


잡초로 찾아온 참비름나물에 물 몇 번 주더니 나에게 보은이라도 하듯 키우고 또 키워내는 건강한 먹거리에서 내가 살아갈 방향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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