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고양이 노랑이 9

새 주인들 마음에 들 계획

by 강현숙

깜순은 막 잠에서 깨어 부스스한 얼굴을 비비고 있었다.

“노랑이님 어딜 다녀오세요? 야옹?”

“야옹! 잘 잤어?”

“네!, 야옹!”

기운 없는 깜순이의 목소리에 마음이 아팠다. 아저씨가 주던 각종 산해진미가 눈앞에 어른거렸다. 누군가 사람들이 챙겨주지 않으면 부드럽고 달달한 식사는 포기해야 한다. 마음만 먹으면 생쥐정도야 쉽게 사냥할 수 있겠지만 힘 들이지 않고 다양한 식사는 어려울 것이다. 새로 이사 온 주인들의 마음에 드는 방법이 없을까? -그래, 그거야, 야옹!- 문득 나는 새 주인들의 마음을 얻을 방법이 떠올랐다. 맛있는 선물을 주면 주인들이 좋아해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었다.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슬픈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깜순에게 찡긋 눈짓을 하고는 쏜살같이 내달렸다. 맛있는 쥐를 잡아 주인에게 선물을 할 생각이었다. -무조건 통통한 쥐 한 마리를 잡아야 해, 가장 맛있는 놈으로...- 주인이 깨어나기 전에 잡아 올 생각이었다. 작은 방아래 사는 놈들은 이미 눈치를 채어 자신이 다가가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테니 아직 눈치를 채지 못한 방파제 아래 사는 놈을 공략할 것이다. 생선과 조개들만 먹고 자란 놈들이라 영양도 많을 것이다. 그놈을 잡아 깜순이와 한 끼 식사를 해도 좋겠지만 대서양을 주름잡던 참치와 태평양을 누비던 정어리, 고등어, 꽁치등을 계속 얻어먹고 살려면 한 끼식사를 포기해도 좋다는 생각이었다. 어느새 방파제에 다달았다. 여기서부터는 발소리가 나지 않도록 살금살금 가야 한다. 일단 멈추어 뛰어오느라 두근대는 심장을 진정시켰다. 얼굴에 흐르는 땀도 닦았다. -야~옹!-, 호흡도 진정시키고 나서 쥐구멍이 잘보이는곳에 숨었다.


“찍~찍~찍~, 조개를 잡으러 바다로 갈까나~”

흥겨운 노래를 부르며 방파제 구멍의 쥐들이 나오고 있었다. 한 마리, 두 마리, 세 마리,...... 열세 마리, 어미 한놈과 열두 형제였다. 확실히 영양 좋은 생선과 신선한 조개들을 먹으니 건강이 좋아서 인지 새끼들을 많이도 낳았다. 어떤 놈이 맛있을까? 어미는 좀 질길 것이고, 열두 번째는 너무 작고, 첫 번째는 너무 크다. 네 번째, 저놈이 딱 좋겠다. 적당히 크고 살집도 통통한 것이 맛있어 보였다. 나는 얼른 벌밭의 조개들을 이리저리 흩어 놓았다. 그래야 쥐들이 뿔뿔이 흩어져 잡기가 좋을 것이다. 잘못해서 열두 형제가 동시에 덤벼들면 사냥이 서툰 내가 당하지 못할 것이기에 나름대로 꾀를 낸 것이다. 콧노래를 부르며 줄을 맞춰 오던 쥐들이 여기저기 흩어진 조개들을 보고 –우와!, 찍찍!- 하며 흩어졌다. 나는 네 번째를 유심히 보았다. 각자 정신없이 조개를 주워 먹고 있을 때 네 번째가 홀로 떨어져 한 무더기의 조개 있는 곳으로 왔다. 넷째가 아무래도 욕심이 많은 듯, 한무더기의 조개를 아무도 부르지않고 혼자먹겠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다른 놈들이 알면 모두 다 덤빌 테니 한 번에 성공해야 한다. 하나, 둘, 셋, 구령과 함께 넷째 쥐의 목덜미를 물었다. 목이 물린 넷째 쥐는 찍소리도 내지 못하고 벌어진 입에서 방금 잡아먹은 조개들을 게워내고 있었다. 첫 번째 사냥에서 단번에 성공을 했으니 어쩌면 나는 실력있는 고양이일지도 모른다. 숨이 끊어진 넷째 쥐를 물고 돌아서면서 바라본 그곳에는 열두 마리의 쥐들이 정신없이 조개를 주워 먹고 있었다. 아무도 넷째 쥐가 사라진 것을 눈치채지 못하도록 살그머니 방파제 옆길로 올라왔다.

