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화의 전설을 들어보면 여인의 온화하고 순종적인 이미지와 슬픔, 그리움, 원망 등을 담고 있다.
사랑하던 연인이 바닷가를 걷다가 여자가 파도에 휩쓸리게 되고 그 여인을 구한 남자는 죽게 된다. 이때 여자의 슬픔은 무엇과도 비교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여자의 뜨거운 눈물이 떨어진 자리마다 자라난 것이 해당화라고 한다. 남자를 잃은 슬픔, 남자를 앗아간 파도에 향한 원망, 그 사랑을 잊지 못하는 그리움이 그 눈물 속에 녹아 있었던 것이다.
바닷가 산책길에 해당화가 활짝 피었고 이미 진 꽃들은 탐스런 열매들을 달고 있다.
해당화 꽃의 그토록 고운 빛깔을 보면서 그리움의 빛깔을 알 것 같았다.
꽃에서 퍼지는 향기는 태곳적부터 쌓이고 쌓인 슬픔이 녹아있다.
그 향기가 원망스러운 파도에게로 가 닿을 때까지 해당화는 향기를 뿜어댈 요량인가 보다.
빗물에 흠뻑 젖은 해당화 열매는 부끄러움 많은 처녀의 자태인 양 얼굴을 붉히고 고개를 숙였다.
어쩌면 열매 속에 쌓여있는 그리움을, 슬픔을, 원망을, 빗물을 핑계로 녹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