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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Nov 03. 2017

흔들리는 관람차

♬ 그대와 함께한 시간 짧지 않아 하지만 늘 처음과 같아~ 그대 걱정 말아 내가 지켜줄게~ 그대를 만나러 가는 길거리가 붐벼~ 설레는 마음 감출 수가 없어


거짓말 거~~~ 짓~~~ 말!!!!!!!!!!! 알렉사 꺼꺼꺼꺼!! 싫어!!! 이 거짓부렁 노래!!!!


♪ 사랑해~ 나만 믿어 내가 지켜줄 거야


악!!!!!!! 끄라고!!!


'오전 8시 반입니다. 대표님과 미팅 30분 전입니다.'


뭐? 뭐?! 8시 반?!!!!!??!!


미쳤다. 미친 것이 틀림없다. 찌질했던 막내작가 때부터 지금 이 순간만을 기다려 왔건만! 산발 머리에 노 메이크업 통바지 차림으로 뛰쳐나오다니. 난 이미 나이길 포기한 것이다.

'해피 크리스마스! 지민~! 오늘 드디어 그 섹시남 만난다며? 성공과 남자를 모두 건지리라~! 그건 그렇고 저녁에 내가 해준 소개팅 잊지 않고 있지? 쇼호스트 중에 가장 멋있는 애야. 크리스마스 때 특별한 추억 만들어 주려고 애썼으니까 너 너 너 너 예쁘게 하고 가!!'


'나 지금 망했어'라고 답장 보내줘.


45층. 몸에도 안 좋은데 왜 이렇게 높게 건물을 세우는지. 빨리 올라가라. 빨리 올라가라. 제발.


"저기요.. 오늘 '안녕, 에밀리' 드라마 때문에 대표님 만나기로 했는데요."

단발머리의 비서가 방긋 웃었다.

"5분 지각하셨네요. 대표님 나가셨습니다."

"그럼 언제.."

"다음에 부를 때 오세요."





저녁 7시, 수진은 도훈과 크리스마스 재즈 공연을 보고 있었다. 블랙 벨벳 드레스가 그녀의 날씬한 몸에 착 감겨 있었고 봉긋한 가슴 부분만 깊게 파여 있었다.


"크리스마스 같이 보내고 싶다고 했을 때 알겠다고 해서 놀랐어요." 도훈이 와이셔츠를 올리며 말했다. 수진은 와인을 들어 조금 마셨다. "지난밤 이후로 선배 생각이 떠나지 않아요. 미안하지만... 지난밤보다 오늘이 더 예쁜 것 같아요. 저 어쩌죠?" 도훈이 수진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피아노 독주가 끝나고 조명이 서서히 밝아졌다. 수진은 도훈의 팔을 잡고 가슴을 품이 가까이 댔다. 그때였다. 수진이 무언가 익숙한 사람을 발견한 건.


도훈의 어깨너머로 희미하게 들어온 사람은 바로 미영의 남편이었다. 평소와 달리 화려한 컬러의 수트를 쫙 빼입은 남자의 어깨엔 야릿한 여자가 박수를 치며 기대어 있었다.


"잠깐." 수진은 가슴에 들어온 도훈의 팔을 밀었다.

"네?"


"웨-이-러-미-닛. 이라고."




놀이공원엔 사람이 북적였다. 굳이 왜 이런 곳을 소개팅 장소로 했는지 센스로 보아 이번에도 꽝인 것 같았다.


"지민 씨, 우리 관람차 타요! 10분 뒤면 불꽃 축제하거든요! 저 위에서 봐요!" 분명 멀쩡하게 생긴 남자인데, 디즈니의 심성을 가진 사람이었다. 줄에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두툼하게 입은 옷에 꽉 끼어 숨을 못 쉴 정도였다. "어? 어딨지?" 잠깐 사이에 남자가 보이지 않았다.


"남성분 타세요. 다음 여성분!"

"네? 아 네네!"


둥그런 관람차 문이 쾅하고 닫혔다.

"어?"

"어?? 누구세요?!"

"어?!"

"대.. 표님?!?!"

"뭐야 이 못생긴 여자는!"

"네?"

"왜 여기 타있는거야?"

"누가 할 소린데요!"

"나 미행했어?!?!"

"네? 아니요! 미행이라뇨!"

"나 미행했지!"

"아니라니까요!"


크리스마스 폭죽이 터지기 시작했다. 열기 때문에 관람차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으악!!!"

"뭐야?! 깜짝 놀랐잖아!"

"으야아약! 불이 여기로 튄다고요!!!"

"가만히 있으라고 진정해 진정해. 일로와 좀만. 가운데로 와 가운데로"

"대표님이 몸무게가 많아나가서 그런 거 아니에요?"

"뭐? 이 여자가. 나처럼 몸 좋은 사람 봤어?"

"안 보여요! 몸 좋은지!"



흔들리는 관람차. 파랗게 질린 얼굴의 대표님과 나.

최악의 크리스마스라 생각했던 그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띠리리 띠리리 띠리리- - -

미영이었다.

"지민아... 지민아... 나 아기가 나오려나 봐...

오빠도 없고 너무 아파...'






KANGJ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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