나는 힘껏 달렸다. 펑퍼짐 아줌마가 기뻐할 모습이 떠올랐다. 현관 앞에 다달았다. 아직 집안은 조용하다. 현관 앞에 사냥해 온 쥐를 내려놓았다. 기름이 줄줄 흐르는 것이 정말 먹음직스럽다. 이만 하면 주인이 고마워하지 않을까? 나는 가까운 계단 아래에 숨어 주인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째깍, 째깍 지루한 시간이 흐른 후 안에서 소리가 났다. 게으른 주인들이 잠에서 깨어났다. 이제 문을 열고 나올 것이다. -두근, 두근,- 철컥! 문이 열렸다.


“으악! 여보! 여보!”

펑퍼짐 아줌마가 비명을 질렀다.

응? 무슨 상황이지? 사람들은 너무 좋은 것을 보면 저렇게 소리를 지르나 보다 생각하며 고개를 빼꼼히 들었다. 펑퍼짐 아줌마가 현관문 앞에한발을 내딛다가 소리를 지르며 안으로 들어갔다. 곧 빼빼 남자가 나왔다.

“무슨 일이야? 왜 그래?”

빼빼는 쥐를 내려다 보았다.

“에이! 누가 이런 짓을... ”하며 쥐를 집게로 집어 바다에 던져 버렸다.

저럴 수가 저 맛있는 쥐를 바다에 던지다니? 어안이 벙벙 했다. 입맛도 참 까다로운 인간이라는 생각을 하며 쥐가 던져진 바다로 뛰어갔다. 다행히 멀리 떠내려 가지는 않았다. 다리를 적시고 들어가 쥐를 건져 깜순이라도 먹이려고 물고 갔다. 배고픔에 지쳐 있던 깜순이는 허겁지겁 먹었다. 이사 간 전 주인이 챙겨주던 닭고기와 장어, 고급스러운 민어까지 먹던 그 시절이 그리웠다. 새주인의 마음을 얻는다면 그시절이 다시올지도 모른다.


깜순이와 의논을 했다.

“노랑이님! 이런 건 어때요? 좀 위험하기는 하지만 지난번 어떤 사람이 뱀을 잡으러 돌아다니는 것을 보았어요. 두 사람이었는데 그들이 지나가면서 보양식으로 뱀이 최고지?라고 하는 말을 들었어요. 사람들은 뱀을 좋아 하나 봐요. 우리가 뱀고기를 좋아하는 것처럼요. 야옹!”

“오! 맞아!, 전에 주인도 기운 없을 때 뱀탕이 최고라고 했어, 그 생각을 못 했네, 야옹!”

그래 뱀을 잡자, 새 주인이 좋아하는 것이라면 어떤 위험에 빠진다 해도 도전해 볼 용의가 있었다. 시간을 미룰 것도 없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뱀이라는 놈이 보통 위험한 놈이 아니라서 혼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잘못해서 뱀에게 물리면 죽거나 평생 불구가 될 것이다. 새 주인의 마음을 얻기 위해서 목숨 한번 걸어보기로 했다. 어떻게 뱀을 잡지? 그때 재떨이가 생각났다. 근동에선 그래도 제일 힘이 센 놈이다. 거친 삶을 살면서 뱀 정도는 몇 번 잡아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래, 재떨이랑 힘을 합쳐야겠다. 그런데 깜순이를 빼앗긴 감정이 아직 가시지도 않았을 텐데 내 말을 들어줄까?, 문병 가는 척하면서 한번 만나 봐야겠다.- 지금쯤은 다친 다리도 다 나았을 것이다. 저밖에 모른다고 소문난 놈인데 기분이 나쁘면 내 이야기를 처음부터 들으려 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재떨이의 힘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일단 부딪혀 보자. 엉덩이를 털고 일어나 깜순이의 배웅을 받으며 재떨이 집으로 향했다.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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