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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Jan 18. 2018

시간이 흐를수록 아름답게

몇 년 전 다큐멘터리에서 한 노부부를 본 적 있어요. 할아버지의 생신 날. 할머니가 꼬두발로 살금살금 방안에 들어와 숨겨놓은 새 양말과 흰 종이를 꺼내 책갈피에 끼워둔 꽃송이 하나를 종이 위에 조심히 붙이셨어요. 


'당신의 여든다섯 번째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해요.' 


새하얀 머리카락에 쪼글쪼글한 손이었지만 그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어요. 나이가 들면 꼭 나도 저런 귀여운 할머니가 되야겠다고 생각했죠. 


시간이 흐를 수록 외적인 아름다움을 잃어간다는 건 유쾌한 일이 아니지만 그것은 우리가 누린 행복한 시간에 대한 값이라고 생각해요. 거대한 우주가 '자동'버튼을 눌러 놓았기 때문에 아무리 돈이 많은 사람도 어기지 못하죠. 그래도 말이에요. 다행히 우주는 몸보다 마음에 넉넉한 시간을 주었어요. '아직 나도 마음은 청춘이야'라고 말씀하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알 수 있잖아요.  


몸은 자연을 따라 서서히 지고 있다고 해도, 마음은 얼마든지 더 아름답게 가꿀 수 있는 거니까 다행스럽고 한편으론 설레기도 해요. 젊었을 때는 비교적 외적인 것에 더 관심을 기울었다면 나이가 들어가면서 몸이 아닌 마음에 초점을 맞춰 살 수 있겠다는 감사한 생각도 들고요.

맞아요. 그동안은 마음의 아름다움을 돌보지 않았어요. 아차! 마음을 어떻게 가꿔야 할지부터 모르는 것같아요. 일 년에 세, 네 권 심리책을 읽고 힘든 문제에 당면했을 때 선배들의 조언을 몇 번 구한 것 빼고는 마음을 위해 한 것이 없죠. 수시로 거울을 보며 화장을 고치고 몸에 비싼 오일을 바르고 어떤 색의 옷을 입을까 하루 종일을 보낸 적도 있는데 그런 것에 비하면 마음에 대한 관심은 턱없이 부족했네요. 


'막연히 여행을 다녔다, 좋은 영화를 보았다, 많은 책을 읽었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가 아니라 마치 거울로 얼굴을 들여다보듯 마음을 자주 들여다보고 어떤 모양인지 어떻게 하면 예뻐질지 생각해볼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몸의 아름다움보다 마음의 아름다움을 갖는 것이 더 고귀한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의미에서 글쓰기를 추천드려요. 글을 쓰다 보면 자신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거든요. 요즘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자기계발 서적이 꽤 나온 것 같더라고요? 그런 것들도 마음을 가꾸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 


아, 참고로.

마음을 가꾸는 첫 번째 단계는 '클렌징'입니다.

그걸 마음의 언어로는 '용서'라고 해요. 



2018. 좀 더 사랑하기로 한 날

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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