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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작 Jan 27. 2018

글 메이크업

마음의 음표와 어우러진 아름다운 색감으로.

작가에게는 문체가 있다. 나는 이것을 마음의 음표라고 부른다. 노래하듯 마음속에서 흘러나오는 것. 그래서 대문호의 문체가 신예 작가의 문체보다 훌륭하다고 판단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문체를 완성하는 것은 그 글을 읽는 독자다. 독자가 어떤 순간에 어떤 장소에서 어떤 마음으로 글을 마주하느냐가 문체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마치 '운명'같아서 나는 글쓰기에 더 매력을 느끼고 있다.


내 직업 중 하나는 매거진 에디터다. 스스로 기획하고 글을 쓰지만 마지막엔 마음의 음표보다는 매체의 특성에 따라 글을 메이크업해줘야 할 때가 온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뷰티 섹션을 담당하고 있어서 봄의 경우엔 '산뜻하다, 싱그럽다, 프레쉬하다, 촉촉하다, 활기 있다, 탄력 있다' 등의 표현들을 자연스럽게 리터칭 해줘야 한다. 그렇다고 '자외선을 반사시켜버릴 광택!' 뭐 이런 식의 과도한 카피는 금물.


글 메이크업은 재미있는 과정이다. 마치 얼굴을 들여다보듯 천천히 읽으면서/ 스펀지에 스킨을 듬뿍 묻히듯 글에 여유를 준 후/ 영양단계에선 필요한 소재를 추가하고/ 예쁜 색감을 가진 수식어들을 톡톡 얹혀주는 것이다. 마지막에 거울을 들고 메이크업을 조금 수정하는 것처럼 매끄럽게 글을 다듭는다. 그렇게 1차 원고가 마무리되면 잠시 저장해 뒀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고 난 후 다시 한번 수정 메이크업을 하듯 들여다보고 고쳐나간다. 방긋 웃는 걸로 마침표!

처음 에디터가 되었을 때 나는 이 과정에 약간 거부감을 느꼈다. 나만의 문체를 쓰고 싶다는 욕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매체의 특성을 따르는 것은 단순히 '갑'의 의견을 따르는 것이 아닌 그 너머의 독자를 위한 것이란 걸 깨달았다. 그 이후부터 아름다운 독자들에게 걸맞은 글을 보여줘야겠다는 생각으로 글 메이크업에 노력을 해왔다. 제 멋대로였던 마음의 음표가 독자의 마음을 반영해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낼 때의 감동이란!


이곳에 글을 쓸 때도 브런치라는 매체의 특성과 독자를 생각한다. 종이 위에 쓰이는 글과는 다른 메이크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조금은 더 간결하고 직설적인 표현을 쓰려고 노력 중이다(그런 노력이 느껴졌는지는 의문입니다만). 하지만 늘 이곳에선 마음의 음표가 요동을 친다. 그만큼 브런치라는 매체가 내게 편해졌고 다른 여러 가지 의미로 친한 친구처럼 소중하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친한 친구일수록 더 존중할 것! 손 끝에 더 정성을 담아볼 써볼 생각이다. 


에디터가 아니라 다른 직업을 가진 사람이라도 나는 그들이 가진 직업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아름답게 가꾸어 나가는 사람이 좋다. 세상에 모든 사람이 저마다의 매력을 가졌듯이 세상의 모든 일이 저마다의 매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올봄에는 화사하게 내 일을 꾸며보면 어떨까? 좀 더 아름다운 미소를 지을 수 있게.




2018. 곧 봄 그래요 곧 봄.

강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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