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욱 산문집.
금빛 햇살이 억수같이 쏟아진다.
생이 가끔씩 전하는 찬람함이 그저 고맙다. 하늘은 푸르고 바람은 투명하니, 몸의 무거움은 멀고 마음의 평온함은 가깝다. 맑아지는 이 기분을 마음껏 탐닉한다. 유효기간이 그리 길지 않음을 잘 알고 있으니까. 내 안의 어둠을 경계하며 글을 쓰고 정원을 가꾸지만, 유감스럽게도 좋은 사람이 되기에는 아직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밝음에는 밝음의 관성이, 어둠에는 어둠의 관성이 있음을 실감하기에 밝은 것을 곁에 두려 그저 애쓰며 살아갈 뿐이다. 묵묵히 가다보면 언젠가 조금은 허락되어질 테니까. 당연한 건, 세상에 아무것도 없으니까.
오늘은 청명(晴明)이다. 이십사 절기 중 다섯 번째 절기인 청명에는 부지깽이를 땅에 꽂아도 싹이 난다는 말이 있듯이, 생명의 축복이 곳곳에 가득하다. 그래서 봄의 정원가는 부지런하고 눈이 맑으며 선량하다. 지인들이 다녀간다하기에 오래 미뤄둔 숙제처럼, 부랴부랴 서재를 청소하고, 나무를 전정하며, 화단을 다듬는다. 정원가의 단순하고도 정갈한 이 작업에는 불순물이 개입할 여지가 전혀 없다. 번잡스럽게 얽히고설킨 생각들이 이마에 돋은 땀을 따라 헹궈지니까. 좋은 이들의 곁에 앉아 좋은 것만 보여주고 들려주고만 싶은데, 불완전한 내 마음이 가 닿을 수 있을까. 좋은 기분으로 벌써부터 나는 설레기 시작한다.
'오후 네 시에 네가 온다면, 나는 세 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거야.' - '어린왕자' 중.-
단순 반복적인 노동과 맑고 깨끗한 것들을 곁에 두려할 때, 삶의 평온함은 내 곁에 바짝 당겨 앉는다.
덧. 봄의 연두가 가득한 나날입니다. 이 또한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기에 좀더 곁에 두고 오래 봅니다. 청명에 끄적ㅇ던 글을 이제야 발행해 봅니다.
작가님들, 독자님들. 항상 강건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