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성장애 환자에게 비 오는 날이란
그날은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비가 쏟아졌다.
강한 바람은 행여나 놓칠까 꽉 잡고 있던 우산을 힘없이 뒤집어 버렸고, 바지 밑단은 빗물에 젖어 발걸음이 축축하고 무거웠다.
도로 위의 차들은 평소보다 더 세게 달리는 것처럼 보였다. 빗물을 옆으로 뿜어내며 신나게 달리는 차들을 한참 동안 바라보며 서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몸이 근질근질하더니, 발을 종종거리며 안절부절못하던 나는 이상한 충동에 사로잡혔다.
'저 달리는 차들 사이로 당장 뛰어들고 싶어.'
어떻게든 이 위험한 충동을 억누르기 위해 애썼다. 의식적으로 몸을 움직이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리고 도로에 뛰어드는 상상을 했다. 그리고 그랬을 때 비로소 자유로워질 것만 같았던 그 마음을 뒤로한 채 우산을 쥔 손에 더 힘을 주고 움켜쥐었다.
그리고 그날,
주치의선생님과 상담을 하며 눈물을 쏟아냈다.
위험하고도 이상한 충동에서 간신히 살아 돌아온 나 자신이 왜인지 슬펐기 때문이다.
그날 밤 비는 계속되었다. 강한 천둥번개도 쳤다.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하늘은 울부짖었고, 눈을 감았다 뜨기를 반복하듯 세상은 번쩍거렸다.
나는 비가 오면 이상해진다.
비가 오는 날이면 때론 들떴다가, 한없이 가라앉기를 반복하는 불안정한 상태가 더욱더 심해진다. 비 오는 소리에 눈을 떴다가 하루종일 우울에 찌들어 눈물이 나고, 감정이 격해지다가 밤이 되면 또 그 같은 빗소리에 마음이 안정되기도 한다. 우울함이 기저에 깔려있지만 그 중간중간 오히려 기분이 널뛰고, 뜬금없이 센치해져서 극심한 감정기복에 시달린다. 참기 힘든 불안이 생기기도, 하루종일 눈물이 나기도, 우울감에 약을 평소보다 많이 먹기도 한다. 평온했다가도 갑자기 우산을 던져버리고 비를 맞으며 차가 달리는 도로에 뛰어들 생각을 하는 나는 이상한 것이 분명하다.
이것은 비 때문일까.
아니면 정말 내가 이상해져 버린 걸까.
오늘도 비가 온다.
세차게 내리다 금세 그치고를 반복하는 오늘의 비처럼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불안정한 곡선을 그리며 또다시 나를 괴롭히기 시작한다.
이럴 때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병원에 가서 주치의선생님과 상담을 하고, 약을 더 챙겨 먹고, 비가 그치는 것을 기다리는 것 밖에는.
그리고 그 불안의 끝을 예견하기 위해 '오늘의 날씨'를 검색하는 것. 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